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김장철도 되지 않았는데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김치냉장고에서 점점 사라져간다면 참으로 난감해집니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재작년에 담가둔 매실청이 항아리에서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죠.
이제 앞으로 매실청이 익을 때까지는 매실청 없이 음식을 해 먹어야 합니다. 물론 집안 음식은 어머니가 하지만요. 그 음식들 제 입으로도 들어가니 매실청 담그는데 손을 보탭니다.
한 달 전에 미리 매실을 담가 두었던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물을 담가 놓았습니다. 숨 쉬면서 알아서 정화가 되었으려나...그건 잘 모르겠고 다시 깨끗이 씻어 말려놓습니다.
식초를 희석시킨 물에 매실을 깨끗이 씻습니다. 매실은 광양에서 올라온 녀석입니다. 언제 광양에 매화꽃 구경하고 불고기 먹으러 가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샤워기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줍니다. 힘쓰는 일은 남자가 해야죠. 허리를 숙여 열심히 씻는 동안 허벅지 뒤에서 쥐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어제 뛴 야구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네요. 허리를 세워 쥐들을 쫓아냅니다.
그나저나 요새 이슈들이 너무 많아 쥐는 제대로 잡고 있는 것인지...입이 바싹바싹 말라 혀를 낼름거리는 꼴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네요.
매실 열매들을 어느 정도 말려주고 이제부터 단순 반복 작업이 시작됩니다.
꼭지를 깨끗하게 손질해줍니다. 꼭지에서 쓴맛이 우러나올 수도 있으니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요렇게! 이쑤시개 몇 개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한 번에 톡하고 잘 따지는 것이 있는 반면 이쑤시개 끝이 부러지는데도 잘 안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능률이 오르겠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손끝의 감각을 글로 옮기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저번에 담근 매실청의 재료는 청매실이었습니다. 그런데! 혀준 황교익 선생께서 청매실은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이니 홍매실을 쓰는 것이 맞다고 하네요. 청매실로 담글 경우 독성 물질이 나온다나...그래서 남은 매실 알맹이들로 담근 술을 먹으면 그렇게도 머리가 아팠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황교익 선생이 말한 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래도 황교익 선생의 말이 저에게는 더 먹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아왔고, 또 청매실로도 담가보았으니 이번에는 홍매실로도 담가보자는 생각이었죠. 차이는 다 익어서 먹어보면 알게 되겠죠.
요령을 터득해낸 단순 반복 작업에도 아직 넘어야 할 소쿠리들이 세 개나 더 남았습니다.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겠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15번으로 돌립니다.
다른 채널 뉴스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싱가포르까지 날아간 방송사가 JTBC 말고 더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손석희 앵커를 포함한 모든 언론인들이 더운데서 고생이 많네요. 아무쪼록 내일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나긴 작업이 끝이 났습니다. 이제 항아리에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차곡차곡 넣어주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지난번 담근 매실청이 너무 시어 외숙모에게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
흰설탕 : 황설탕 : 흑설탕 = 2:2:1의 마법 같은 비율. 마법이 통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죠. 저는 외숙모를 믿습니다. 뒤에 있는 올리고당은 남은 설탕과 함께 매실장아찌를 담그는데 쓰신답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매실과 설탕. 내일 바로 완성되면 좋으련만, 세상에 어디 쉬운 것이 있나요. 시간이 가장 마지막에 쓰이는 재료이자, 맛을 내는 역할이죠.
두 시간 가까이 작업한 끝에 비로소 항아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매실 20kg 설탕 20kg이 딱 맞게 들어갔네요. 내일이면 조금씩 가라앉는다고 하니 뚜껑을 덮어둡니다. 익는 동안 몇 번 저어주어야 한답니다.
평소에 집안일을 잘 못 도와드리는데 이렇게 힘쓰는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다 본인의 수고가 들어간 것은 아름다워 보이고 사랑스러운 법이죠. 맛도 더 좋겠죠? 많이는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매실청 한 번 담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