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담수첩] 스티미언 발자취 따라 나선 파주 나들이. 첫번째, 가을이 떠나가 버리기 전에. 호수 위 다리는 출렁출렁, 내 다리는 후들후들.
지난 토요일 저녁 동생 내외가 저녁 식사를 위해 집에 왔다. 시댁과 친정은 멀수록 좋다는데 가까운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집 앞의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날 나들이 가자는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나왔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생각난 것은 스팀잇. 어디를 가야 할까,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가야 할 곳과 먹을 것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같은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지도를 펼쳐 동선을 짰다.
파주 동쪽 아래 끝에서 서쪽 위 끝이로구나! 드라이브 신나게 하겠구나...
집을 나설 때부터 날씨가 좋지 않음을 인지했는데, 외곽순환도로를 타기 위해 한강을 건널 때 바라본 하늘은 역시나 좋지 않았다. 제목과 노랫말이 역설이게 들리는 노래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은 이제 대비되어 들리지 않았다. Random 재생이 되어 있는 플레이 리스트에서 이 노래가 갑자기 흘러나오는데, 내 살갗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한 번 더 가서 빠져나와야 했을 인터체인지를 앞당겨 빠져나왔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경로를 다시 설정합니다.'
덕분에 구불구불한 국도를 더 오래가야 했지만, 도착 예상 시간은 그리 길게 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 ○ ○ 의 도시 양주시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이곳은 ○ ○ ○ 의 도시 장흥시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이곳은 ○ ○ ○ 의 도시 파주시입니다.'
아직 가야 할 곳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고개 몇개를 이리저리 넘나 들었다. 중간중간 가볼 만한 곳을 나타내는 갈색 표지판도 많았지만, 서로의 지역이 사랑이 넘쳐나는 도시라고 경쟁하는 듯 수없이 많은 모텔을 지나쳤다.
드디어 도착을...했는가 싶었는데 주차장마다 안내요원들이 만차임을 알려주며 계속해서 직진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생전 처음 들어 본 호수였는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 너무 붐비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다. 주차는 결국 조금은 떨어진 8 주차장에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 둘러보고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둘러보는 동선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절대 자기 합리화는 아니다.
8주차장에서 출발해야 오를 수 있는 계단. 호수 수심이 25m라 그랬으니 아파트 8층 높이는 될 것 같았다.
단숨에 올라가 바라본 풍경. 호수만 보려고 왔을까. 실망은 이르다. 입장료, 주차료도 무료!
작년 여름에 다녀온 칠갑산 천장호, 207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출렁다리. 다리 중간의 바닥이 투명해서 더 짜릿했던 기억. 고추의 도시 청양답게 직관적으로 고추를 형상화한 공무원들의 센스에 감탄했던 기억. 잘 지어놓은 다리에 고춧가루 퍼붓기! 사실 이곳 마장호수까지 오게 된 이유는 작년의 천장호 출렁다리 생각이 나 이 호수의 출렁다리도 건너보기 위해서였다.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은 나무 데크 길과 오솔길로 연결되어 있다. @songvely 님의 포스팅에서 봤던 곳에서 한 컷. 고맙습니다 좋은 곳 소개해주셔서! : )
스팀잇으로 알게 된 곳을 오니 또 다르게 보이는 시선. @emotionalp 님의 글과, 그에 덧 붙여 쓰신
@pistol4747 님의 글도 생각났다.
산이 호수에 담기고, 호수가 산을 비추는 것 같아, 밥 로스 아저씨가 생각나는 그림같은 풍경.
마침내 출렁다리로 오르는 계단이 보였다. 유니폼을 입고 온 듯 전세버스를 대절해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조용히 호수의 풍경을 즐기고 싶은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큰 목소리들. 취식, 취사 금지라고 버젓이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 옆에서 취식을 하고 계신 어르신들. 전세는 버스만 이었지, 이곳은 아니라구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출렁다리. 건너기 전에는 이곳을 왕복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호수 전체를 두르는 길이 다 이어져 있지 않아, 다시 건너야 했다. 역시 8주차장에 차를 세우기를 잘했다...
처음 건널 때는 사람이 다리 위에 가득했다. 혹시나 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조심스럽게 다리 위로 발을 올렸다. 안내문에 쓰인 것처럼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우측통행을 해서 그런지, 그 많은 발걸음에 다리는 더욱더 좌우로 출렁거렸다. 발을 세 개 구르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다리가 출렁일수록 더욱더 세 개 발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무서워서 손이 떨리는 게 아니다. 다리가 출렁여 화면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 다리가 내 다리는 아니였...혹여나 스마트폰 놓치지 않으려고 세개 쥐어잡다가 폰 부수는 줄 알았다.
입장료 무료에 주차비까지 공짜여서 그런가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덕분에 호수를 따라 난 길에서 한가로이 풍경을 즐기는 여유는 누릴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늦었다면 바싹 마른 저 잎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멀리까지 와서 호수만 보기 아쉬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쌌다. 벽초지 수목원이라는 곳이었는데, 호수에서 본 낙엽들이 생각나 9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봐야 후회만 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향했다. 벽초지 수목원은 드라마나 CF 촬영 장소로 많이 쓰여 다른 계절에 오면 좋을 것 같아, 다음을 기약했다.
멋진 여행지를 소개해주신 @songvely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이제 구경도 했으니, 먹을 차례! 어떤 분이 소개해준 식당으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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