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OHN입니다.
요즘 블록체인 기술로 실현될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이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에 관한 미래상입니다. 며칠간은 이에 관한 포스팅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순서는 (1) 새로운 산업혁명(IR),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진행하고, (2) 현금 없는 사회 도래의 개연성과 필연성 등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갖춰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3) 현금 없는 사회가 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후생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등을 얘기하려 합니다.
1. 새로운 산업혁명에 관한 일반적 논의
-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일명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최근 국가와 산업을 불문하고, 새로운 산업혁명과 관련된 논의와 경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최근의 논의들은 변화의 형태를 목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다소 추상적인 예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과도한 호들갑과 과도한 무관심의 양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는 로봇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 대부분이 대체되고, 소수의 자본과 엘리트들만이 거의 모든 부를 독식한 결과 우리의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감정적인 접근이다. 후자는 로봇공학이 현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기술변화의 실체를 실감하지 못하는 까닭에서 온 무지한 접근이다. 이처럼 새로운 산업혁명에 관한 불확실성이 너무도 크다는 점에서 그것은 유령에 다름 아니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미지의 어느 시기에는 이제까지 우리가 지탱해왔던 삶의 기반과 신념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변혁이 발현되고, 이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격동의 역사에서 언제나 이름을 남긴 사람은 선지자 같은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정세를 적확히 읽고서 무감하지도 또 민감하지도 않게 합리적으로 대비했던 사람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우리는 가용한 정보들을 이용해서 나름대로 최선의 예측을 해야 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 왜 새로운 산업혁명인가
- 우선 용어에 대해 논의해보자. 최근의 기술변화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혁들을 총칭하여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를 경제사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리 온당한 이름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사회경제구성체 이행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명명(命名)은 어쩌면 변화의 본질과 변혁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정도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 영국에서 출발한 1차 산업혁명은 오랜 기간 자본의 본원적 축적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진행되었고, 종래의 봉건적 질서들을 와해시키며 자본주의 체제를 정착시키는 지반을 만들었다. 그 이후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이 출현했고, 생산과 자본이 집중됨에 따라 흔히 2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독점자본주의로 발전했다. 주된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공업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생산력이 보다 축적되었고, 고속성장을 향유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 등은 세계화를 촉진하면서 3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3차 산업혁명 시기에서는 자본의 심화와 세분화가 고도로 진행되었는데, 자본의 세분화란 자본의 형태가 물적 자본과 지식 자본, 인적 자본 등으로 분화됨을 뜻한다. 이에 따라 종래의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자본과 고숙련노동, 미숙련노동 등으로 세분화되었고, 노동자의 양극 분해의 정도는 격화되었다.
- 1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봉건적 체제와 결별하게 하면서 자본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이후 두 번의 ‘혁명적 변화’들도 각 단계에서의 기술혁신에 힘입어 사회경제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렇지만 이 변화의 힘들은 자본주의라는 공통의 사회경제적 구성체 하에서 지속된 것이며, 한편으로는 외려 자본주의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혁명’이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세 혁명에서 일어난 기술적 변화들은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즉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노동과 자본이 결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Klaus Schwab이 다보스포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변화시킬’만큼 그 변화의 규모와 범위, 그리고 복잡성은 엄청날지 모른다. 초지능(super-intelligence)과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보편화와 사회 전반에서의 자동화는 사회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기에 충분할 것이고, 종래의 질서들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제기될 수 있는 물음들은 ‘로봇 시스템이 뿌리를 내린 사회가 도래하면, 소수의 기술노동 외의 대부분의 인간노동은 불필요해지지 않을까?’, ‘대량의 실업이 발생함에 따라 인간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이고, 또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 ‘자본과 노동이 서로 대응되는 자본주의 체제는 존속 가능한 것일까?’ 등일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올 파급력이 이처럼 막대한 것이라면 사회경제적 구성체의 관점에서 볼 때, 1차 산업혁명이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한 것과 같은 진정한 혁명적 변화는 ‘4차 산업혁명’에서야 비로소 나타날지 모른다. 이러한 사고에 바탕을 두고 본 글에서는 2차, 3차 산업혁명은 본래적인 의미에서 ‘혁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개혁 내지는 발전에 가까운 것이라 간주하고서, ‘4차 산업혁명’의 용어를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 다소 자의적인 용어로 대체하기로 한다.
(2)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상과 특징
- 그렇다면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 변화상이 나타날 것인가? 먼저 이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이 도표화할 수 있다.
가. 기존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들
-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들을 선명히 포착하기 위해 기존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들을 먼저 살펴보자. 인류 역사에서 기술발달의 형태는 인간의 손과 발을 대체하고 머리를 주로 활용하는 자본 편향적이면서 숙련 편향적인 기술진보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제 부문의 연결성이 강화되는 과정이었다. 다시 말해 기계의 성능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생산 환경에서 인간의 단순노동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고, 그 대신에 큰 가치를 부여받게 된 일들은 지식노동과 숙련노동 등이었다. 자본과 지식노동 등이 결합해 출현한 인터넷은 비로소 자동화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사회경제 각 부문에서 연결성을 증폭시켰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획득할 수 있게 됐고, 자연과 인간 또 인간과 인간은 더 쉽고 빠르며 긴밀히 연결되었다.
- 산업혁명 시대에서 단순노동의 중요도는 점차 감소하긴 했지만, 생산과정에서 자본과 노동의 결합은 여전히 필수적이었다. 생산은 특정 수준의 가용기술과 생산요소의 분명한 제약 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실업은 악덕인 반면 완전고용은 미덕이라는 식의 사고가 지배적인 것은 자연스러웠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분명 물질적인 결핍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해방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불러왔다. 물질적 제약 하에서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생산성 강박은 인간을 노동의 산물과 노동과정, 심지어는 유적 본질로부터 소외시키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했다. 또한 경제성장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장숭배의 이념들이 제도 내에 곳곳이 스며들어 물신주의라는 현상을 배태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들과 특정한 형태의 기술진보는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달할수록 실업은 증가했고 빈곤층의 규모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 간 분배는 악화되었고, 동시에 노동자 안에서의 분배도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지위에 따라 극적으로 양분되는 등 사회적인 불평등이 점차 확대되었다.
최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분배구조가 악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인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뿐 아니라 세계화에 따른 아웃소싱을 들기도 한다. 인터넷 보급, 자유무역의 보편화 등으로 상징되는 세계화는 국가 간 교역의 비용을 극적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에서 모든 활동을 제어하는 것보다, 중간재 부품생산이나 서비스 공급 등 일부 기능을 개발도상국 기업에 위탁하는 활동이 비용 측면에 있어 효율적인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상품 생산에 있어 판매하기까지는 숙련도의 순서에 따라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 부품 조립 등 여러 단계가 있다. 이때 선진국에서 부품조립의 단계를 따로 분할하여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을 하는 국제적인 분업체계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선진국 기업은 기존에 비해 더 숙련노동 집약적이 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비숙련적인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숙련적인 환경이 된다. 이처럼 양국 모두 기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련노동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어, 비숙련노동 대비 숙련노동의 상대임금은 양국에서 상승하게 된다.
나.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특정한 유형의 기술진보, 즉 숙련노동 편향적이고 자본 편향적인 기술진보가 가히 혁명적일 만큼 심화될 것이다. 이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기술적 특징은 초지능화라 요약할 수 있는 자동화와 초연결성이 될 것이다.
- 자본은 한층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식노동과 숙련노동을 활용해 로봇과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것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수준의 기술적 실업이 발생하며 인간의 단순노동은 상당 부분 사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급속히 제 산업부문에 적용되어, 사회 전체적인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낭비되는 자원을 극소화함으로써 일명 한계비용이 제로로 수렴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공지능망을 기반으로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Machine Learning)할 수 있게 되면, 인간의 숙련노동마저 점차 대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기술적 환경에서는 노동과 자원 등이 지속적으로 과잉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더욱이 노동에 대한 수요가 극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대량의 기술적 실업이 발생해 큰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극단적인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적 고려가 아주 중요한 경제적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이 항구적으로 지속된다면, 사실상 자본과 노동의 관계가 거의 해체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경제사회구성체를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 이와 더불어 사물인터넷(IoTs: Internet of Things)의 구현 및 빅 데이터(Big data) 처리기술의 확장은 인공지능과 결합되면서 급속도로 산업경계를 허물고, 사회경제 전반에 완전히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가령 사물인터넷이 일반 가전들에 적용된다면, 이용자가 이동통신 기기를 사용해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제어하는 게 가능해 질 것이다. 또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즉 전력망에 사물 인터넷이 적용되어 전력 생산과 소비정보를 양방향 및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전력 수급이 완전 효율화되는 지능형 전력망이 보편화되면 인류의 에너지 체계에 지대한 변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스마트 그리드 환경에서는 각 가정이 태양광과 같은 재생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창출된 재생에너지는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판매하거나 전력 에너지로 바꾸는 등의 에너지 분산화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술적 환경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인류는 비로소 화석연료나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는 환경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초연결성이 발현된 한 가지 예는 제조 공장에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어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가 출현할 것이라는 예상인데, 이때 제조공장의 공급자는 제조로봇의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와 물량의 제품을 즉시 만들 수 있게 되고, 해당 주문을 즉각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쉽게 말해 품종의 수와 생산의 양에 제한이 없어지는 것이다. 초지능화와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온디맨드 경제가 도래하면, 수요정보와 공급정보는 즉시적이고 완전히 연결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하는 고유한 모순, 즉 생산과 실현의 문제는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변화상 중에서 초연결성과 관련된 또 다른 변화 가능성은 실물화폐가 없어지고 디지털 통화가 이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서 발현되는 금융시스템의 대변혁, 그리고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 가능하게 되는 정치구조 변화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블록체인 기술이 실현시켜 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후 포스팅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내용이므로 구체적인 언급을 생략하도록 한다.
- 지금까지 새로운 산업혁명의 일반적 논의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다음 포스팅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기술적/경제적 조건과 그 효용성' 등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