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뒤지는 대신, 싸이월드를 뒤졌다. 그러다 책상 옆에 더해진 책장 옆의 외롭게 서 있는 CD장을 발견했다. 십 여 년 전에 산 것이 아직도 붙어 있구나. 그 두번 째 칸에 꽂혀진 CD 한 장을 꺼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내 앞에 있는 책상의 서랍장 맨 아래 서랍에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CD 안에는 그때 그 쪽지가 아직도 남겨져 있었다.
내일 그 친구를 만난다. 몇 해 전만 해도 술에 취해 집에 와 톡도 한 번 하면 끝도 없이 하고, 받아주지도 않는 깨톡 무료통화 버튼을 마구 눌러 댔었다. 그러다 하루는, '삼촌 잠 좀 자!'라는 음성메세지를 들었다.
국제전화를 걸어 본 적도, 깨톡 무료통화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친구가 알려주는 버튼도 찾지 못 했다. 그래서 음성메세지로 어여 쳐 자라는 이제 말이 트인 조카의 언어로 경고의 메세지를 받고 만 것이다.
친구는 스페인 사람을 만나 스페인으로 떠났다. 지랑 똑 닮은 딸내미를 앉고 처음 왔을 때, 어쩜 그리 닮았냐며 웃었다. 첫 딸을 낳기 전 단톡방에 아기 이름을 어찌 지으면 좋겠냐는 의견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아마도 그 가운데 이름일 것이다. 우리말 이름이 세계 어딜 가나 발음하기 좋다.
이번에 들어올 때는 둘째와 함께 왔다. 너무 이뻤다. 아빠인 oo형을 닮았나? 근데, 오자마자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렸다. 추운 날씨 탓일까, 미세먼지 탓일까.
새해가 밝고 친구는 친구들과 같이 보지 못해 아쉽다는 마음을 단톡방에 전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면서. 아직 수유중인데, 내일 술 마시려나? 엄청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일 년 에 몇 번 아닌 입국에서 매번 먹지 못 한 그 술...
예전에 군대 가기 전에 친구와 술을 먹은 적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청하로 시작해 청하로 마무리했다. 그 날, 그 술집의 냉장고에 그 많던 청하를 둘이 다 없애버렸다. 하하하. 내일도 이야기가 나오겠지.
남녀공학의 합반으로 만나,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게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학기말에 또 다른 남사친과 나를 아주 자연스럽게 봉사 동아리로 이끌더니, 어쩌다 보니 가입이 되어 있었다.
처음 함께 맞는 겨울방학엔 10명의 친구들과 정동진이 아닌, 옆 옥계라는 동네로 민박을 잡아 놀러 갔었다. 그때 봤던 그 해안도로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 나중에 그 도로가 엄청 유명해지더라. 여행 가기 전 학교 운동장에 모여, 서로의 준비물을 나누고, 다음 날 밤에 청량리역에 모여 기차에서 날을 새고, 도착 한 정동진에서 해를 맞이했던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나는 아마 귤 한 박스를 샀던가...그건 다음 해 여행인가...
암튼,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 후기는 내일로.
여사친, 남사친이란 단어도 없던 그때. 학기 초 처음 눈이 마주칠 때부터 얘는 내 친구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그 친구와 내일 만난다.
친구에는 그런 경계가 없는 걸 알려 준 Amiga, 내 여사친. 스페인은 진작부터 아미고 아미가 나눴나 보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영어를 못 해, 스페인어를 못 해, 까딸루냐어는 당연히 못 해. 그래서 내일 친구 남편과는 표정으로 대화할 테지만 며칠 전, 봤을 때 우리는 표정으로 대화했다. 오우, 둘 째 너무 이뻐욧! 당신을 쏙 빼 닮았어!라는 이야기를 못 했는데...내일 통역을 부탁해야지. 근데 첫째는 그 4(?)개 국어를 다 하는데, 조카에게 부탁할까...어쩜 이렇게 빨리 클까.
친구보다, 친구 둘째가 더 보고 싶다...아니 첫째가. 빨리 보려면 자야지.
친구에는 경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