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해 첫 글을 써 보네요. 건전한 비판과 논의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
2017년, 최고의 해를 누린 비트코인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20배의 상승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현재 암호화폐는 환상이 아니며, 암호화폐 이면의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만큼이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기술적으로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성공적인 기술은 해당 기술이 어디에 사용되는 것이 제일 적합한지 시장에 의해 결정되기 전에 거친 성장의 가시밭길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회의론자와, 기술적으로 무지한 사람들,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암호화폐가 선사시대를 지나 완숙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제일 빠르면서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암호화폐를 쥐어줄 수 있을까요?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암호화폐가 쓰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제가 비트코인 얘기를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듣는 이야기이죠. 엊그제는,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모티 : 아버지,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기존 화폐보다 장점이 많아요.
아버지 : 근데 비트코인은 손으로 만질 수가 없잖아!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비트코인은 실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죠. 하지만 이 글에서 하고자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 아버지는 비트코인 비관론자이십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널리 사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트코인을 일반 법정화폐처럼 ‘물리적으로’ 만지거나 볼 수 없는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심리적 이유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현재 암호화폐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의 Mass adoption은 이러한 비관론자들도 비로소 사용하고 가치를 인정할 때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의론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지하철에서 1000원짜리 물건을 팔 듯이 구구절절 그 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상책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실체가 있음을 설명하기보다, 그 사람이 믿는 화폐의 개념에 비트코인을 넣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즉, 비트코인을 물리적으로 쥐어 주면 됩니다. 이게 비트코인이다. 한 번 손에 쥐어 보라. 주머니에 넣어 봐라. 해장국 한 그릇 주문해 봐라. 잘 되지 않느냐?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Tangem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만지거나 저장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만드려는 프로젝트입니다. Tangem 화폐는 ‘스마트 화폐(smart note)’로, 암호화폐나 다른 디지털 자산을 저장해 다닐 수 있는 특수 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카드들(예 - TenX)과의 차이점은 단순히 계좌를 카드에 '연동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칩 자체에 내장하여 하드웨어 월렛처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Tangem 카드를 통해 사용자끼리 암호화폐를 더욱 쉽고 안전하게 보내거나 받을 수 있죠. (대중교통 이용시 선불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는 행위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마트 화폐'를 통한 '물리적인 거래'는 온라인 거래보다 더 빠르고, 수수료가 없으며, 익명성이 보장됩니다.
Tangem 프로젝트는 암호화폐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2014-2015년 즈음에 여러 엔지니어들에 의해 고안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칩이 너무 느렸고, 안전한 암호화 시스템을 적용하기 힘들었으며, 전력 소모가 컸고, 생산 단가도 비쌌습니다. 심지어 크기가 커서 휴대성도 떨어졌죠.
하지만 미세 칩 공정 기술의 발전과 NXP, 삼성 등의 거대 기업과의 협업에 힘입어 스마트 카드에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들을 담는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성, 휴대성,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메리트가 생긴 것이죠.
Tangem 팀은 타원곡선을 이용한 암호기술(비트코인에 사용한 것과 비슷한 SHA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이 칩에 적용되어 해킹에 매우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하나의 Tangem 카드를 해킹하는 것이 다른 카드와는 전혀 연관이 없기 때문에, 해커가 한 개의 Tangem 칩을 해킹할 유인이 매우 적다고 설명하고 있죠.
이 글에서 칩의 상세 구조를 설명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NFC기능 등 기존의 신용카드나 다양한 용도의 카드 들이 갖고 있는 기능을 '스마트 노트' 기술을 통해 그대로 물려받되, 그 기술을 암호화폐와 다른 디지털 자산들에 적용하겠다는 아이디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카드 사용자끼리 만나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주고 받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
이 부분이 사실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답은 매우 간단하죠.
사실 암호화폐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만,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는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암호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키를 생성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사용 방법이나 주의할 점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합니다. 기존에 쓰던 법정화폐와 신용카드의 편리함에 만족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 피곤한 일이죠.
하지만 만약 기프트 카드나 체크 카드처럼 비트코인을 직접 칩에 내장 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비트코인을 쓰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해 알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현금과 신용카드를 쓰는 방법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러한 카드를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면, 비밀번호를 지키는데 시간과 정력을 쏟을 필요가 없습니다.
Tangem 카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암호화폐의 기치인 탈 중앙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Tangem은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다른 디지털 자산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만의 화폐를 발행하여 Tangem 카드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는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담길 수도 있고, 회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 Tangem 카드에 담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따라서 Tangem 카드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자산들이 Tangem 프로젝트 위에서 돌아갈 유인이 생기죠. 실로 유용한 카드입니다.
현재 생산되는 Tangem 카드의 생산 가격은 2$가 넘지 않습니다. Tangem 팀은 현재 수백만 개의 카드를 생산했고, 수십 억 개의 카드가 생산된다면 현재의 법정 화폐처럼 널리 쓰일 수 있을 거라고 내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POW방식의 코인을 수수료 없이 주고 받는 것이 과연 올바를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Tangem 카드의 기술적인 소개가 아직 부족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Tangem 프로젝트는 비트코인의 상용화와 관련하여 진행되는 사업들 중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비트코인을 보급하려 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쪽 방면으로는 가장 선두에 달려나가는 스타트업인 만큼,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길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은 저 같은 뉴비를 위해 스파를 임대해주신 @abdullar 님의 지원으로 작성될 수 있었던 글입니다! 스티밋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압둘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무럭무럭 커서 스티밋을 더 아름다운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