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철수
출연 : 서영희(김복남), 황금희(해원), 황화순(동호 할매) 등
영화의 포스터만 보더라도 이 영화의 장르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피비린내 나는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사실 포스터를 보지 않더라도 제목에서도 느껴질 법 하다. 제목으로 추리해보자면 김복남이 살해를 했던 살해를 당했던 그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복남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떨쳐지지를 않았다. 요즘 섬마을에서 여교사가 나쁜 일을 당한다던지 염전에 갇혀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의 뉴스 등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드는 일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는데 이 영화도 그러한 사건을 다룬 영화 중 하나이다.
복남과 해원은 무도라는 섬에서 같이 태어나서 지낸 고향 친구이다. 해원은 나중에 섬을 떠나게 되고 섬에는 복남 혼자 남는다. 혼자 섬에 남게 된 복남은 해원에게 종종 편지를 부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해원은 무시하게 된다. 해원은 저축은행에서 일하는 아주 냉철한 여인이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의 간곡한 대출부탁에도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며 내치는 해원. 결국 지점장은 해원에게 휴가를 갈 것을 반 강제로 명령하게 되고, 해원은 갈 곳 잃은 마음에서 떠오른 복남을 만나기 위해 무도로 향한다.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복남은 반갑게 해원을 맞이한다. 하지만 해원이 마주친 무도의 진실은 참으로 역겹기만 하다. 복남은 자신의 남편의 시동생에게 욕구해소를 위한 받이 역할이 되고, 복남을 건드린 사람이 많아 복남의 딸조차 애비모를 자식 소리를 듣고 있다. 대낮에 가족들이 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불러 성행위를 하고, 복남의 남편도 딸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지만 모두들 외면한다. 복남은 어미의 마음으로 지켜볼 수 없어 딸을 데리고 섬을 탈출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마저 들통나서 남편에게 질질 끌려오게 되고, 남편과의 몸싸움에서 밀쳐진 딸아이가 돌에 머리를 부딪히며 숨을 거두게 된다. 육지에서 이 사건을 위한 조사를 나오게 되지만,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거짓을 고하고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는 복남은 외면받게 된다. 해원도 마을사람들의 두려움에 복남의 편을 들지 못한다. 아이를 앞마당에 묻어주고 홀로 눈물을 삼키던 복남은 해를 멍하니 쳐다보다 눈빛이 돌변한다. 갑자기 낫을 들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시하던 해원을 죽이려는 복남. 해원이 무도에 찾아올 때 입고 있던 하얀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고 해원처럼 화장도 해본다. 그리고 해원을 해하려던 그 때, 경찰의 총에 의해 복남은 멈추게 된다. 복남은 어린 시절 해원이 불었던 리코더를 떠올리며 해원에게 리코더를 쥐어주고, 자신도 리코더를 따라부는 시늉을 하며 눈을 감는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고통 받았을 복남을 떠올리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아이일 적부터 수 십 년 동안 그 시간을 버텨왔을 복남. 예전이었으면 영화니까 라고 애써 무시했을 현실이 요즘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뉴스들로 인해 현실화가 되어가는 것이 참 무섭다. 우리나라의 어딘가에도 복남과 같은 처지의 여인이 있을 것만 같다. 애써 힘내서 살던 복남에게 딸의 죽음으로 인한 폭주는 딸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터져버린 휴화산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 영화가 더욱 비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 몫했다고 본다. 서영희씨는 복남 그 자체에 물들어 순박하면서도 미치기 일보직전의 여인을 잘 연기했고, 동네사람들의 광기어린 연기 또한 수준급이어서 실제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에게 화가 끓기도 하였다. 영화제에서 여러 상도 많이 받았던 작품. 단순히 잔혹성만을 앞세운 작품이 아닌 영화로 내 가슴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