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오랫만에 한국사람들끼리 해가 질 때까지 노닥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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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했다는 커다란 표지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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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38프로가 묵는다는 주인아저씨의 뻥 아닌 뻥을 듣고 묵은 평점 높은 알베르게 outeiro는 자봐야 알겠지만 깨끗하고 조용하다.
우선은 만족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마을을 돌아다녀 보았다. 적당히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서 돌아다녔는데, 레스토랑도 많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레스토랑 하나는 좌석이 꽉 차서 쉽게 자리가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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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데, 이 레스토랑에서 스페인 친구 파블로가 친구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서로 오늘 무사히 잘 걸었는지를 묻고 우리가 슬쩍 이집 음식 맛이 어떤지를 물었다. 파블로가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매우 맛있는 집이라고, 자기도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어 배가 엄청 부르다고 오바하며 설명을 한다. 역시 스페인 사람들은 감정이 풍부하다.

어쨌든 파블로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고 해서 우리도 이집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입구는 아주 작고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있는 홀에는 겨우 서너 테이블이 있어서 그닥 맛집처럼 느껴지지 않는 집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식사를 하겠다고 종업원에게 의사를 표현했더니, 우리를 안쪽 뜰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 안쪽 뜰에 훨씬 더 많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사람도 왁자지껄하니 매우 많았다. 이건 맛집각이다. 분위기 때문에 기대감이 갑자기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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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식으로 나온 갈라시안 스프는 중간 정도의 맛이었지만 스파게티는 꽤 괜찮은 맛이었다.
본식으로 시킨 뽈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뽈뽀는 말하자면 문어 숙회이다. 삶은 문어에 올리브 기름과 소금, 약간의 향신료를 넣은 것이다.
사람들은 스페인 뽈뽀가 맛있다는데, 나는 그동안 식감은 흐물거리고 간은 너무 짜서 그닥 맛있는지를 몰랐었다.
하지만 이 집은 뽈뽀의 양은 적었지만 식감이 쫀득하고 맛있는 삶은 감자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플레이팅되어 나와서 간이 딱 맞고 아주 좋았다. 뽈뽀랑 다른 생선 요리도 하나 주문했는데, 갈라시안 스타일 코드라는 거였는데, 소스가 아주 인상적이고 맛있었다.
그래서 파블로의 추천이 오바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우리도 아주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찍 숙소를 나섰던 목사님 부부는 숙소를 잘 정했는지 궁금해 주변 알베르게를 둘러보았다. 시설이 좀 나빠보이지만 공립 알베르게에 잘 들어가서 주무시고 계셨다. 침낭을 안 가기고 오셨다고 하시더니 어제 잔 숙소에서 걷어온 일회용 시트를 덮고 주무시고 계셨다. 오늘은 꽤 쌀쌀한데 좀 걱정은 되었지만 잘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아 그냥 우리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서니 브라질팀이 우리랑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엘리오 아저씨와 로지 아주머니는 숙소에서 쉬고 계신지 보이진 않고, 벳토 아저씨 혼자 로비에서 책을 보고 계셨다.
우리가 먹고온 레스토랑이 음식이 괜찮다고 소개해 드렸더니 아주 고마워하셨다.

광주 아저씨들이 저녁을 초대해주셨다. 숙소에 있는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고 한다. 가게에서 고기도 많이 사고 생선도 사고 야채도 사서 잘 차린 저녁상에 와인까지 준비해주셨다.
특히 나중에 합류한 문태형씨가 요리를 매우 잘한다고 하더니 차려진 음식을 보니 아주 수준급 요리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뼈가 붙은 고기를 샀는데 발골도 아주 잘 하고, 적당히 잘 익히고, 대구살도 부드럽게 잘 굽고 했다.

본이 아니게 푸짐한 저녁을 대접받고 우리가 후식 겸 2차로 맥주를 샀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목사님 부부가 지나간다. 아직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법을 잘 모르셔서 순례자 메뉴를 시켜 먹는 것도 잘 모르셨는데, 어제 우리가 가르쳐 준대로 순례자 메뉴에 와인까지 마셨다며 아주 흡족해하셨다.

산티아고로 가는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운 건 생장부터 걸은 사람들이나 우리처럼 팜플로냐부터 걸은 사람이나 이제 걸은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부분 얼마남지 않은 일정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한다.
다리가 아프거나 발에 물집이 잡히거나 짐이 너무 무겁거나 자는 곳이 불편하거나 먹는 것이 입에 안 맞는다는 이야기는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에 불과해진지 오래다.

산티아고에서 걸으면 외국 사람들을 무수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외국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가 짧아 간단한 인사와 산티아고를 걸으며 느끼는 소감,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의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깊은 대화나 시덥지 않은 수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늘처럼 한국 사람들과 모여 밥 먹고, 술 마시고 하면 이런 아쉬운 느낌을 해소할 수 있어 참 좋기는 하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편하게 웃고 즐기는 쉬운 일상이 그리워질 때가 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집을 떠난지 한달이 가까워지고 있고, 그간 외국 친구를 많이 만나보겠다고 일부러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국 사람들과 지낼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여정의 끝자락이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탓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아주 좋았다.
우리를 위해 차려주신 멋진 저녁상을 사진 한장 찍을 생각을 못할 정도로 대화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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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숙소 앞에서 해가 떨어지는 걸 사진으로 찍어봤다. 우리의 수다가 그만큼 길었던 것이다. 아직도 유럽은 저녁 10시는 되어야 해가 지고 어두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노을을 보긴 오랜만이다. 항상 일찍 잠들었었는데, 수다가 길어지는 바람에 늦게 귀가한 탓이다.
10시가 넘어서 떨어지는 해는 뜰 때와 마찬가로 훅!하고 떨어진다.
길기만 할 것 같은 스페인의 낮도 저물고 있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오랫만에 한국사람들끼리 해가 질 때까지 노닥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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