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외갓집에서 하루 지내고 올라가는 길이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하루를 보내고 가는게 오랜만 일까. 처음 일까.
어제부터 할머니는 메주를 쑤신다 했다. 손주 서울 밥 먹이고 서울 올려 보내고 댕신 혼자 쑤신다했다. 어찌 그냥 올라갈까. 아무리 콩 두되 밖에 안 되는 양이지만 말이다.
‘어여 올라가그라 할머니 혼자 하면 됭께’
‘메주만 삶고 올라갈게요’
‘그럴려? 그래라 그럼’
(똑같은 대화의 반복 수십번)
‘들어가 계셔요. 추웅께’
불을 때고, 땔감을 계속 넣고 끓어오르는 솥뚜껑에 물을 조금 붓고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 냥이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네.
‘할머니, 이걸 혼자 어떻게 다 하신다 그러셨어요’
‘다 혀, 할머니 혼자도 다 할 수있어. 그만 올라가그라’
‘이것만 하고 올라 갈게요’
밥을 먹고 설거지를 다 마치니 할머니가 밖에서 절구에 콩을 찢고 계신다.
‘할머니 두시간 있다 하신다면서요’
‘금방혀 어여 올라가’
‘서울 가는 차 겁나 많어요’
콩을 찢다보니 생각의 반복이 계속됐다. 어찌 이걸 혼자 다 하신다고 그러셨지. 중간에 전화온 큰외숙모도 이왕 하는 거 다 도와 드리고 가라 하신다. 외숙모 주말마다 내려와 고생이 많으시네요, 할머니 고집이 장난아니어요. 할머니 잘 하시디. 잘 몰라도 잘 보고 해. 예전같지 않으시니까.
짠. 절구통이랑 솥 씻고 정리하고 오니 벌써 다 빚어 놓으셨네.
할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둘만의 추억을 빚고 가는 거 같아 버스타러 가는 길에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나중에라도 할머니를 추억할 장면들이 하나 더 생겼구나.
할머니 지금 같이만 건강하게 지내주세요. 오래오래라는 말은 붙이지 못 하겠다. 할머니 돌봐주시는 큰외삼촌 내외 두분은 엊그제 서로 입원과 퇴원의 바톤을 주고 받으셨다. 퇴원하신 외숙모는 짧게나마 뵙고 왔는데 외삼촌은 못 뵙고 올라가네. ‘외삼촌이 해야 할 걸 니가 다 했네. 잘했다.’ ‘건강하세요. 또 올게요’
그새 광주에 도착했다. 서울가는 버스 갈아타고 엄마 보러 가야겠다. 할머니는 오늘 마을회관에 가실 수 있었을까. 니 덕에 편히 끝냈다. 그 한마디에 다 담겨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