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먹고, 엄마와 이번주 김장에 쓸 마늘을 까며 대통령과 국민의 대화를 보았다. 두개였던 과도는 지금도 한개로 남이있었고, 엄마는 과도를 손에 쥔 채 어제 마저 다듬던 마늘을 다듬으셨다. 설겆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가끔한다. 그리고는 담배를 피고 온 후 부엌에서 식칼을 빼 들고 엄마 곁 마늘이 담긴 소쿠리 옆으로 갔다.
'엄마 옆으로 좀 가봐'
사라진 한개의 과도는 어디 있을까. 엄한데서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한숨소리와 함께.
시집 간, 가까이 사는 딸내미와 가끔씩 티격태격하며 전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러가지 내가 이곳에 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그것들은 전혀 갈등과는 거리가 먼 그저,,,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싸우는 것 같거나, 한쪽이 너무 상대를 위해서 그래 보일 수 있는 것이여서 그래 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전화 좀 해라'
그것은 안부를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이다. 서로 무언가 약속아닌 약속이 틀어졌을 때, 전화라도 해주지 그랬니, 엄마 그게 아니고...옆에서 봐도 다 들린다. 절레절레. 그럴 거면 확실히 말하든가, 엄마와 딸사이라고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면에서는 내가 여동생보다 엄마에게 딸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엄마는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은 알지만, 몸이 안 움직여서 그렇지 동생보다는 아주...아니 그 보다 더 알 것 같다. 그러면 좀 잘해야지 하면서도 내 몸속에 담긴 반쪽의 DNA가 느껴진다. 그러면 더 잘 해야 하면서.
대통령과 국민의 담화를 보면서,
'어이구 야, 질문이 왜 이렇게 기냐?'
'그지? 우문현답이야.'
'왜 저렇게 남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얘기만 한데?'
'그러게 말이야, 시장통 같에. 대통령이 편하게 대해줘서 그런건지. 아니면 할 얘기가 많았던지'
'그래도 그렇지, 엄마는 안 저러는데...'
'나도 그래.'
그러나, 사실 우문은 없었다, 현답이 같이 있었고.
그저 대통령의 답변도 끝나기 전에 손을 들고 있다든지, 사회자가 말을 하는데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크게 외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대본이 있으면 있다고 뭐라 그래, 없으면 없다고 뭐라 그래. 백성인지 시민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 싫다면서 대통령한데 다 들어달라 그래.
그게 싫다고 혼자 속으로 되뇌였다.
저번주였나, 꿈속에서 내가 그려 낸 외갓집 마당에 샘이 소았다. 마당에는 길다란 현무암 덩어리가 몇개나 가득했고, 그 아래에서 아주 깨끗한 물이 솓아났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외삼촌들이 계시고, 안방에는 외할머니가 계시니 외갓집인가 했다. 물론 현실과는 다른 내가 그린 허상이었지만.
잠을 깨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꿨었다. 대통령께서 또 다르게 내가 그린 외갓집에 인자한 모습으로 웃으며 앉아 계셨다. 그 꿈은 짧았다. 하루에도 서너개씩 꾸는 꿈의 마지막이었나보다. 꿈을 검색하며 해몽하고, 지갑에 있던 천원짜리 지폐 두장을 로또로 바꿨다.
일주일은 행복했다. 정말 될 것도 아니지만, 정말 될 것 같이 현실속에서 꿈을 꿨다. 올 것 같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그렸었다, 마치 올 것처럼. 이천원은 오천원이 돼서 돌아왔다. 복권을 자주 사지 않았지만, 예전같으면 이게 뭐야, 하루에 좋은 꿈을 두개나 꿨는데? 그랬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두배가 넘어서 돌아왔네?하고 웃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놀래켰다. 많이 바꼈네. 그대로 다시 투자 한 여섯개의 조합의 다섯 묶음은 꽝꽝꽝꽝꽝. 풋. 그럼 그렇지. 아무렴 어때.
의식에 흐름대로 쓰다보니 사다 놓고 축구 보면서 마신 맥주, 쉬는 시간에 사온 맥주를 다 마실 것 같은 느낌이지만, 더 먹으면 또 어때라는 마음이 샘 솓는다. 오늘 꿈에 또 샘 솓는 꿈을 꿀까. 깨끗한 물과 똥물이 솓는 꿈을 번갈아 꾸면 오늘은 똥꿈이겄다. 전에 보지 못 한 강아지가 손을 아프지 않게 무는 꿈이면 개꿈일까.
참 신기하다. 어쩜 그리 보지도 못 한 새로운 공간을 꿈속에서 창조해내는지.
트라우마는 머리가 억지로라도 잊어버리려 한다는데, 나는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나보다. 그 기억을 머리가 아닌 내 속에 있지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그것은 잃어버리지 말라며 말 하는 것처럼. 엄마가 쓰러졌을 때, 다듬고 있던 꽈리꼬추는 전에도 먹지 않았고, 그 후로도 먹지 않았다. 아니 식탁위에 올라 오질 않았다.
엄마 뇌 속 꽈리가, 핏줄이 터졌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는 그 날의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엄마가 고비를 넘기고, 한달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기던 날은 왜 기억이 나질 않지. 엄마가 쓰러진 날 수술실로 엄마가 들어가며 울고불고 옘병을 떨던 내 모습은 선명한데.
7층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중환자실 곁의 보호자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을 때, 내가 있을 때 하루에 두번만을 허락하던 그 문을 열고 흰 가운을 덮지 않고, 얼굴을 내밀며 병실로 옮겨간 건 엄마가 유일했다. 한 달 후 엄마는 재수술을 했다. 머리를 빡빡 미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병실 가운을 드리웠었다.
그렇게 고3이 넘어가는 겨울을 넘겼다. 일주일에 하루만 빼고, 엄마 곁에 있었다. 엄마 침대 옆 간이 침대에 수학의 정석을 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받은 돈으로 지갑은 접히지가 않았다. 병원밥은 어딜 가든 맛이 없을 것이다. 구내식당이라도. 돈까스도 맛이 없엇다.
엄마가 남긴 밥을 먹어봐도 그랬다. 정말 병원 밥은 맛 없다. 지갑이 접히지 않을만큼 두꺼우니 병원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봤자, 롯데리아만 있던 동네에서 병원 앞 맥도날드를 만난 거였다. 햄버거가 이런 거구나. 율곡이이를 낼 만큼, 빅맥은 맛 있었다. 매일 햄버거만 먹을 수는 없으니, 병원 앞 상가 식당을 뚫었다. 지금 생각을 떠올려보니, 재수때가 아닌 고3때부터 혼밥을 했었네. 그 집 제육이 맛있었나.
병원 건물 끝, 바깥에는 아파트밖에 없었지만 그 공간의 야경은 기가 막혔다. 까까머리 엄마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아 ㅅㅂ갑자기 그 장면이 생각나네. 감기때메 코가 막히냐, 눈에서 코로 물이 들어갔냐. 암튼. 복도를 따라 엄마와 나 단둘이의 아지트로 바람을 맞으러 갔던 것 같다. 트라우마는 생각나는데 빌어먹을 그 행복했던 대화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마냥, 행복했다.
그 때는 모든 인연을 다 놓았었다. 친구도, 여자친구도 모두 다.
면회오는 걸 거부했다.
폐쇄적이었다. 그냥 혼자 감내하고 싶었는 것이 아닌...뭐랄 까...나중에 나랑 대화해봐야 겠다.
대답을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마무리 해야겠다.
삶을 놓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죽고 싶다기보다는, 살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 그 말이 옳지는 않지만 여러 군데, 여러 가지 핑계가 나를 살게 하고 있다. 내 마음 속에서 여러가지의 핑계가 퍼져가지만, 나는 내 삶을 놓을 수 없는 용기조차 없고, 또 그 용기 조차 없음이 더 힘겹지만, 그 누구에게도 신호를 보냈는지 안 보내졌는지 모르겠지만, 뭐 아무겠다 모르겠지만.
그럴 때 마다, 엄마를 생각한다.
음...아버지도 생각한다.
최악의 끝의 생각은 내 존재를 부정하는 거였다.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이 만나 나를 낳았다.
그것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두분의 일생이 불행하고, 그 불행의 어둠이 나에게 왔다고 느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그 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핑계로...
설명할 수 없는 공백이 너무 많다.
또 다른 그 공백을 설명하려는 자리가 있을텐데,
그것이 두렵기도 하다.
핑계답지 않은 땀도 같지 않은 식은 땀을 흘릴 것 같아서.
나는 그 공백에 아무 것도 설명할 것도 없으니까.
누가 그 공백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줄까 싶으니까.
졸업한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동안 뭐했어요?' 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에는 식은 땀이 흐를 것 같다.
내 친구가 요새 이상하다.
나는 오늘 그 친구에게 만나자고 할 것이다.
친구에게 매 번 듣기 싫었던 말,
'오늘 뭐 했어?'
라는 말이 듣고 싶다.
결국 사 놓은 맥주, 사 온 맥주 다 먹고 자는구나.
이소라의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글을 썼다. 울고 웃으며 글을 써서 똥꼬에 털이 날 것 같다.
나도 이렇게 산다. 그럴려고 쓴 글은 아니다. 동정 따위는 아무 쓸모 없다는 거......
뭐, 암튼 그것은 아니지만.
내 방에도 몇 일 전까지 팔팔 기던 모기가 나를 깨우고, 꿈을 깨웠는데,
그런 모기...도 산다고 생각하면 한 도 끝도 없다.
요 몇 달, 친구가 이상하다.
내일, 아니 오늘 내 친구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나서, 안아주고 싶다.
너, 그랬구나.
또 다른 친구도요 며칠, 힘들다 얘기 했었다.
음? 역치는 따로 있는가보다.
예전의 나 였으면 니 계단에 뭐가 힘드냐고 했을텐데.
나는 스스로 진단했는데, 너 얘기 들어보니 병원가봐.
같이 가봐. 와이프랑.
나는 이기적이지만, 조금 더 이기적인 게 더 이타적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그걸 몇 시간 전에 느꼈지만, 같은 시간 안에 같이 느낀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맙다.
잘자.
내일 일어나 보아야 안다는 걸 알지만.
결국 나도 산다네.
정현 선수가 프랑스 오픈 결승을 갔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