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는 발이 달렸다면서 제주에는 단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정말 못한 것이라면 사주는 틀린 것이 될 것이고, 진정 안한 것이라면 나는 사주를 이겨낸 사람이 된다. 그런데 이기고도 기쁘지가 않다.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분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라 하고, 도둑과 거지와 대문이 없어 삼무도? 이런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결국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을 더 중히 여기는 심보가 단어조차 있고 없고를 나누었나 보다.
다모임도 sns의 범주로 들어갈까, 스팀잇은 어떠할까. 그렇다면 나는 다모임과 스팀잇 사이의 처음과 바로 전에는 그저 대문 앞에서 서성대며 흔적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 지나쳐왔다. 스팀잇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길을 걷다 문득 생각이 나는 집이 있으면 찾아가 또 다시 흔적을 남기고 돌아왔다.
나의 길(feed)에 얼굴책에서 벗어나보려 했던 웅덩이가 또 다시 나타난다. 이제는 가지 않아 웅덩이를 밟을 일이 없었는데 나를 기어코 쫓아온 격이 되었다. 오늘에는 대나무도 몰래 편지를 두고 갔다. 대나무 뿌리가 그리 억세다는데, 두 나무(tree)가 산소는 못 뱉어낼지 언정 웅덩이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스팀잇 마을에 들어서면 일단 가는 대로 길을 걷는다. 이웃으로 맺어진 혹은 집주인은 모른 채 혼자만이 아는 그 대문을 스쳐가며 이끌리는 대로 기웃겨려도 보고 들어가보기도 하고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검지가 돌리는 대로 내려가는 길에서, 문득 떠오르는 이웃들이 있다. 그때는 나의 집으로 돌아와 주소록을 펼친다. 알파벳 순서대로 도열 된 그 목록에서 생각나는 이웃들의 대문 앞을 하나씩 걸어간다. 요새는 왜 이리 뜸한지, 간밤에는 잘 지냈는지, 왜 말도 없이 구슬만 놓고 갔는지, 구슬은 잘 굴리고 있는 것인지, 대문 앞을 기웃거리다 구슬을 남겨야 할지 편지를 남겨야 할지 서성인다.
제주에는 도둑과 거지와 그리고 대문이 없다했다. 도둑과 거지가 없는 것에는 대문이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대문은 있는 듯하고 없는 듯 하기에 도둑과 거지는 그 경계를 넘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대문 앞에서 망설일 필요가 없다.
대문에는 집 주인이 남겨놓은 표정이 담겨있다. 한쪽에는 걸쳐 놓고 다른 한쪽을 풀어 놓는 선에서 이웃들을 맞이한다. 긴 통나무는 구속되어 있지 않아 집 주인이던 바깥사람이던 넣고 빼는 것에 제약이 없다. 그래서 도둑과 거지는 없고, 육지의 대문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그것이 없어 삼무가 완성되나보다.
긴 통나무 셋이 반대 편 구멍에서 모조리 뺀 상태에 있다면 집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길과 집 그 경계를 건너는 장애물을 모두 치워 놓았듯, 들어서는 마음을 막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통나무 하나를 걸쳐 놓았다는 것은 잠시 외출 중이라는 뜻이다. 두개를 걸쳐 놓으면 이웃마을에 출타중이라는 뜻이다. 통나무 세개가 모두 걸쳐 있는 것은 멀리 떠나있음을 뜻한다.
문득 나는 어떤 대문을 가지고 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이웃들은 어떤 대문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한다. 제주와는 다른 벽과 같은 대문으로 나의 울타리를 지키고 선 것은 아닌지, (나에게는 열리지 않을)문이 열리지도 않은 대문의 옆 담장을 기어코 넘은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찾은 이웃의 대문의 표정이 읽히지 않아 서성이다 편지도 남기지 못한 채 구슬만 남기고 떠나는 것은 아닌지, 나 말고도 다른 이웃들이 남기고 간 편지들을 몰래 읽어보며 다행과 질투를 넘나드는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제 나의 문 앞에는, 그리고 여러분들의 문 앞에는 눈도장(발자국)들이 사라졌다. 길과 집의 경계의 서성이던 흔적이 사라졌다. 오로지 구슬과 편지만이 살아있다. 내가 남기는 발자국 흔적이 사라짐은 문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여주었다. 길을 걷다 문득 마주치는 그 경계 앞에서 주인이 있든 없든 들어가보자. 통나무 세개가 걸쳐 있더라도 그 통나무에는 구속이 없다. 집주인이 받아 놓은 물 한모금, 시원할지 목이 턱 막힐지는 마셔보면 알 일이다.
ps1. 들어갔다 갈 땐 가더라도 구슬 던져 놓았으니, 편지 내놓으라 구슬 내놓으라 하지 말자. 편지를 원하는 것이면 주인이 받아 놓은 물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천천히 음미는 못할지언정 받아놓은 마음은 마셔보고 구슬 삯을 내놓고 가면 될 일이다. 물 마시는데 3분이면 충분하고, 구슬 내어놓을 마음을 지니고 편지를 쓰는데 1분이면 충분하다. 그 사이 여백은 더 중요하다. 생각은 하고 편지를 써야하지 않을까. 봇이 아니라면 말이다.
ps2.떠 놓은 물이 시원하시다면 감상은 적어 놓고들 가셔라. 구슬은 일주일 뒤에 알아서 찾아오지만 편지는 돌아 온 주인을 춤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