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하루 남은 순례길, 우린 함께 걸었던 동지들과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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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적지인 포드로우조에 도착했다.
갑자기 순례객들이 많아져 그 속에서 초반부터 같이 걸었던 사람들을 만나 내일의 감격을 이야기하면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내일이 지나면 영원히 못 볼 수도 있는 동지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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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마을에 들어설 때, 마을 첫 카페에 앉아있었던 마리이다.
누구냐면 스페인 아저씨 벤뚜아와 연인인 프랑스인 마리이다.
며칠 전 마리가 무릎이 아파 먼저 갔다더니,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했나보다.
혹시나 오는 벤뚜아를 못 볼까봐 안경까지 쓰시고 마을로 들어오는 순례객들을 하나하나 뚫어지게 보고 계셨다.
내가 알아보고 인사를 했더니, 인사는 건성이고 "오다가 벤뚜아를 봤니?"라고 먼저 물으신다.
영어도 못하시는 프랑스 할머니가 벤뚜아만 찾는다.
어제 뽈뽀 가게 앞에서 벤뚜아가 사람들이랑 뽈뽀를 먹으며 또 열심히 스페인어 수다를 떨고 계시는 걸 봤는데, 우리 영어도 짧고 마리는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들어서 자세히는 설명 못했다.
아무튼 오늘은 못 봤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으로 계속 걸어들어오는 순례객에게 눈길을 준다. 우린 눈치 없이 다시 만난 마리가 반가워 사진이나 찍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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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에서 온 예츠, 우리가 숙소 못 잡고 혜매는 걸 본 후에는 항상 우리 숙소 걱정을 해준다.
예츠는 덩치가 좀 있다. 그래서 걷는 속도도 다른 외국 사람과 달리 좀 느리다. 언제나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도 꽤 잘 걷는 축에는 속했지만, 아무튼 우리는 언제나 제일 늦게 마을에 도착할 정도로 느리게 걷는데 그러다가 예츠하고도 친하지게 됐으니 예츠가 그리 잘 걷는 건 아니다.
걷는 게 힘들어서 인지 언제나 얼굴이 조금 굳어 있던 예츠였는데, 산티아고에 거의 다 온 기쁨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에도 아주 환한 웃음이 만연하다.
그녀의 까미노 친구 독일에서 온 샬롯. 이름처럼 얼굴도 동화처럼 생겼다.

숙소는 팬션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아직 영업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우리가 체크인 하는 동안 급히 침대 시트 깔고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바닥 청소도 덜 되어 있고, 욕실 청소도 깔끔하게 되어 있지 않았다. 복도에는 아직도 객실에서 꺼내놓은 시트가 바닥에 널려 있었다.
구글지도에도 안 나오는 숙소라니 생긴지 얼마 안되는 팬션인 듯하다. 건물도 깨끗하고, 산뜻하게 되어 있었지만 청소 상태가 덜 되어 있어 쫌 그랬다.
평점도 높다는데, 오늘만 뭔 일이 있어 그러겠지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당에 2층 높이의 커다란 사과나무가 있어서 우리 방 창문으로 사과나무가 보이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씻고 점심 먹으러 나오면서 아까본 마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리가 있던 카페까지 가보기로 했다.
혹시 마리가 아직도 벤뚜아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앗! 저기 마리?
어? 벤뚜아를 만났네?
우리를 만난 벤뚜아 또 스페인어 폭격을 쏟아붓는다. 마리는 우리를 보고 감격의 포옹까지 하신다. 마치 우리 덕에 벤뚜아를 만난 것처럼.
다행이었다. 둘이 만난 걸 못 봤다면 난 오늘밤 내내 마리 걱정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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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뚜아와 마리의 러브스토리는 해피 엔딩인 걸로~ 하지만 이 사진에서 보이는 벤뚜아의 저 뜨아한 표정엔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우린 이땐 정말 상상도 못했던 수수께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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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찬과 권대열은 사촌지간이다. 우리 한국팀 중 가장 열심히 걷는 청년들이다.
석찬군은 독일에서 바이올린 만드는 걸 배우고 있다고 했고, 대열군은 형님 따라 산티아고에 왔다고 했다. 첫번째 외국여행인데 산티아고를 걷는 것이라 처음엔 많이 힘들어 했다는데, 나중에 보니 형님보다 더 잘 걷고 더 힘차 보였다.
이들도 드디어 내일 산티아고 입성이다.
젊어 참 부러운 커플(?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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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그닥 맛있게 먹질 못해 마트 가서 로제 와인과 고추 초절임을 사다 먹었다.
초절임 고추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매운 맛을 보더니 내 장이 활발히 움직인다. 걷는 것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다. 거기다가 더운 스페인의 날씨에 걷다보니 땀도 많이 흘린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화장실을 시원하게 보질 못했는데, 고추 초절임 덕을 좀 봤다.ㅋㅋ
고추 초절임은 병에 든 거라 먹다 남은 건 내일 까미노 길에서 먹기로 하고 배낭에 넣어 두었다.

산티아고 길을 다 걷고 팜플로냐로 다시 가서 소에게 몰리는 축제에 참여하겠다던 동규씨는 지금쯤 소들에게 엄청 쫓기고 있겠지?
텔레비젼에서도 24시간 생중계하던데, 우리 팬션 텔레비젼이 인터넷 텔레비젼인지 자꾸 버퍼링이 생겨 볼 수가 없었다. 아쉽다.
어쨌든 오늘은 푹~ 자자.
대망의 내일을 위해~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하루 남은 순례길, 우린 함께 걸었던 동지들과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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