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마을에서 평점 좋은 알베르게에 찾아 갔더니, 이런, 알베르게가 있는 앞길에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좀 시끄럽다. 게다가 우리가 늦게 도착해 이층침대의 윗층밖에 남은 게 없단다.
그동안 나는 한번도 이층에서는 자본 적이 없었다. 우선 올라가는 것이 힘이 들고, 밤에 어두울 때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잠결에 내려오는 것이 영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남편이 위층에서 자고 내가 아래층에서 잤었는데, 여긴 위층만 빈 침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이 알베르게는 보류하기로 하고 다른 알베르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서 평점 좋은 알베르게가 아니면 그냥 둘이서 잘 수 있는 룸에서 자려고 했다. 사람이 많은 시설 안 좋은 알베르게는 분명 베드버그가 있기 때문이다. 긴 여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라 더이상 베드버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
아무튼 다른 숙소를 좀더 찾아보려고 마을을 한바퀴 돌았는데, 룸은 모두 차고 없다. 70년은 됐음직한 허름한 룸만 남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룸이어도 이렇게 허름한 숙소에는 베드버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처음 알베르게로 돌아와 자기로 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도 이 알베르게는 빈 침대가 있었다. 공사가 끝나면 조용해질테니 공사가 끝날 때까지 마을이나 돌아보며 저녁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층에 올라가는 게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청결도에서 지금껏 알베르게 중 최고였다.
알베르게 주인 아저씨는 외모는 왠지 영국 사람 같은 스마트한 분위기였는데, 스페인 분이셨다. 그래도 스페인 아저씨 같지 않게 말수도 적고 점잖고 수줍음이 많으시다. 아저씨는 계속 밖에 나와 공사장을 쳐다보며 담배를 태우신다. 평점이 최고라 인기있을 알베르게인데, 오늘은 침대가 몇개 차지 않았다. 아마도 그 공사가 때문에 사람들도 시끄러우니까 많이들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 그러니 아저씨는 연신 담배를 태우시며 공사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라고 계셨을 것이다.
이 알베르게는 시트를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하시는지 호텔 시트보다 더 깨끗하다. 무조건 하얗게 보이려고 세제 엄청 넣고 빤 시트가 아니었다. 정성껏 빨고 정성껏 말려 정성껏 다림질해 놓은 세제 냄새 하나 없는 깨끗한 시트였다. 그러니 평점이 그리 높지.
아무튼 난 이 알베르게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알베르게를 찾겠다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오늘 총 걸음수가 만 걸음 정도 추가됐을 정도이다. 그래도 잘 자야 내일 또 잘 걸을 수 있다.
늦게 도착해 늦게 빨래를 하고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하니까 주인 아저씨 우리 빨래 안 마를까봐 자기집 옥상에다가 널어주겠다고 하신다. 혹시 우리가 늦게 들어오면 본인이 빨래를 걷어서 우리 침대에 갖다가 놔 주시겠다고 한다. 완전 감동적인 서비스였다.

이렇게 알베르게 문제 해결하고, 남편이 낮부터 로제 와인이 마시고 싶다고 해서 로제 와인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고 다니는데 다시 한국분들 만나 같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펜션에 딸려있는 레스토랑인데, 로컬 식자재로만 음식을 만든단다.
여섯 사람이 먹으면서 여섯 사람 모두 만족하는 맛이었다.
특히 산티아고에 나중에 오셔서 합류하신 태형씨는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데, 이 집 음식이 아주 수준급이란다.
맛으로만 판단하는 우리와 달리 식자재, 요리 실력까지 좋다고 평가해 주셨다.
나랑 남편은 로제 와인이 너무 맛있어, 순식간에 한병 클리어하고 맛있는 음식도 여러 사람과 즐겁게 먹었다.

식사 마치고 나와서 간판을 보니 ‘까사 테오도라’라고 쓰여 있다. 보통 까사로 시작하는 식당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집이라고 했다. 어쩐지 레스토랑 안에 옛날 분들 사진이 많이 있더니, 그들이 역대 사장님들이었나 보다.
아무튼 서빙하는 스페인 아가씨는 미소가 너무 예뻐 스페인스페인스럽다.
혹시 독일인 옌스가 찾는 스페인아가씨의 이미지가 이런 분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옌스는 산티아고를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스페인 아가씨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스페인 아가씨를 보니 옌스 생각이 난다.
이제 이틀 후면 산티아고다.
저녁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아, 산티아고에서도 저녁 7시에 만나 마지막 만찬을 즐기자며 정선아저씨랑 약속하는 중이다.
걷는 사람들, 마을에 도착해 쉬는 사람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엄청 들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린 곧 산티아고에 간다고~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
@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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