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같은 생각, 다른 장소. 다른 생각, 같은 장소.

eternalight(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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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늦게 어제 뜬 달이 밝고 또 밝은 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오는 날, 엄마는 생애 첫 동쪽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러 여행을 떠났다.

서울의 바로 남쪽, 정남진을 고향에 둔 그녀에게는 삼십여년을 살고 지낸 도시의 바로 동쪽, 정동진은 처음 가는 곳이었다.

내 고등학교 첫 겨울방학, 마음에 맞는 반 친구들과 처음 찾았던 정동진.

그 때도 밤 기차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늦은 저녁 시장에 들러 기차 안에서 까먹을 귤 한 상자를 사들고 각자 준비 한 물건들을 양손에 들고 청량리로 향했다. 그렇게 출발한 기차는 휘어질 정도로 목이 달랑달랑 하고 날이 꼬박 새고서야 해안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년만에 바라본 동해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과 광주를 갔다 왔다 오고도 남을 시간을 그때는 그렇게 뭣 모르고 다녀왔었다. 이제는 그때의 열차가 아닌 다른 열차가 생겨 목이 달랑달랑 할 고통이 덜 하게 다녀올 수 있는 모양이다. 춘천을 들려 식사를 하고도 해가 뜨기 전 정동진에 도착한단다. 여행이 익숙치 않을때는 역시 패키지가 최고니라.

그렇게 간간이 이동하기 전에 엄마는 사진을 보내왔다. 각자의 가족들에게. 누구는 대답을 하고 누구는 대답이 없다.

새 해를 맞이 하며 시간을 놓친 드라마를 꺼내들었다. 그 전에 편의점을 들러 맥주 4캔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려던 순간, 배춧잎 한장으로 계산되리라 여긴 값이 나의 계산과 다르다. 행사가 끝이 난 것인지 처음보는 알바의 문제인지 그건 알바가 아니라는 듯 나는 다시 맥주를 돌려 놓고 다른 편의점을 향해 내가 원하는 값을 치루고 돌아와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았다.

분명 1부 2부를 합해 두시간 남짓 한 드라마였다. 빨리 보고 빨리 글 쓰고 빨리 올리고 일찍 일어나 새해를 맞이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실시간으로 눈과 손을 움직이며 보고 쓰다 보니 어느새 생각했던 시간을 넘겨버렸다.

싱숭생숭하는 마음에 잠도 오지 않고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부엌으로 향했다.

그렇게 찍은 2017년 마지막으로 지는 서쪽하늘의 완전히 동그랗지 않을 달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몇 시간이 채 지나고 나면 내 뒷통수로 내가 보이지 않을 해가 뜨겠구나. 그녀는 새 해 그것도 생애 첫 일출을 바라보겠구나. 일기상으로는 날이 맑을 것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그 찰나를 놓치지는 않을까, 찰나의 순간도 모르게 이미 허무하게 지나쳐 버렸거나, 가기 전 일러둘걸 후회가 왜 그때서야 드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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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뜬 눈으로 지샌 새해 첫날 첫 일출을 그녀의 눈으로 보게되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서울의 바로 동쪽이라는데 한반도의 동쪽은 구부정히 반듯한데 왜 엄한데서 해가 올라올까. 십여년전 나는 백사장을 경계삼아 직각으로 바다를 바라보다 떠오르는 해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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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녀는 나의 우려가 무색하게 놓치지 않고 떠오르는 해를 잡아냈다.

그렇게 사진과 함께 온 글귀.

너무나 당연하고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술김에 잠김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사르르 골아떨어졌다.

노랫말같이 나에게 이 세상의 축복같은 구경을 하게 만들어준 그녀의 첫 해바라기 구경을 응원하며, 십팔번 마음 속으로 부르고 듣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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