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안식처 양산 통도사

flyhigh01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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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지방에 살았을 때, 힘들거나 지칠 때 찾는 공간이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였다. 계절과 날씨를 불문하고 어느 때 찾아도 위로와 위안이 되는 공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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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는 유명한 절인 만큼 365일 사람이 많지만, 대웅전을 한참 지나 산 속에 작은 암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규모도 엄청 큰 절이라서 작은 암자를 찾으려면 차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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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시간, 멀리 떨어진 외딴 암자에 주차를 하고 혼자 산책길을 걷다보니 정신없던 현실세계에서 나만 혼자 빠져나온 기분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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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작가의 시집이라기에 무턱대고 빌려온 책을 읽지도 않고 며칠째 들고만 다녔다. 그 시집을 꺼내서 한장 한장 넘기던 중 가슴에 꽂힌 "삼월"이라는 시....


따뜻하다,고 해야 할 말을
따갑다, 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을 넘었지요

높다, 라고 하는 말을
넙다, 하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에 있었지요

깊이 목을 찔린 사람처럼
언제 한번 허물없이 그의 말에 잎이 찔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첫눈이 나무의 아래를 덮고
그 눈 위로 나무의 잎들이 내려앉고
다시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그 위로 하얀 새의 발자국이 돋고

덮이면서도 지우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며 손등이며 흉터

밖에는 또다시 눈이 오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요

밖에는 천국이 지나가며 말을 거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눈 속에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삼월" - 이병률 / 시집, 찬란 중에서


천국이 지나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이와 함께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느낌일까 잠시 생각해봤다. 하아... 그러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몸에 힘이 빠지면서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한참을 앉은 자리에서 멍하니 있었다. 내 생각의 끝에 언제나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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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경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 가만히 서서 바라보자면 그림같은 통도사 서운암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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