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르수아에서 페드로우조까지 걸었다.

오늘은 겨우 20킬로밖에(ㅋ) 안 걷는다.
이 정도면 뭐 금방이다.
아침에 늦게까지 밍기적거리다 알베르게를 나왔다.
어제 이태리 친구 엘리사도 우리 알베르게에 묵었는데, 엘리사가 제일 늦게까지 꾸물대는 걸 보고 우린 나왔다.
얼른 공사가 끝나 주인아저씨의 걱정도 덜어지길 바라며 잘 자고 떠나는 알베르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는 말끔한 옷차림으로 일찍부터 나오셔서 카운터를 지키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짐에서 침낭을 덜어냈다. 침낭이 멀쩡하고 아무 문제는 없었지만, 몇번의 베드버그의 습격을 받았고, 앞으로는 알베르게가 아니고 둘이 자는 룸을 구해 자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침낭에서 잘 일이 없다. 그래서 지친 우리의 몸을 위해 침낭을 버리기로 했다. 잘 짊어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면 언젠가는 또 쓰겠지만, 그 언젠가를 위해 오늘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는 지혜를 이미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얻었기 때문에, 과감히 침낭을 버리기로 했다. 특히 남편 가방이 크고 내 가방이 작아서 우리 두사람의 침낭을 남편이 다 들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침낭을 버리면 남편의 짐이 거의 2킬로가 주는 것이다. 안 버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침낭을 버리고 나니 남편의 배낭이 홀쭉해졌다.
어제 숙소 구하기 너무 힘들어 오늘과 내일 숙소는 예약을 하기로 했다. 어제 우리가 숙소 구하느라 마을을 헤매고 다니는 걸 보고 네델란드에서 온 이름도 시적인 예츠가 몇번을 당부했었다. 꼭 예약하라고. 이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숙소는 더 부족할 거라고.
알베르게는 예약하기 애매하다. 예약사이트도 프랑스 사이트고, 예약해도 도착했을 때 내 침대가 남아 있을 거란 장담을 못한다는 말도 있고 해서 일찌감치 알베르게로 예약하는 것은 포기하고 팬션이나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팬션, 내일 산티아고는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럭셔리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다.ㅋ

이분들은 산티아고 관광팀이다. 100킬로미터로 접어들면서 많이 생긴 순례객들 중의 한 유형이다.
나이드신 분들이 팀을 이룬 관광팀, 학생들이 팀을 이룬 현장학습팀, 가족단위로 팀을 이룬 휴가팀 등의 유형이 부쩍 늘어났다.
이런 관광팀들은 언제나 중간중간에 있는 카페에서 그들이 타고 온 리무진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 버스에 모든 짐을 싣고 사람들은 가뿐히 걷는 관광 상품인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성당 같은데나 기념할 만한 뭔가가 나오면 단체 사진을 찍으신다.
재밌는 모습이다.
학생팀들도 따라다니는 중형 버스가 있다. 그래도 학생들은 무거운 짐은 자신이 짊어지고 간다. 중간에 커다란 배낭을 베고 널부러져 있는 학생팀을 볼 수 있다. 아직 어려서 순례가 힘든가 보다. 그들을 따라다니는 버스에는 먹을 것이 실려 있다. 그래서 중간중간 테이블을 펼치고 음료와 간식 등을 펼쳐놓고 학생들에게 공급해준다. 지친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며 힘을 얻고 다시 걷는다.
휴가팀들은 뭔가 럭셔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옷차림도 순례객같지 않고 휴양지에 놀러온 사람들처럼 알록달록 화려하다. 그들은 대부분 저녁에 멋진 숙소에서 묵으면서 정원에서 약소한 파티같은 것도 하는 것 같다. 어떤 팀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게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과 멋진 젊은 부부로 이루어진 가족도 꽤 보인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가 찍은 사진에도 줄줄이 걷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남편은 이걸 보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어디 유명한 산에 단체로 단풍 구경가는 것 같단다. 그도 그럴 것이 간단한 배낭에 형형색색의 나들이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니 그리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룰루랄라 노래도 부르고, 어떤 아이는 힘이든지 뒤에 쳐져서 우는 아이도 있고, 복잡복잡한 산티아고가 되었다.

아주머니들로 이루어진 단체 관광팀이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하하호호하며 즐겁게 웃고 언제나 수다스럽게 떠들기도 한다. 그리고 길가에 있는 예쁜 수국을 보더니 한사람 한사람 그 옆에서 각자의 개성을 살린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도 찍는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아주머니들의 여행하는 스타일은 매우 비슷하다.
아주머니들이 사진 찍은 수국 옆에서 나도 아주머니들을 따라 한장 찍어 보았다. 짙게 화장하고 멋드러진 선글라스를 쓰고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해야 제맛인데, 난 한달간 걷기만한 순례자라 어째 아주머니들 같은 폼은 안 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길도 거의 평탄하고 널찍해서 걷기도 아주 좋다.
그래서 유모차를 끌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순례를 하는 가족도 있었다.
이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모습이었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
@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