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오는 목요일 저녁... 나는 멀리서 감지되는 그분의 기운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나다를까, 저 멀리서 그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얼마나 지났을까? 더없이 눈에 익숙한 그분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분이 건네는 말은 라디오 진행자의 익숙한 오프닝멘트처럼 매번 똑같다.
"집에가면 뭐할꺼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약속있으면 할수없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다는듯 웃는 낯으로 가겠다고 하고 그 분이 사라지자 한숨을 내쉰다. 그분이 언급한 밥은 밥이 아니겠거니. 또 회식이구나. 모이는 장소는 매번 같다. 같은 동네, 같은 사람, 모두가 피로한 얼굴들...우리들은 갈곳을 찾아 헤매다 결국 익숙한 가게에 방문한다. 하도 많이 방문해 우리를 알아보는 사장님은 언제나 그랬다는듯이 자연스레 술병을 가져다 준다.
분주히 자리가 정리되고 고기가 구워지고 술이 꼴꼴꼴 소리를 내며 잔이 채워진다. 그렇게 잔이 한번 돌고 또 돌고...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취기가 돌 무렵. 그분이 여지없이 일 얘기를 하신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그분이 무슨말을 하든 이야기끝에 다다랐을때 우리는 항상 같은말만 외치면 된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그렇게 짓누르던 분위기가 계속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분의 핸드폰이 울린다. 얼핏 그분의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그 후 마지못한다는듯 집으로 향하는 그분...잘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 그의 손에는 법인카드가 쥐어져있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파한다. 이 끝없는 행위를 우리는 매번 반복한다. '자율적인 참석' 이름하에...
예전에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 적이 있다. 그 날의 주제는 각국의 회식이었다. 거기서나는 깜짝 놀라게된다.
회식하기위해 1시간 더 '빨리 퇴근'한다는 캐나다의 기욤 / '필참'은 없다는 벨기에의 줄리안/ 특히나 회사에서 나오면 '인간대 인간으로써' 대우해주는 미국의 타일러
이걸 우리나라에 대입해볼까? "당신은 회식을 하기 위해 1시간 일찍 퇴근을 요구한다. 필참이 아니므로 오늘은 참석하지 않는다. 회식자리에서 상사를 상사대하듯 하지않는다." 어떻게 될거 같나?
회식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같이 일 하는 사람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관계를 좋게하여 업무에도 효율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분의 위주로 돌아가며 일 얘기를 퇴근하면서까지 들어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다. 그분은 다음날 느즈막하게 출근해서 해장국으로 한 잔 더하는건 덤이다. 특히나 매우매우 타당한 사유가 없이 빠지게된다면 배신자 취급을 받는다.
회사와 근로자는 상호계약에 의해 맺어진 계약적 관계다. 근로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며 회사는 그 노동력의 댓가로 돈을 지불한다. 물론 통상적으로 회사가 '갑'의 위치에 있지만 상호 대등한 관계라는거다. 그런데 거기서 배신자라는 관계가 성립될 일이 있나? 막말로 회사는 내부판단하에 이용가치가 없는 근로자를 언제든 계약해지를 통해 내보낼 수 있다.
언제까지 전근대적인 마인드로 운영하고 싶은지 의문이다. 거기서 발전과 개혁이 있을 수 있을까? 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