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경우에는 내신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다. 1, 2학년에서는 3등급과 4등급 사이에 해당했고, 3학년에서는 더 좋지 않다고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수능모의고사 성적은 아주 좋지 않다. 대체적으로 5등급쯤 해당하는 것 같다. 딸은 3학년 1학기까지 내신이 중요하다면서 모의고사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에 내신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에는 수능공부를 해봤자 어차피 성적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수능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수능공부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인 나는 상당히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공부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놀게 만드는 이러한 제도가 왜 있는가? 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서 지금의 입시 제도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많다.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의 비율이 7 대 3, 혹은 8 대 2 정도로 수시가 정시보다 훨씬 많은 것은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공부 의욕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시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변별력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학력고사 혹는 수학능력평가라고 하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뽑는다면 공부를 잘 하고 열심히 할 학생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는 내신보다 오히려 수능성적의 변별력이 있지 않을까?
다만 수능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면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등 특수학교들이 지나치게 부각될 것이고, 이것은 고등학교의 서열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알기로는 이러한 특수학교들이 과학영재나 외국어영재 등을 양산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과학을 잘하는 영재는 얼마든지 배출될 수 있다. 단지 과학고등학교에서는 그러한 영재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고등학교에서는 특수 분야에 대한 몰입교육보다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나는 대학입시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고등학교 3학년생을 자녀로 둔 입장에서는 자녀가 적어도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대학교에 가느냐는 둘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공부를 등한시하게 하는 현행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 딸에게 3학년 2학기에도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난감하다.
(덧붙임)
글을 퍼블리시한 다음 생각하니, 나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정책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3학년생을 둔 아빠로서 지나치게 딸의 교육에 무관심했던 것이 반성이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학교에 꼭 가야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려면 대학에 가야겠지만,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물론 자기 분야에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껴 대학에는 나중에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 밥벌이는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