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돌담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간중간 빈틈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도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빈틈으로 바람을 흘려 보내기 때문이다.
#1
어른들은 맞는 말만 하는 줄 알았다.
아빠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슈퍼맨인 줄 알았고, 엄마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가 친구를 믿고 써준 보증으로 가세가 기울고, 새벽에 컴컴한 방 안에서 소리죽여 흐느끼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세상엔 슈퍼맨도, 철인도 없다.
그런 척 하는 사람이 있을 뿐.
슈퍼맨과 철인이 그냥 사람이 되었는데, 어른이라고 다를까?
의문을 갖고 지켜보니 알 수 있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맞지는 않는다는 것을.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말.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딱히 정의할 말이 생각이 안나 어른들의 말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의견'이라 부르고 있었다.
#2
그 속에 있는 의미가 무엇이든 사람들은 외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았다고 하더라도 외형이 형편없다면, 형편없어 보인다.
썸타는 그녀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 욕설을 해보면 금방 체감이 될 것이다.
아! 진짜 체감하진 말자.
우리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보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는 두뇌를 갖고 있다.
자, 그럼 한번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던가?
대학 갈 바에 공무원 준비해서 바로 취업하는게 낫지.
너, 걔랑은 안 어울린다니까.
너도 슬슬 결혼해야지.
어머~ 이건 손님 옷이네요!
대부분 단정형으로 말하지 않던가?
하지만 의견을 말할 땐 상대방도 의견을 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대학 갈 바에 공무원 준비해서 바로 취업하는게 낫지 않을까? 같이.
마치 이게 정답인 것처럼 말하면 대답하기 참 난감하다.
아니, 내 대답이 필요하긴 할까?
#3
어른이 된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어리고, 약하고,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은 맞는 게 아니라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의견일 뿐이란 걸 안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끼는 건, 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하고 성숙해져도 내 입에서 나오는 건 그저 의견일 뿐일거라는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정답이 있기는 할까.
.
.
우리는 매일 의견을 말하고, 의견을 듣는다.
가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무겁고, 무섭게 느껴질 땐 제주도 돌담을 생각하자.
빈틈으로 바람을 흘려보내 더 견고하게 우뚝 설 수 있었듯, 마음의 틈을 만들어 의견을 흘려보내야 중심을 더 잘 잡을 수 있다.
혹시나 누군가 자신이 정답인 양 으스대면,
생각하자.
그건 네 의견일 뿐이잖아?
속으로만 생각하자.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