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할아버지의 기일이다. 어렸을 적 부터 유난히 나를 귀여워해주시던 그 분.
아직도 그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꿈나라를 헤매던 깊은 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그 분의 시간은 멈췄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첫 기억은 우리집이라 불리는 공장안의 작은방이었고 아침이면 공장물로 양치질을 하곤 했었다.
기계 소리가 익숙해질 때 즈음 일을 그만 두고 타지에서 식당을 하시겠다는 부모님은 나를 외할아버지댁에 맡겼다. 그렇게 그 분과의 추억은 시작되었다.
언제나 맛있었던 기사식당의 계란이 올려져있는 함박 스테이크
제집드나들듯 방문했던 어린이대공원의 동물들
주말이면 항상 틀어져있던 롯데 자이언츠 야구경기
매일 담배 한갑반을 피시고 점심때 진로소주를 반주삼아 드시던 그 분.
자신의 손자가 다들 그렇듯이 철썩같이 나를 천재로 믿고 계셨던 그 분.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 줄 것 같았던 그 분.
하지만 집안 사정이 나아지면서 나는 다시 가족과 함께 살게됐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 시작하면서 외할아버지와 점점 멀어져 갔다.
기껏해야 명절때 한번씩 뵈는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가 폐암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병문안 차 방문했던 그 분은 과거의 건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으로 호흡기를 꽃은채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지으셨다.
그 순간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죄책감, 안타까움, 절망, 슬픔, 후회 등이 격렬하게 내 몸을 휩쓸었다.
하지만 무기력한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것 정도였다.
그리고 몇달 후...그 깊은 밤이 찾아왔다.
다음날 일찍 도착한 장례식장에는 그 분의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뒤로 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다 슬픔에 짓누른채 빈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우습게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었다. 현실이 현실이 아닌것 같은 감각이었다.
어떻게 장례식이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끝나있었고그렇게 그 분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순식간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그 순간 나는 생애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다. 억눌린 무언가가 순식간에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이제 그 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족이 그 분을 기억할때, 아니 최소한 나라도 기억할때 그 분은 마음속에 영원히 존재하리라 믿는다.
그 분을 추모하며 이 글을 쓴다. 여러분들은 나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