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가슴에 깊고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건 평소에는 바늘이 찍은 점처럼 희미하지만 너무나 외로울 때면 내 등 쪽을 시커멓게 뚫어버리고 감당할 수 없게 시린 바람을 일으키는 구멍이다. 그 구멍에 내 엄마가 살고 있다. 5일장을 따라다니며 생선과 꽃게를 팔았던 엄마한테서는 늘 비린내가 났고 지문이 닳고 자주 피가 터져서 손가락에는 반창고가 친친 감겨 있었다. 떨이도 못 하고 막차마저 놓치고 나면 하염없이 먼 밤길을 걸어오던 엄마. 그런 엄마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나가 서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왜 안자고 나와 있느냐는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넬 줄 모르는 엄마를 나는 정말 싫어했고, 공부 작파하고 일찌감치 돈 벌러 나가라는 성화를 들은 척도 않는 나는 엄마가 징글징글하게 여기는 딸이었다. 우리가 엄마와 딸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껴갔을 텐데, 인연은 때로 너무 가혹한 것이라서 끝내 속을 파먹히는 아픔을 남기고야 만다. 병든 몸은 마비되어가는데 정신은 너무나 말짱해서 괴로워했던, 내가 벌을 받는 거라면 상한 꽃게를 슬쩍 섞어 팔았던 죄 때문이라고 말하던 엄마. 내 깊은 구멍이 엄마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나는 잘 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 하고 보낸 엄마를 오늘 시장 귀퉁이에서 만났다.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이 아직도 없다. 그러나, 엄마. 잘 계시나요.
그래야만 해, 꼭. 거기가 어디든지.
황선미 작가의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라는 에세이의 일부이다. 작가는 시장에서 악다구니를 써가며 파란 여름사과를 팔고있는 젊은 여자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명절연휴를 앞두고 어디서 누구랑 놀까만 궁리하는 나다.
지난주부터 연휴에 만나자 신나게 놀자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바빴다.
배부르게 점심먹고 들어와 시간이 남아 넘긴 책장... 엄마 생각이 난다.
나도 나를 끔찍이 여겨주시는 엄마가 있다.
엄마에게도 연휴에 놀자고 전화한번 해야겠다.
"엄마, 같이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