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원조 할머니 보쌈, 원조 신당동 떡볶이, 원조 안동 찜닭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원조 뽈뽀(문어)가 있다.
멜리드(melide)라는 곳이 뽈뽀의 원조란다.
부끄럽게도 산티아고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우리는 며칠 전 몰타 부부에게 그걸 처음 들었다. 그때 그 부부가 멜리드에 가면 어느 집에 가서 뽈뽀를 꼭 먹어보라고 몇번을 알려줬었는데, 그 가게 이름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마을 이름도 기억이 안 났었는데, 이 마을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뽈뽀를 파는 가게가 수두룩하게 있어서 저절로 알게 되었다.
모든 여행 가이드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집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름을 모르니 우린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을 호객하는 아저씨에게 이끌려 그 가게에 들어가서 뽈뽀를 먹었다.
아저씨는 우리가 지나갈 때 “문어, 문어 맛있다.”라고 한국말로 호객을 하셨다. 그리고는 큰 쇠꼬챙이로 잘 익은 문어를 들어 올려 보여주시고, 그 중 다리 하나를 잘라 썰어서 시식까지 시켜주셨다. 절대로 우리같은 맘 약한 사람은 지나칠 수가 없다.
특별히 맛 차이는 모르겠고 아무튼 큰 가게에 손님도 꽤 많아서 계속해서 문어를 삶고 있으니 맛이 신선하고 쫀득하니 좋았다. 원조 마을이라 다르긴 다르다.
뽈뽀는 삶은 문어를 잘라 올리브 기름을 뿌리고, 빨간색 매운 가루(아마도 파프리카 가루일 것이다.)를 뿌리고, 소금을 뿌려서 주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호객하시던 아저씨가 재밌게 사진도 찍으라고 포즈도 취해 주셨다. 정말 호객의 달인이다.
산티아고 마크와 문어 마크가 함께 있다. 이래놓으니 우린 이집이 유명한 집이려니 했다.
하지만 코너를 딱 돌아서니 아니었다. 진짜 원조로 유명한 집이 바로 코너를 돌아서니 있었던 것이다.
그냥 모르는 사람도 다 알 수 있을 만큼 여러 개의 들통에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서 연신 문어를 삶아내고 있었다. 홀에도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히 앉아서 뽈뽀를 먹고 있었다.
좀전에 그집 아저씨가 열정적으로 호객을 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유명한 집으로 모두 몰리니까 우리처럼 어리바리한 사람 하나라도 잡으려고 더 열정적으로 호객을 했을 것이다.
뭐 두루두루 먹고 살아야 하니 이해는 하지만, 진짜 원조의 뽈뽀 맛이 궁금하기는 했다. 그래서 한접시 더 먹고 갈까?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오신 유현숙씨가 이집을 알고 이곳에서 뽈뽀를 드시고 계셨다. 염치 불구하고 가서 이쑤시개로 두개 집어와 남편이랑 하나씩 시식은 해 보았다. 뭐 맛은 비슷했다.
아무튼 이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뽈뽀집은 계속 있었다.

오늘은 26킬로를 걸어야 하는데, 뽈뽀 먹은 동네가 거의 중간 지점이다. 앞으로 지금까지 온 거리만큼 더 가야 하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뽈뽀 맛있게 먹었으니 힘내서 마저 걷자.
에고~~
자전거 타고 가는 아저씨 오르막길에서 얼마나 힘든지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신다.
오르막에서는 힘들지만 내리막에서는 신나게 내달리는 자전거족들도, 걷는 사람들을 추월해 갈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단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다들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으니까, 자전거로 쌩하고 지나가면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래도 순례란 것이 자기 방식대로 하는 것이니까, 내 생각에는 걸어서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보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이 더 힘들 듯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배낭을 짊어졌고, 자전거도 있고, 자전거에도 짐을 싣고 가고 있다. 그러니 내리막에서는 좀 신나게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
옛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걸어서만 순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보면 자전거로 순례를 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훨씬 많다. 삶의 형태가 바뀌었으니 순례의 형태도 바뀐 것이다.
우리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전거로 한번 순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뭐든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다. 우린 자전거 순례가 매우 궁금했다. 기회가 되면 꼭 경험해 보고 싶다.

우리 앞에서 걷던 두 외국 할머니, 덥다고 양산까지 쓰시고 가시던 할머니들이었다. 그래도 우리보다 걸음이 빨라 금방 저만치 가신다.
산티아고에는 정말로 나이가 많이 든 순례객이 많다.
절대로 나이가 순례를 막는 장애물이 아님을 매일 느끼게 된다.
우리도 이쯤 되니 걷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는데도, 우리보다 못 걷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나이든 순례자들이 매우 잘 걷는다.
어쩌다보니 오늘 좀 늦은 시간까지 걷고 있는데, 지나가는 소나기도 만났다. 다행히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그 비 때문에 대기가 금방 습해진다. 우리가 비를 만났을 때쯤에 지나던 마을은 너무 작아서 적당한 알베르게가 없었다. 비를 잠시 피하고 한 마을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오므로 약간의 비를 맞으며 그냥 걷기로 했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
@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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