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새로운 순례자들이 합류하니 처음부터 걷던 우리가 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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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7.4(38,364걸음)

오늘은 사리아에서 포르트마린까지 걸었다.
사리아부터는 진짜로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먼저 유럽인들 여름 휴가가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단체로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도 많아졌다.
어른들과 아이들, 가족 단위 등으로 휴가를 맞아 산티아고로 온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부터 걸으면 100킬로를 걷는 거라, 산티아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그 수료증을 받기 위해 오늘 100킬로 지점을 지나가는 이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 갑자기 여기부터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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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새벽이면 이렇게 숙소가 텅 빈다.
모두들 새벽길을 나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덩달아 새벽길을 나섰다.
산티아고에 오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렇게 새벽에들 나가는 것 같다.
특히 여름에 순례를 하면 낮에 날씨가 뜨거워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더 일찍 나선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거의 후발대이다.

어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청년들 중 한사람은 직원인 마리아가 바에 가서 부축해 2층 침실까지 데리고 와서 침대에 뉘었었다.
그렇게 데려다 눕혔는데도 완전 취해서, 몸의 거의 반이 침대 밖에 떨어져 자고 있었다.
너무 불편해 보인다며 남편이 다시 침대에 올려주고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출발하고 없었다.
이날 걷다가 길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한국 청년이었다.
덩치도 크고 영어로 친구들과 대화하길래 외국 친구인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한 한국 친구였다.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괜찮냐고 안부를 물으니 독일 친구가 이 지방 화이트 와인이 맛있다고 자꾸 권해서 홀짝홀짝 먹다보니 필름이 끊긴 것 같다고 했다.
어제 상황을 설명해 주니 “마리아에게 전화해서 고마웠다고 인사해야겠네요. 전 전혀 생각이 안 나서요.”라며 매우 미안해했다.
사실 큰 실수를 한 것은 아니었는데, 본인이 생각이 안 나니 더 창피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이 지방 화이트 와인이 맛있다는 정보를 얻었으니 저녁에서 꼭 화이트 와인을 마셔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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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는 덜하지만 오늘도 안개가 길 위에 자욱하다.
아침에 걷기 시작해 얼마 안 있어서 금방 안개는 걷혔다.
안개가 걷히니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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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걷는 길 앞으로 저만치까지 사람들이 줄줄이 걸어가고 있고, 뒤를 돌아보면 우리 뒤를 따라 저만치까지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간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허허벌판에 몇몇 사람만 걷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이다.
마치 유명한 산에 등산로를 따라 줄줄이 사람들이 걸어가는 것처럼 눈에 띄게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많은 길 위의 사람들이 대부분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라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초반부터 걸었던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발걸음이 가볍다.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도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새로 장만해 신고 온 듯 깨끗하다.
배낭이며 입고 있는 옷까지도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처럼 잘 차려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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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복장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활기차서 어제까지 보다 좀더 거리가 시끄럽다.
특히나 스페인 사람들이 휴가를 맞아 많이들 와서 스페인 특유의 높은 목소리와 흥분된 어조가 수다스럽게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새로운 분위기의 사람들이 훨씬 많고 초반부터 걸어온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래부터 걷고 있던 우리가 왠지 어색해진다.

산티아고에서는 하루도 같은 느낌으로 걷는 날이 없는 듯하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새로운 순례자들이 합류하니 처음부터 걷던 우리가 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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