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있는 두건을 써라.”
“입술이 촉촉해 보이게 적셔라.”
“입을 벌려라.”
“진주 귀걸리를 해라.”
주인은 하녀 그리트에게 끊임없이 외설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기를 요구한다.
그리트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든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어두운 배경을 뒤로하고, 약간 벌어진 입술론느 마치 뭔가를 말하려는 듯하지만, 무슨말을 하려고 했었는지를 잊은 듯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관객을 또렷하게 응시하고 있다.
그림이 다 완성되어 가지만 빛을 모아주는 구심점을 찾지 못해 그림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화가 베르메르Jan Vermeer는
급기야 하녀 그리트에게 아내의 진주 귀걸이를 걸어준다. 비로소 진주 귀걸이와 젖은 듯한 입술이 빛을 모아주고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탄생하게 된다.
배경도 단순하고, 인물을 칠한 색도 매우 단순하며 대조적인 이 그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커다란 진주 귀걸이다.
밝게 빛나는 흰 칼라가 달린 갈색빛 도는 노란색 재킷을 입고 있는 소녀가 머리에 슨 터번도 파란색이라 눈길을 끌기는 한다.
그리고 터번에서부터 레몬빛 베일과 같은 천이 그녀의 어깨까지흘러내리고 있다.
검은색, 흰색, 파란색, 노란색,,,, 실제로 베르메르가 사용한 색은 매우 단순하다.
색의 심도를 주기위해 다른색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색만으로 바니시를 이용해 색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이 그림을 빛내주는 것은 파란 터번보다 그림 제목과 마찬가지로 소녀의 귀에 매달려 있는 눈물 모양의 커다란 진주 귀걸이다.
어둠 속 목의 한 부분에서 진주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소녀의 귀에서 반짝이는 진주는 젖어보이는 입술과 커다랗고 촉촉한 두 눈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왜 하필 진주 귀걸이였을까? 베르메르는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베르메르는 진주가 갖는 ‘순결’의 의미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 그림을 그렸는데, 실제로 이 소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녀의 결혼에 맞춰 그려진 초상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 얀 베르메르, 1665년경,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
진주가 얼마나 귀한 선물이었는지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100세가 넘어서 얻은 아들, 이삭이 순결한 리브가에게 사랑의 증거로 진주 귀걸이를 처음 선물한 것으로도 증명된다. 사랑의 속삭임을 귀로 듣고, 그에게서부터 받은 진주 귀걸이가 움질일 때마다 목에 닿는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게 남자에게 살아받는 모든 여인들의 소망이 아닐까?
이 작품은 1882년 팔렸다는 기록을 끝으로 1903년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이 소녀의 매력적인 초상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수많은 보존 처리를 했는데도 여전히 크랙이 많은 불량한 상태이다. 그러나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유럽의 지오콘다로 칭송받으면서 유명해졌다. 지오콘다는 프랑스가 국보급으로 대우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 많지 않은 베르메르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추앙받으며 타국에서 그의 작품전이 열리더라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만큼은 절대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네덜란드인들은 이 작품을 국가의 소중한 보물로 여긴다.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