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야구를 시작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작년 시즌 초반 엉겁결에 감독직을 이어 받고 올해도 감투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시즌 중에는 게임 오더를 내고, 참여하는 것만으로 별달리 크게 신경 쓸 일이 적었다. 성적도 전년도에 비해 잘 나와주었다.
시즌을 마치니할 일이 더 많아졌다. 갑작스러운 선수들의 이탈에 멘탈이 붕괴 직전까지 왔다. 친구들로 모여진 팀의 특성상 불화로 인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사정들에 의한 이탈이었기에 막을 수도 없었다.
시즌 중반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9-10명이 게임에 참여하면 후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좋다. 감독으로서는 후보를 더그아웃에 혼자 남겨 두게 하지 않아 미안함을 조금 덜 수 있고 라인업을 짜기에도 수월했다. 그러나 점점 참여율이 적어지며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인원을 모으는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즌을 마치고 팀 충원에 대한 이야기가 팀에서 오고 갔고 주변 지인들을 모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아무래도 그것이 새로 들어오는 입장에서도 적응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열심히 그전부터 같이 하자 꼬드기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영입 작전을 펼쳤지만 쉽사리 넘어오지 않았다.
점점 시간은 흐르고 팀원 충원은 진척이 없었다.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는 압박이 몰려왔다. 개인적인 고충까지 더해지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졌었다. 결국 이대로 시즌을 맞이하겠구나, 큰일 났다.
리그 홈페이지에 꾸준히 팀원 충원 글을 올렸다. 우리 팀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글을 올리고 다음날 확인해보면 6-7페이지 뒤로 밀려나있기 일쑤였다. 그래도 사나흘에 한번씩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는 시늉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연락이 왔다. 아직은 어리게 들리는 목소리, 그래 젊으면 더 좋지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아버지를 추천하려 전화를 드렸다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말문이 막혔다. 아버님 연세를 물어봐야 하나...망설여졌다.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답을 듣고는 안도와 놀라움이 공존했다. 사실 연락이 온다는 기대도 안 하고 전화를 받은 터라 너무 떨려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떨림을 숨긴 채 팀원들과 상의한 후 다시 연락하겠다 했다.
그동안에 가득 찼던 스트레스가 담긴 통에 수도꼭지가 생각치도 않게 열리자 손발이 부르르 떨렸다. 압박감에 받았던 떨림과는 달랐다. 다시 한번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경력은 어떻게 되시는지, 어디에 사시는지, 포지션은 주로 무얼하셨는지 궁금한 점은 없는지 이런 저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전화 주신 아드님은 같이 들어올 수 없겠냐 했더니 이미 3개의 팀에 가입돼 있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전화 통화였지만 대화는 긍정적이었다. 개막 경기에 함께 보기로 했다. 사는 곳도 우리가 뛰는 리그와 가까워 멀리 오시라 하는 미안함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설 연휴 잘 보내시라는 문자를 보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 했다. 명절까지 챙기다니ㅠㅠ 스스로 잘 했다 칭찬해줬다 ㅠㅠ 그동안 고생많았다 토닥여줬다 ㅠㅠ 아직 정식으로 들어온 것도 아닌데, 답장도 다 아름답게 보인다.
https://steemit.com/kr/@eternalight/2d2fpz
감독을 맡게 된 출사표를 다시 읽어보았다. 첫 번째 과제부터 제대로 마무리를 못했구나. 두 번째 과제는 시즌 때만 그랬구나. 세 번째는...감독이 말아먹은 경기가 2-3게임이나 되니...제대로 지킨 것이 하나도 없구나.
무언가 배울 것이 있겠다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는데, 야구 외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올 시즌도 즐거운 시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언가 막혔던 것이 뻥 뚫린 것 같아 기분좋게 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좋은 분이셨으면 좋겠고, 우리가 좋은 팀으로 비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