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예전에 보고 왔던 뮤지컬인 뮤지컬 [마타하리]에 대해 극 중에서의 인물 분석 겸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본문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이 200% 반영된 글이므로 뮤지컬 보신 다른 분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뮤지컬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마타하리]의 포스터를 보면, 하얀 연기의 형태로 그려진 마타하리는 무언가를 갈망하듯 위로 손을 뻗고 있다. 이 모습은 마타하리라는 인물이 어떤 모습의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이 공연이 대강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간단한 이해, 또는 추측이 가능케 합니다. 마타하리는 19세기 제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며, 그 시대 당시에 전례 없이 가장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춤을 추었던 물랑루즈의 아름다운 무희였다는 점과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인물로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타하리는 두 국가 간 이중 스파이를 했다는 혐의로 파리의 교외 들판에서 총살당했습니다. 그녀가 실제 이중 스파이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결과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진실은 오직 그녀만이 아는 채로 마타하리는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범죄자의 이름으로 죽었지만, 실제 범죄자인지는 모를 인물. 그녀의 일생은 문학적 호기심과 창작욕을 자극했고 그녀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그녀는 뮤지컬의 이름대로 뮤지컬 속 여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다른 뮤지컬 속 여주인공과 그녀는 다릅니다. 다른 뮤지컬 속 여주인공은 남성들의 영향력 아래 눌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없거나, 어디까지나 남주인공과 사랑하는 사이로만 등장해 그의 일을 돕는 그런 조력자의 역할로만 나오기가 일쑤였습니다. 어쩌면 이 현상은 뮤지컬에도 어느 정도 남성위주의 사상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게 합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마타하리는 그런 수많은 여주인공들과 다릅니다. 극 초반에는 얼추 그런 여주인공들의 루트를 따라가는 듯싶으나 그녀는 그 순간에서 길을 틀어 그녀 자신이 나아갈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마타하리는 자신을 종처럼 부리고 괴롭혔던 남편과 제 아버지에게 창녀 소리를 듣고 쫓겨났던 어두운 과거에도 그녀는 그 과거에 주눅들지 않고 도리어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묻는 듯 당당한 태도를 취합니다. 관능적인 춤을 추는 마타하리를 매춘부, 창녀라고 손가락질 하고 그녀를 성적노리개로 보는 남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타하리는 그녀 자신만의 사원의 춤을 계속해서 춥니다. 자신을 억압하고 지배하고 소유하려 하는 라두 대령에게 맞서 마타하리는 직접 자신의 사랑인 아르망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듭니다. 모든 세상이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하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그곳이 마치 자신의 무대인양 마지막 키스를 보냅니다. 마타하리는 당대의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진보한 신여성이었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그녀 자신의 인생과 생각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 끝까지 그녀의 길을 관철해냈습니다. 어쩌면 마타하리의 불행은 그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마타하리의 인생은 불행했으나 어느 누구도 감히 그녀를 동정하지는 못합니다. 그녀의 당당함, 그녀의 신념이 지금까지 남아 우리의 눈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를 둘러싼 배경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그녀를 지키려는 사랑, 그녀를 억압하고 이용하려는 사회. 그것은 그녀와 관련한 두 인물로 대표됩니다. 첫 번째 인물은 마타하리의 연인이자 프랑스군의 비행사 ‘아르망’입니다. 극 중에서 아르망은 본디 라두 대령이 그녀를 감시하고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보내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며 아르망과 마타하리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아르망이 괘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망은 마타하리를 사랑하는 연기를 하는 동안 마타하리의 유약한 내면과 그녀가 숨기고 싶어 하는 과거를 알게 되고, 마타하리가 아르망에게 보이는 사랑과 그녀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어 어두운 과거든 무엇이든 그것 모두를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마타하리에게 아르망은 포용적인 사랑을 보여주었고 마타하리는 그 모습에 아르망을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아르망은 마타하리가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 시절의 그녀 자신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르망은 마타하리가 그녀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녀가 직접 사회와 맞부딪혀 더욱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남자였습니다. 여기서 또 아르망이 다른 뮤지컬의 남주인공과 다른 점이 드러납니다. 다른 뮤지컬 같았으면 여주인공이 맡았을 역할을 이 뮤지컬에서는 아르망이 도맡았다는 점이죠. 어쩌면 그러다 보니 아르망의 비중이 극 중에서 그렇게 적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로 남성이 위주가 되는 뮤지컬을 보면 여주인공의 비중이 적은 것처럼요. 마타하리를 생각하고, 마타하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관객의 마음을 녹이는 찰나 아르망은 라두 대령의 무리한 명령으로 인해 적진에서 사망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제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사정 따위는 가뿐히 짓밟아버리는 체제(권력)의 행패를 비유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마타하리를 억압하고, 이용하려는 사회를 대표하는 남자. 두 번째 인물은 프랑스 정보부의 ‘라두 대령’입니다. 라두 대령은 초기에 오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타하리를 이용하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서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라두 대령은 마타하리의 어두운 과거 모두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숨기고 전혀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그 과거를 퍼뜨리겠디며 협박을 합니다. 그만큼 라두 대령은 다른 사람 사정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국가(대의)’를 위한 선택만을 더 중요하시하는 인물입니다. 그 점 때문에 라두 대령은 극 중에서 마타하리와 첨예한 갈등관계를 빚게 됩니다. 하지만 라두 대령의 분석은 여기서 끝이 날 것만이 아닙니다. 라두 대령의 인물은 작품 인물상 중 허나인 ‘극 초반에서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성격, 또는 행동방식이 달라지는 인물’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마타하리였죠. 마타하리는 극 중에서 상당한 미인으로서 그녀의 매력은 그녀를 보는 도든 남성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아르망도, 라두 대령도 그 남성들과 다르지 않았죠. 라두 대령은 이용하고 버릴 생각이었던 마타하리의 매력에 푹 빠져 그녀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그가 사랑 따위는 감히 꿈꾸지도 못하도록 그를 몰아세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타하리에 대한 라두 대령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억눌러야만 하는 욕구인걸 그 자신도 알기 때문에 사랑은 점점 소유욕 가득한 집착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것은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 자신의 사랑의 라이벌이라고 인지한 아르망을 일부러 이미 오래 전에 점령 당해 지금은 완전히 사지가 된 적군의 점령지인 비텔(Vittel)로 보내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아르망은 결국 죽음을 맞죠. 라두 대령은 그 후 아르망을 찾아가려는 마타하리의 통행증 허가를 불허하며 어떻게든 감시와 통제로 마타하리를 소유하려 합니다. 하지만 결국 라두 대령은 그녀를 소유하는데 실패합니다. 마타하리는 어느새 독일의 계략에 의해 독일의 스파이로 누명을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는 그녀는 프랑스의 입장에선 그녀를 죽여야 국가적으로 위신이 사는 상황이었고, 그것은 라두 대령의 아내를 통해 그에게 전달이 됩니다. 사실상 이것 또한 단순한 전달이 아닌 압박이었고, 그가 했던 그대로의 협박이었죠. 라두 대령은 자신도 통제와 억압으로 다른 이를 조종했지만, 사실 그 자신도 더욱 높은 상부에 의해 억압과 통제를 당하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 억압과 통제에 지배당한 라두 대령은 다른 이의 상황은 상관도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었습니다만 극 후반에서 라두 대령은 결국 그 누명으로 인해 사형대에 오르는 그녀를 안타까워하고 불쌍하게 여깁니다. 국가의 힘에 눌려 있던 그의 인간성이 마타하리로 인해 다시금 깨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토록 정교한 인물 구성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마타하리]. 보통 스토리가 좋으면 인물 구성이 허술하거나 한 경우가 많은데, [마타하리]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뮤지컬이었습니다. 나중에 뮤지컬을 볼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