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이었습니다.
많은 유엔군이 전사했습니다.
전쟁 중이었지만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부산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가 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었던 아이젠하워가 갑자기 부산 유엔 묘지를 찾겠다고 했습니다.
한겨울에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묘지로 안내할 수 없었던 미8군 사령부는 한국 측에 '푸른 잔디'를 입혀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에 여러 건설회사들이 입찰했습니다.
그런데 한겨울에 푸른 잔디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대표들 중 그 누구도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故 정주영 회장을 제외하곤 말이지요.
정주영 회장은 잔디 대신 낙동강변의 보리싹을 파다가 옮겨 심어 '황량한 유엔 묘지'를 '푸른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크게 만족했고 미군은 정주영 회장에게 두 마디를 남겼다 합니다.
"Wonderful. You are genius."
이후 미군 공사는 현대건설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왜 성공했고 다른 대표들은 왜 실패했을까요?
정회장은 문제를 제대로 규정했고 다른 대표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죠.
즉 다른 대표들은 '사실'을 '문제'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겨울에는 잔디가 없다'라는 해결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문제'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계절은 바꿀 수 없으니)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죠.
"I have no idea = I don't know"가 되는 겁니다.
정주영 회장은 문제를 다르게 규정했죠.
문제의 본질은 '겨울이라 잔디가 없는 것'이 아니라 '푸름이 없는 것'이라고 보았던 겁니다.
'푸름이 없는 것'을 문제로 규정하면 갖가지 해결의 기회가 생기죠.
푸른 물감으로 잔디를 색칠할 수도 있고 푸른 천이나 종이로 묘지를 덮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여러 가지 대안 중에서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는 '보리싹'이라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 남충식 <기획은 2형식이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