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출륙금지령과 바릇잡이를 주제로 상차림을 하다가 바쁜 일이 있어서 이제야 다시 그 상차림을 마저 차리게 되었다.
고등어지짐
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고등어는 제주산도 있지만 노르웨이산도 많다.
사람의 입맛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이유가 있다.
두 고등어는 지방 함량 때문에 그 맛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요리 방법을 달리해서 사용해야 한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먼 바다까지 가서 잡아오는 고등어이다.
이 고등어에는 지방의 함량이 많다.
어떻게 얘기하면 기름지고, 어떻게 얘기하면 느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 고등어는 '구이'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다.
반면 제주도 고등어는 가까운 바다에서 잡는 것으로 지방의 함량이 노르웨이 고등어 보다 적다.
그래서 제주도 고등어는 '지짐'을 해 먹으면 더 맛있다.
그리고 이날 수업하면서 배운 내용인데, 중국 어선이 제주도 앞바다에 와서 고등어를 잡아 유통하면 그 고등어는 중국산 고등어가 된다고 한다.
원산지라는 것은 생선이 어디에서 서식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생선을 잡아 누가 유통하는지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한다.
들을 수록 이상한 내용이지만, 법이 그렇단다.
우리가 요리할 때 쓴 고등어이다.
이걸 보고 양용진 선생님은 손으로 만져 보시더니 제주산 고등어라고 하신다.
난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아무튼 제주산 고등어라고 하신다.
재료 : 고등어 1마리, 대파 1줄기, 얼갈이배추 4뿌리, 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생강즙 약간, 고춧가루 약간, 식용유 1큰술, 물 1/2컵
일. 고등어는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고등어를 씻을 때 내장을 손질한 부분의 핏기를 잘 씻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을 넣어가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핏기까지 잘 씻어주면 절대로 고등어 요리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잘라준다.
자를 때도 우리는 흔히 대가리를 잘라서 버리고 요리를 하지만, 제주도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가리에서 좋은 맛이 나기도 하고, 알뜰하게 생선을 먹으려는 제주도 사람들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제주도의 '조냥정신'이다.
이. 얼갈이배추는 삶아서 씻어 길게 준비한다.
얼갈이 배추는 머리부분을 자르고 통째로 한번 씻은 다음, 삶고 다시 찬물에 잘 씻어주면 된다.
처음부터 너무 꼼꼼히 씻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삼. 대파는 어슷썰고, 마늘, 생강(생각의 씹히는 맛을 싫어하면 즙으로 넣어도 좋다.)은 다져서 준비한다.
사. 냄비에 삶아서 씻어 놓은 얼갈이 배추를 깔고, 고등어를 얹는다.
오. 분량의 간장, 설탕, 물을 섞은 것을 부어준다.
육. 다진 마늘, 생강과 대파를 넣고 고춧가루, 식용유를 뿌려 지져준다.
칠. 어느 정도 끓으면 고등어를 뒤집어 뒤에도 양념이 묻게 한다. 뚜껑은 열어 놓고 끓이면 좋다.
완성한 고등어 지짐이다.
어김없이 고춧가루는 고명처럼 위에 뿌려주기만 했다.
얼갈이 배추를 넣고 끓인 고등어지짐은 마치 우거지를 넣어 끓인 것 같다.
길고 푹 익은 배추와 고등어살 한점을 함께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보통 내가 집에서 해먹는 고등어조림과 비교해 보면 좀 다른 감이 있다.
이 고등어 조림은 무를 기본 야채로 넣고 끓이고, 고춧가루를 많이 넣는 것이 다르다.
일명 육지 스타일.ㅋㅋ
최근에는 제주도에도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느라 이런 육지스타일의 고등어조림을 하기도 한다.
각제기국
재료 : 전쟁이 2~3마리, 얼갈이배추, 120g, 물 1000cc, 청장 1큰술, 다진마늘 약간, 소금 약간
일. 각제기는 전쟁이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전갱이는 내장을 꺼내고 손질하여 씻어서 준비한다.
전갱이는 꼬리 부분에 가시같은 것이 있어서 그걸 손질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전갱이는 생김새가 고등어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고등어보다 전갱이는 조금 작고, 꼬리 부분에 가시가 있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배추는 씻어서 손으로 숭덩숭덩 잘라둔다.
삼. 냄비에 물을 넣고 물이 끓으면 전갱이를 넣고 끓인다.
사. 국이 끓으면 배추와 마늘을 넣고 한번 더 끓인다.
오. 청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이렇게 제주도 사람들은 흔히 말해서 멀건 국을 끓여먹는다.
이런 국의 맛은 그래서 '배지근한 맛'이 나고, 이게 바로 제주의 맛이다.
이렇게 멀겋게 배지근한 국을 끓이는 재료는 겨울에서 봄까지는 '장태'라는 고기가 있다.
간단히 무만 썰어 넣고, 장태를 넣어 푹 끓이면 마치 사골로 국을 끓인 것처럼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아마도 장태라는 생선의 뼈가 굵고 억세서 정말로 뼈에서 국물이 우러나오는 지도 모르겠다.ㅋ
그리고 봄에서 여름까지는 오늘 만든 '각제기'로 국을 끓여 먹는다.
간단히 배추만 손으로 썰어서 각제기 넣고 끓이는 국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런 제주다운 생선국은 나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특이한 조리법이라는 생각에 만들어 먹어봐도 완전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은 '각제기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막 돈단다.
어떻게 그렇게 입맛이 다를 수 있는지 의아해지는 것이 바로 '각제기국'인 듯하다.
며칠 부모님도 집에 와 계시고 해서, 출륙금지령과 바릇잡이 상차림이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차려졌다.
바릇국, 보말촐레, 각제기국, 고등어지짐으로 차린 한상차림이다.
그리고 우리는 잡곡밥까지 해서 이날도 배부르게 먹었다.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만약에...'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만약에 제주도에 출륙금지령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조선술이 발달했던 제주도는 쌍돛배는 물론 먼바다로 나가 조업을 할 수 있는 큰 배 만드는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대구, 참치 같은 대형 어종도 많이 잡을 수 있었겠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민어가 너무 귀한 생선이어서 제삿상에도 올린다고 하니 출륙금지령이 없었으면 제삿상 차림도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은 제주 공항이나 제주항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드나들고 있다.
일년에 천오백만명이 제주에 온다고 한다.
자유로운 왕래 때문인지 요즘 제주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음식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출륙 금지령으로 제주의 고유한 문화가 지켜졌던 것과 달리 잦은 왕래로 제주의 새로운 문화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앞으로의 제주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