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 동이 트기전까지 그들은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낭만 적인 사랑을 나눈다.
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어긋난 약속, 그리고 9년이 지나 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를 만남.
해가 지기 전까지의 짧은 만남에서 지난날을 되새긴다.
또 다시 9년.
아빠가 되어있다, 아들을 둔.
누구의 아이일까. 멀리 돌아가는 아들을 배웅하고 있고, 다시 돌아오는 그 길에는 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다.
딸아이가 배어 먹은 색이 바랜 사과 한쪽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배어무는 것을 보니 한 식구인 것만은 틀림없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시작한 의견충돌은 돌아가는 차안에서 이십여분 동안 이어진다.
남자들의 수다.
여자들의 수다.
성별은 같지만 나이대는 다른 무리의 대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저 마다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랑에 대한(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알 아두면
쓸 데 없는
신 비한
잡 학사전이 펼쳐진다.
'결국 중요한 건 상대방의 사랑이 아니라, 삶 전체의 사랑이야'
'인생은 왔다가 가는 것'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시간 사이의 공백의 대화.
걷고 걷고 또 걷는다.
74년을 함께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이야기.
'우린 견뎌낼 수 있을까?' '날 참아줄 수 있어?'
'아직 있다'
'아직 있다'
'아직 있다'
'졌다.'
전편의 사랑과 낭만 따위는 없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단순하지만 단순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문제로 쌓여 있던 앙금들이 뒤 섞여 맑아 보이던 사랑은 뿌옇게 변해간다.
각자의 감정과 이성이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따라지고 찾잔 속에서 식어가는 시간속에서.
시간여행자를 소환한다.
버틸 수 있을지 모를 몇십년 후의 둘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가 끝나가는 그 순간
다시 동이 트기전 그 모습 그대로 현실에서의 싸움이 소설처럼 끝이 난다.
Before와 after
해가 뜨기 전의 이야기. 해가 지기 전의 이야기. 날이 새기 전의 이야기.
마치 하루를 달려온 이야기 같지만 그 사이에는 9년의 공백이 존재한다.
전의 이야기는 펼쳐지지만 후의 이야기는 없다.
줄거리로 줄여놀 만 한 기승전결의 이야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녀는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시간순으로 정주행을 해왔다면 다시 꺼내 볼 때는 끌리는대로 골라 봐도 울림이 많은 이야기로 다가올 것 같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