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 긴코원숭이와 관련한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코가 큰 수컷 긴코원숭이가 고환도 크고 생식능력도 뛰어나며 힘도 세다는 것이 입증된 모양입니다. 남성의 큰 코에 대한 속설이 긴코원숭이 세계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아닌 셈입니다. 큰 코는 수컷 무리들의 서열 경쟁에서도 작은 코를 가진 수컷 원숭이들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막아주는 예방적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헬스장에 열심히 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긴코원숭이의 세계는 강력한 힘을 가진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인데요. 이 대장 원숭이는 인간세상을 부러워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갑자기 무슬림으로 개종한다고 말했다가 여자친구에게 뒤지게 맞아 죽을 뻔한 옛날 생각이 나네요-,.-)
기사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결국 큰 코는 이 원숭이가 암컷의 인기를 끌고 경쟁 상대인 다른 수컷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알리는 시청각 신호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드러났다
그럼 인간세상은 어떨까요? 남성의 힘과 정력을 과시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문득 노골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과시했던 중세의 복장을 소개한 에두아르 푹스의 풍속의 역사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힘과 정력을 과시하기 위해 바지와 다른 색깔의 '랏츠'라는 주머니에 솜뭉치를 잔뜩 넣어 사타구니에 사이에 달고 다녔다는 기록과 그림들이 있는데요. 중세 갑옷의 지나친 성기 보호대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 인터넷에 나타난 광범위한 성적 경향들을 분석, 기록해 놓은 포르노 보는 남자와 로맨스 읽는 여자란 책을 인용하면, 남성들은 남녀가 출연하는 포르노를 볼 때 여성의 신체 뿐 만 아니라 상대 남성 생식기의 길이와 크기에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저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인데요. 분명 비교의 본능일겁니다.
상대방과의 크기를 비교하고 항상 크기에 신경 쓰는 남성들의 이유도 일개 원숭이 무리의 이유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데요. 더 큰 성기에 대한 욕망은 늘 남성들을 괴롭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이 크기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요?
몸에 대한 관찰이 시작될 즈음 비교의 족쇄는 채워집니다. 어느 날 스포츠 신문 하단의 각종 성인광고 속 피스톤 기구들을 눈여겨 봅니다. 포장도, 이름도 전혀 다르게 배달되니 안심하라는 광고 문구를 읽는 순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면 솟아나는 근육처럼 그렇게 커지기만 한다면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거라 다짐합니다. 제품 구입과 함께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서 몇 센티가 더 늘어났다는 기쁨과 환희의 후기를 읽으며 더욱 힘을 냅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꼴보시 싫은 그 기구들은 몇 년 동안 먼지와 함께 잘 감추어져 있다가 이사와 동시에 흔적도 없이 버려지게 됩니다.
방법을 바꾸기로 합니다.
불가능한 물리적 신체개조 대신 정신개조를 택합니다. 남성중심의 성담론을 비판하는 페미니스트의 품속에서 구원을 얻기로 합니다. 어느 용감한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크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기사를 보고 또 봅니다. 여성이 꿈꾸는 성과 남성이 꿈꾸는 성이 같지 않다는 주장의 책과 강의를 갈무리해둡니다. 여성의 큰 가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거꾸로 뒤집어 여성에게 단순히 대입하며 위로하고 또 위로해봅니다.
‘그래 모두 다 큰 걸 좋아하진 않을 거야!’
당당해지기로 합니다.
목욕탕을 가더라도 가슴을 짝 펴고 걷습니다. 가능한 타인의 생식기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우연히 작은 남자를 만나면 잠깐 기분이 우쭐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이 보는 각도와 상대방이 보는 각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 시각적 착시를 늘 상기하고 잊지 말아야합니다. 헬스장을 가서도 샤워 후 옆에 아저씨가 전봇대에 오줌 누는 개처럼 한쪽 다리를 탁자 위에 쩍 올리고 헤어드라이어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요란하게 흔들어대도 물러섬 없이 끝까지 로션을 바르며 몸을 말립니다. 팬티를 먼저 입으면 지는 겁니다.
그러다 삽입성교가 종족번식만을 위한 구태의연하고 위험천만한 구습이라 배격하고 구강성교를 찬양한 용감한 성애론자 마광수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상당수의 여성이 삽입성교에서 성적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는 과학기사까지 만나게 되면 희망이 보입니다.
발음도 낯선 테스토스테론을 입에 붙이려 애썼건만 이제 익숙해 질 쯤 내 몸을 떠나는군요.
아쉽지만 덕분에 조금 편해졌습니다. 힘과 크기가 지배하는 수컷의 세계를 살짝 빠져나온 것도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깨 힘 빼고 느긋하게 사이즈 콤플렉스를 맘껏 즐겨 봐야겠습니다.
가령 이런 식이지요.
휴대 간편해 , 친환경적이야, 덜 흉물스러워 등등등.
아시죠? 부러워하면 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