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이번 주 목에 담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방청소하고, 전 부치고 했던 일기를 쓰려 했지만, 이케아가 잠식해버린 일기.(feat 이터널라잇의 iphone 6s)

Words
625
Reading
3 min
8y
Listen to this post
~4 min

크기변환_IMG_2335.JPG


0

사진부터 올리고 글을 쓰려는데 이놈의 아이폰이 PC를 신뢰할 거냐고 계속 물어온다. 이미 그 답은 전에 줬잖아? 껐다 다시 켜도 소용이 없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 한 업데이트의 결과인 걸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글부터 쓰고 너를 손봐야겠다.

1

오늘은 오랜만에 동생과 집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웬일로 밖에 안 나가고 집에 다 있나 했더니 추석 전, 시집가기 전, 자기방 대청소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것이...하루로는 모자랄 텐데 했는데 역시나 였다. 도와줄 마음은 없었다. 나도 내 방 청소를 해야 했으니.

2

저번 주 이케아를 다녀왔다. 그 얼마나 오래 알아왔던 이케아인가. 대학교 다닐 때 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썸머와 톰이 뛰 놀 던 그곳을 동생 내외,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가기 전에 들른 동생 신혼집에는 큰 살림살이가 다 들어와 있었다. 이제 곧 진짜 떠나는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3

동생네 잡다한 것도 사야 했고, 우리 집 식탁도 바꿀 때가 됐었다. 이케아가 집 근처에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입으로 들어가면 응응에서 나와야 하는 이케아의 구조를 알고는 있었으나, 좀 너무 한다 싶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샤워 효과인가? 중간에 위장을 뚫고 나오고 싶었지만 이미 뚫을 기력조차 잃고 말았고, 뚫을 길 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케아가 그런 곳이다.

4

그곳에는 젊은 부부와 커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기력을 잃기 전에 다시는 이 조합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졌다. 이케아의 입을 들어갈 때는 즐거웠으나, 위장쯤에 도착하니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다음에는...썸머와 톰처럼...십이지장쯤 도착하자 다이닝룸이 나타났다.

5

사려던 식탁은 이것이 맘에 들면, 저것이 맘에 안 들고 그랬다. 마음에 드는 식탁을 골랐지만 다리가 튼튼해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기에는 이쁘나 얼마 못가 헤어질 것처럼 생겼다. 이미 그 끝이 보이는 만남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야멸차게 돌아섰다. 안녕.

6

홈 오피스 코너에 들어서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죽이 벗겨져 연신 스펀지 가루를 토해내고 있는 내방 책상 의자가 이제 헤어질 때가 됐다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가. 아쉽지만 보내줄 때가 되었다. 가죽 달린 것은 고르지 않으리라. 패브릭 소재에 등에는 메쉬, 팔걸이가 있고,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놈으로 골랐다.

7

응응에 거의 다다랐다 싶었다. 이제 적어온 목록을 보고 창고 여기저기 가서 찾아야 했다. 이미 지쳤다. 오프라인 쇼핑은 넘나 힘든 것. 매제야 다녀오니라. 우리 집 산 것은 의자뿐이여. 카트 하나에 구루마 하나가 가득 찼다. 배송을 하려 했으나, 배송료 오만원, 캬. 역시 이케아는 차 없이는 못 간다. 그것이 이케아의 진면목이지 암 그렇고말고.

8

매대가 응응인 줄 알았으나, 차가 빠져나가야 배설이 완료됨을 주차장에서 깨달았다. 네 식구를 태우고 짐을 다 싣고 집에 어떻게 가나 생각했는데 동생이 택시를 생각해냈다. 기똥찼다. 자랑스럽다 내 동생. 트렁크는 이미 가득찼고,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짐을 가득 채웠다. 전신거울은 사선으로 우겨 넣었다. 나머지 식구들은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우와, 어찌 그걸 다 실었대? 오빠 운전병 출신이야.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구, 짐도 잘 싣는 것도 에이스가 되는 길이였단다.

9

내 나이만큼은 먹은 동생네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이면주차로 가득했다. 먼 길, 들고 나를 수밖에.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었다. 픽업해갔던 이미 본가에서 저녁을 먹은 매제를 제외한, 아직은 우리 식구일 우리 집 세 사람은 저녁도 못 먹었다. 김밥에 라면이 땡겨 집 근처 김밥 집으로 차를 몰아 다 찾아 다녔으나 이미 모두 문을 닫았다. 지금 샀으면 밥이 다 쉬었을 거라는 위안으로 집에 돌아와 냄비에 물을 올려 김밥 대신 만두를 넣고 라면을 끓여 먹이고 먹었다. 수고했어 오늘도.

10

원래 쓰려던 일기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이케아 다녀온 것이 가득 차버렸다. 0번을 이케아로 넣고 오늘 한 일을 적었어야 했나. 신뢰가 생명인 내 아이폰 덕에 오늘 일기는 내일 쓸 수 있게 되었다. 기특한 것. 이래서 내가 너와 헤어질 수 없지. 우리만남은 식스에서 시작했으니 다음 만남은....돌고 돌아 투웰브쯤? 그래 6s에서 12s면 적당한 것 같다. 녀석 몸값이 원래도 비쌌는데 요새 더 비싼척을 하고있다. 럭키한 금성으로 넘어가기도 뭐하고, 세개의 별만 있는 은하계로는 가고 싶지 않다.

11

근데 남은 할부금보다 싼 내 아이폰 중고 가격은...?

12s

유튜브가 선물해준 노래로 마무리한다. 스틸 코너의 더 트립인가, 더 트립의 스틸코너인가. 코너로 돌아서면 응응이 다가올까 기대했지만, 내 기대를 스틸해간 이케아 트립. 즐거웠다. 다음에는 500일의 썸머의 한 장면처럼 다시 만나기를.

아.....내일 사람들이 많이 볼 시간대에 올릴지 심히 고민했지만, 내일은 오늘 일기를 쓰리라. 여전히 내 PC를 신뢰하지 않는 아이폰님. 사진은 메일로 쏴드리리다. 다음에는 PC와 서로 친해지기로. 오늘 청소도 해줬단다.

[별담수첩] 이번 주 목에 담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방청소하고, 전 부치고 했던 일기를 쓰려 했지만, 이케아가 잠식해버린 ...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