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는 분이 ICO를 한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적정한 코인의 가치를 토론하게 되었지요. 사실 저는 오래전에 벤처투자회사에서 투자심사를 업으로 했었거든요. 대박 투자자는 아니고 펀드 몇 개 운영하면서 회사에 적정한 수익을 내주는 평범한 벤처투자 팀장이었죠. 그런데 벤처투자업을 떠난 이후에도 초기 기업과 기술의 가치를 금전 가치로 평가하는 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상화폐의 가치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여기게 되었고 전문가들의 평가 방법에 관해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오늘 한 경제 방송에 나가서 가상화폐 가치 평가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 이 사진은 그 프로를 진행하는 앵커와 함께 찍은 것인데요 설날을 앞두고 빛나는 한복을 입고 방송을 진행해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지요. 아래 내용은 오늘 방송에서 한 가상화폐 가치 평가 이야기,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 들을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도움이 되시길 빕니다. 이번에는 좀 일반적인 이야기로 흘렀는데요, 다음번 포스팅에는 구체적인 가치 평가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Q1. 작년 말 올해 초 크게 출렁인 가상화폐 시장이 숨 고르기를 하는 분위기이다. 많은 투자자는 마음을 졸이며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나?
A1. 투자의 고수 앞에서 감히 조언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과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더 깊게 고민할 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굳이 덧붙이면, 지금 거래되는 많은 코인은 완전히 만들어진 제품 같은 것이 아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보유한 코인의 개발 동향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간혹 투자자에게 호재가 되거나 악재가 되는 뉴스가 있기 때문에 국내외 뉴스 특히 개발과 관련된 소식을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Q2. 비트코인 이외에 다른 코인을 눈여겨보는 분이 많지만, 너무나 많은 코인이 있어 가닥을 잡기 어렵다. 좋은 방법은?
A2. 많은 전문가가 가상화폐 블록체인의 방향을 말할 때, 토큰 베이스드 이코노미를 강조한다. 토큰으로 만들어나갈 실질적인 경제 활동에 주목해야 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다. 비트코인 이외에도 1500개 넘는 코인이 거래되고 있는데, 각 코인이 현실 세계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한 기능과 비즈니스 모델을 세밀히 봐야 한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하는지, 과연 사용자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등 한걸음 들어가서 살펴보면 결국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각 코인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고, 그 코인을 만든 사람들이 그런 비즈니스를 수행할만한 역량이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투자 방향을 잡아나가는 좋은 방법이다.
Q3. 증시에서 기업의 경우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을 이용한 여러 가지 가치 평가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코인들은 기업이 아니고 또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라서 평가가 어렵다.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A3. 좋은 지적이다.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과거 수년간 비트코인의 가치 산정 모델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화폐로 전제한 모델이 가장 많았는데, 돌아보면 당시 추정 가치가 많이 틀린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오차는 역시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을 할 것이라는 모델의 한계 때문 같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가치평가 시도가 있으니 지켜볼 필요는 있다.
2000년도 초 인터넷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비슷한 딜레마가 있었다. 무료 이메일, 무료 웹 검색 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서 사용자를 늘려가는 기업은 많았는데 매출은 없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이 컸다. 당시 업계와 투자자는 고민을 토로하고 서로 좋은 평가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를테면 월평균 이용자 수, 페이지뷰, 고유한 접속자 수 등을 통해 기준을 만들었고, 이 산업을 평가하는 간접 지표를 끌어낸 것이다. 전 세계 많은 투자자가 서로 모여 가치평가 프레임 워크를 만들고 컨센서스를 이뤄냈는데, 과학적 혹은 경제적인 기법을 이용한 것이지만 절대적인 가치 평가는 아니었다. 결국, 상호 협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었다. 그 후 인터넷 기업의 가치 평가 방법은 광고 매출이 발생하면서 검증되고 더 발전했다.
이러한 시도가 가상화폐에서도 있어야 한다. 사실 다행스럽게도 꾸준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방법이나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평가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 이슈는 검증 가능한 규모의 코인 경제, 토큰 경제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가치 평가 방법을 검증하려면 조금 더 부지런히 연구해야 한다.
Q4. 그렇지만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코인 경제, 토큰 이코노미를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쉽게 접근해 볼 방법은 없을까?
A4. 코인 경제를 쉽게 체감하는 방법으로 스팀잇을 이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팀잇은 일반 사용자가 볼 때는 하나의 소셜미디어 사이트이다. 블로그처럼 가입해서 글, 사진, 영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것은 다른 소셜미디어 사이트와 거의 같다. 그러나 이 소셜미디어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스팀잇 전용 전자지갑도 있으며, 코인이 있다. 누구나 쉽게 스팀잇의 코인 경제에 들어올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셜미디어 블록체인 스팀잇의 보상 체계다. 소셜 미디어 안에서 좋은 글을 올려 공감을 많이 받은 저자는 코인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도 일정 부분 보상이 주어진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은 코인을 거래소에 팔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코인 경제에 감이 없다면 한번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실감할 수 있다.
Q5. 그렇다면 실제로 스팀잇이 만들어내는 코인 경제와 해당 코인인 스팀이 거래되는 시가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코인 경제를 이용해서 코인의 시장 가치를 평가할 수 있나?
A5. 지금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스팀의 시장가치는 2월 초 기준으로 약 1조 원이 넘는다.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다. 여기서 가치를 설명하는 근거로 스팀잇 내부의 활동을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스팀잇 사용자의 숫자이다. 누적 등록자의 숫자는 70만 명, 액티브 사용자 수는 40만 명이다. 두 번째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이다. 현재 6만 명 이상이고 달하고, 한 달 평균 3건 이상의 포스팅을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여러 수치가 있는데, 하루 발생하는 트랜즈액션량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렇듯 블록체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정량적 지표를 보면서 코인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제 존재하는 자료를 근거로 해서, 코인의 시장 가치를 추정하는 모델을 더 정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코인 경제를 통해 지표를 만들고 이를 여러 가지 기법을 통해 시장가치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정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스팀 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 원에 달하고 있다고 할 때,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구체적인 논거를 들고 설명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논거들이 쌓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면 구체적인 가치 평가 기법이 점차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
Q6. 그런데 스팀은 독특하게 빠르게 성장한 것 아닌가? 일반화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스팀의 빠른 성장의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보상을 준다는 것으로 이런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A6. 스팀잇 커뮤니티는 지금도 성장 중이며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팀잇이 지향하는 소셜미디어의 비전은 매우 크다. 스팀 창업자인 Ned Scott의 초기 인터뷰를 보면 단지 금전적 보상 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서로 돕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창작자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꽤 설득력 있다. 이런 메시지는 기존의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보면 매우 도전적인 생각이다. 기존의 소셜미디어는 포스팅된 글, 좋아요, 공유, 등 여러 행동에 금전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참여자는 단지 트래픽이고 커다란 광고판에 몰려드는 구경꾼의 위치에 있다. 창작자 역시 자신의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상을 얻는 것이 아니라 광고 수익의 작은 일부만을 얻게 되는 구조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사람을 응원하는 사용자의 좋아요는 알고리즘을 통해 광고 상품으로 전환되어 수익이 발생한다. 반면, 글을 올린 사람과 그 글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를 잇는 교감은 가치로 평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팀잇 창업팀의 생각은 다르다. 원작자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표시한 행동을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야말로 커뮤니티의 가치를 갉아먹는 것으로 본다. 소셜미디어에서 직접 콘텐츠 창작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자체로도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스팀의 성공 비결이라고 본다. 물론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탈중앙화 구조를 만들고 그 혜택을 이뤄내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스팀을 필두로 중간자의 개입을 없애고 창작자와 독자,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서 가치를 키워나가는 다른 코인의 시도 역시 늘고 있다. 특히 스팀잇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용자가 늘고 있는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스팀 코인의 가치도 높아지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같다. 단지 금전 보상만으로는 이런 규모를 지속해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팀은 코인 경제와 블록체인 가치 평가 방법을 만드는데 큰 사례와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Q7. 그렇다면 코인 경제 혹은 토큰 경제가 실제로 언제쯤 대세로 자리 잡게 될까? 아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화폐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 않나? 다른 코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A7. 물론 시가총액 순위로 보면 전통적인 가상화폐가 높다. 그러나 이제 상위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 작년 1월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8% 이상이고 이더리움은 4%였다. 나머지 코인을 다 합쳐도 약 8%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2월에 보면 분위기는 매우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거래량이나 시가총액의 절대 금액은 늘었지만, 그 비중은 사뭇 다르다. 총 400조 원 중에서 비트코인 35%, 이더리움 20%, 리플이 10%이고, 다른 코인이 35%를 차지할 정도로 약진했다. 그만큼 다양하게 포트폴리오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지속할 것이다.
Q8. 그럼 예를 들었던 소셜미디어에 활용한 코인인 스팀 이외에 어떤 코인에 주목해야 할까?
A8. 구체적인 코인을 집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코인이 집중하는 분야나 트랜드는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코인 혹은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의 동향을 보면, 물류, 보안, 금융, 헬스케어, 보험 등 분야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블록체인의 응용이 앞으로 이 분야에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은 부지런히 해당 분야의 1등 코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9. 전체 거래되는 코인 중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토큰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볼 때 이더리움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인가?
A9. 맞다. 이더리움과도 같은 코인은 새로운 코인이나 토큰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더리움 이외에도 10여 종의 코인이 그러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해당 코인이 얼마나 폭넓은 생태계를 가졌는지, 파생된 코인이 얼마큼 활발하게 거래되는지 등 생태계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것도 코인의 중요한 가치 평가 지표가 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더리움은 새로운 코인이나 토큰을 만들기 위한 개발 플랫폼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더리움을 토대로 개발하면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더리움에서 제공하는 표준을 따르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이더리움의 블록체인으로서의 특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오늘 보니 85조 원이 넘는데 이것만 봐서는 안 된다. 이더리움 생태계의 규모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각종 토큰 중에서 거래되는 것을 세어보면 490개가 넘는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5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이것과 이더리움 자체의 시가총액과 합치면 대략 140조 원 정도 될 텐데, 비트코인의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신규로 만들어지고 있는 코인/토큰의 90% 이상이 이더리움 기반,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NEO 네오도 자체 시가총액은 7조 원인데 네오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토큰의 규모가 늘기 시작했다. 비록 중국에 집중되고는 있지만, 네오 생태계에서 만들어진 토큰 중에서 7개가 거래되고 있고 그 시가 총액만 따져도 약 6억8천만 불에 달한다. 일본의 국민 코인이라고 불리는 NEM 넴도 플랫폼 역할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넴의 시가총액은 5조 원인데 넴을 기반으로 만든 토큰은 3개가 거래되고 있다. 그 가치는 약 1천3백만 불 정도다. 여기에 더해 넴은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과도 연동되고 있어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 밖에 비트쉐어, 퀀텀, 웨이브 등 플랫폼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은 상당히 많다.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