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아주 재미 없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위 사진 속의 인물은 "미제스"입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사실 저는 대학 때 경제학 원론과 거시경제학 정도 공부한 수준이라서 경제학에 대해 정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경제학과는 동떨어진 채 살아왔습니다. 더구나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요.
금융위기와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그러던 중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미제스 재단(https://mises.org/library/books)으로 가면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 학파는 지금 비주류 경제학자로서 매우 이념적인 사람들이지요.
"자유주의"의 철저한 신봉자들입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지요. 어찌 보면 매우 보수적일 것 같기도 한데요. 맞습니다. 공산주의에 대해 철저히 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엄청 싫어하는 기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연방준비이사회, 즉 미국 중앙은행입니다. 모든 중앙은행을 싫어합니다.
이 사람들은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중앙은행이 낮은 이자율로 시장에 돈을 쏟아붓는 "펌프질"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펌퍼질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뻥 하고 터지기 마련이니까요.
(낮은 이자율은 실생활에 바로 쓰는 소비재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자본재나 집과 같은 내구재에 대한 투자를 과도하게 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투자실패를 일으켜 빚더미에 올라서게 한다는 겁니다. 빚을 청산하려면 이제는 신용공황 사태가 벌어집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들은 철저한 "금본위주의자"입니다. 중앙은행이 종이돈을 마구 찍어내지 않고 화폐를 일정량으로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철저하게 배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언제나 시장 형편에 맞는 이자율에 따라 돈을 빌리게 되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적절하게 공급하게 되며 불필요한 자본재의 급격한 가격상승을 막아 오히려 경제적으로도 평등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이 2100만개로 제한된 이유
비트코인이 등장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가 양적 완화를 통해서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내겠다고 하면 시민들은 곧 "인플레이션"의 공포에 질리게 되고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통화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이 2100만개로 채굴량이 한정되는 것은 이러한 정부의 무한 발권력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있었지요.
또 분산원장이라는 것도 중앙은행이 단 하나의 장부로 모든 거래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저항의 의미였구요.
비트코인은 중앙화가 아니라 "분권화"의 길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점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와 일맥상통하는 점입니다.
이런 정신을 본받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발행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디플레이션 화폐의 난점
그런데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에서 주장하는 금과 같은 실물화폐는 결국 "디플레이션" 화폐입니다.
디플레이션 화폐란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디플레이션 화폐는 점점 거래에서 쓰이지 않게 되는 점이 문제가 있습니다. 기술혁신과 같은 원인으로 물건의 가격이 싸진다면 좋은 것이지만 그냥 화폐의 공급량이 너무 적어 물건 가격이 싸진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화폐를 소유하려고 할 뿐, 실제 거래에서는 화폐를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옛날부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품질이 나쁜 금화만 쓰이고, 질 좋은 금화는 금고 속에 갇힌다는 말이죠. 좋은 돈은 쓰이지 않고 나쁜 돈만 쓰인다는 겁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는 아주 좋은 화폐입니다. 통화량이 철저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그 가치가 계속 올라간다고 생각되니까요. 그럼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거래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쌓고 축적하는 것에 열을 올리게 되지요.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영원히 계속해서 가격이 올라갈까요?
글쎄요. 금 태환이 정지된 이후로 금 가격이 엄청 뛰었다가 다시 폭락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습니다.
경제가 안정되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투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 가격의 폭등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작용될 뿐 장기적으로 언제나 금 가격이 오른다고는 못할 겁니다.
암호화폐가 "투자자산"으로만 남는 것은 그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암호화폐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폐를 대체하겠다고 등장했습니다. 미국 달러처럼 화폐도 일종의 투자자산일 수 있습니다. 즉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겠죠.
화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치 교환의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암호화폐가 투자자산이 된 것도 처음에는 거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교환의 수단이라는 점이었는데, 그 본질을 망각한 채 무한한 가치상승만을 기대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뻥 하고 터질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럼 암호화폐의 장래를 위해서는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완만하게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