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를 좋아할 것 같던 단발머리를 한 아이였다. 집에가는 학원 버스에서 마지막에 남아있는 사람이 그아이와 나였다. 그 아인 무슨 음악을 듣는지 항상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었다. 그닥 친하지 않던 그 아이가 어느날 앞뒷말 없이 내게 물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해?"
"어? ... 음... " (당황당황)
자기는 자우림을 좋아한다고 했다. 들어보겠냐며 한쪽 이어폰을 내 귀에 꽂아줬다.
......
......
무겁기 그지없는 음악.
10대인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무거우면서 선율이 무서운 음악이였다. 이상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을 했고, 그 아이와는 거기서 더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20대가 되었다. 뭔가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은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의 남다름이 참 매력있었다. 그 아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들었을 때, 본인은 김윤아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 자우림의 그 김윤아? 그러면서 접한 김윤아의 2집 앨범 "유리가면"... 원래 이런 음악이였나?? 10대에 접했던 자우림의 음악과는 음악의 색이 비슷한 듯 달랐다. 김윤아의 개인 앨범이 자우림과는 다른 음악인가.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인가. 10대에 접했던 것과 같은 그런 무거움은 없었다. 20대에 만난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김윤아에 빠져들어 나의 20대를 보냈다.
20대 내도록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30대가 된 나의 음악적 취향도 좀 변하기는 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김윤아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단꿈에 마음은 침식되어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내게도 이름이 있었단들 이미 잊은지 오래인 노래
아 부서진 멜로디만 입가에 남아 울고있네
검푸른 저 숲속에도 새들은 날아들고
아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광야
자우림
그들이 가르친 이 길은 어디로 향해 있나
어제로 가는 건가? 내일로 가는 건가?
혹은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건가?
너의 머릴 밟지 않고 그 곳에 갈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오늘 하루도 살아남은 것이 기쁠 뿐인가
너의 머릴 밟지 않으려 멀리 돌아 여기 왔지만
나 발을 딛고 선 이 땅에 이미 형제는 누워 있었네
비바람 부는 광야에 한참을 망연히 서
문득 눈을 떠 보니 누군가 오고 있네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윤아가 쓴 곡들은 일반적인 대중가요라고 하기에는 단어 선택이 참 남다르다. 그녀는 대체할 수 있는 가수가 없는 자기 분야의 독보적인 유일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