누군가를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름,나이, 학교, 직업 등을 알면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이없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나름대로 결론을 냈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예측할 수 있을 때, 즉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다.
#4
세종대왕은 지금 태어나도 위인이 될 수 있을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희대의 천재이니 어떻게든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것 같다. 지금과 그때의 상황이 어떻게 다르든 간에 무려 세종대왕이니까. 그럼 반대로 히틀러가 지금 태어나도 악인이 될까? 히틀러니까?
흔히 천성이 있다고 한다. 하늘이 준 것으로 날때부터 가지고 있는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동의한다. 사람이 가진 기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태생이 게을러 도저히 바삐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에 처해야 비로소 부지런히 움직인다. 무언가 마음먹고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얼마 가지를 못한다. 금방 귀찮아져서. 다만 내가 이런 성격인 것을 알고있고 고치고 싶어 자주 벼랑 끝으로 내모는데,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부지런히 잘 되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오려는 것도 이런 부분이 기여를 했다. 일도 별로 없고 느슨한 직장에서 한없이 시간 죽이기를 하고있는 내 모습은 고치고 싶은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성이 그 사람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수로에 비유하면 처음부터 천성이라는 깊은 수로가 파여있지만 어떤 방향(경험)에서 시간이라는 물을 들이붓느냐에 따라 수로는 점점 모양이 바뀌게 되고 천성은 더 이상 깊은 수로가 아니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물은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들어와 수로를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양의 물을 붓고나서야 이 수로의 모양이 내가 원하던 것과 많이 다름을 알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이 모양에 만족하며 의미없이 물을 부어대겠지. 수로는 더 깊어지고 어디로 물을 붓든 여기로 흘러올 것이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 준비가 덜 되고 미흡하더라도 더 늦기전에, 적어도 올해 3월 안에 나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