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평창Pyeongchang2018 의 시작. 감격의 여운을 기록하다, 아직도 뜨거움이 남아있구나.

eternalight(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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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순간의 감동을 기록해야 했다. 내 살아생전의 두 번째 올림픽이자 앞으로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올림픽 개회식의 순간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곳에 저장한다.

서울올림픽이 역대급 올림픽이었다는 사실은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 내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때의 개회식 또한 오늘만큼 감격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개회식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는 지금 들어도 감동이 밀려오며, 하얀 운동복을 입은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입장하는 장면은 당시는 보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사실 오늘 개회식은 기대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만을 기대하며 모두가 기대하는 그녀가 나오기만 바라고 있었다. 개회식 총감독의 선정을 두고도 말이 많았기에 과연 그가 잘 해낼 것인지도 장담하지 못했다. 수많은 공연을 기획하고 감독했다는 그였지만, 이렇게 큰 무대의 지휘를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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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였고, 엉덩이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백호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의 등장과 함께 동서남북의 네 마리의 사신의 등장은 조금 더 웅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 주자인 중국을 의식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고구려를 등장시킨 것은 아주 잘 했다 칭찬하고 싶다. 소고와 장구를 접목한 무대연출 또한 눈을 뗄 수 없었으며, 태극무늬를 형상화한 장면을 보며 태극을 그려낸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고구려 전통의복으로 보이는 무대의상도 군무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백호의 걸음걸이가 어설펐다는 것이다.

선수단의 등장 또한 화려했다. 여타의 개회식에서도 배경음악이 있었던가. 특별하지 않아 기억나지 않았다. 세대별 유행가들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편곡해 세련되게 들려준 점이 좋았다. 선곡 또한 탁월했다. 왜 문화대통령의 노래는 안나오는 것인가, 아쉬움은 있었지만, 매 번 지루하게 보았던 선수단입장이 이번에는 눈과 귀를 오로지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북에서 중요 인물들이 내려왔다. 아마도 내일 그것으로 시끄러울지도 모르겠다. 자리 배치를 문제 삼는 매체들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나는 한마디로 좋았다. 하필이면 어제 열병식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행사를 축소하고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그래도 받아줄만한 성의 표시였다고 생각한다. 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대회가 치러질 보름 동안은 하나로 뭉쳐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올림픽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대통령 내외의 뒷자리를 앉게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아베를 구석자리로 모신 것도 잘한 일이라고 본다. 다음주자인 시진핑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불만이고, 참석하겠다던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 좋았다.(전임의 그와 그녀가 오늘의 그에게 전해준 유일한 선물이 바로 오늘이지 않을까 싶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고 화면으로만 보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기에 색다르게 다가왔다. 너무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중간 삽입한 점도 연출을 잘 한 듯싶다.

공연 무대를 꾸밀 가수가 누가 나올 것인가도 매우 기대가 되었다. 내심 바라는 가수가 있었다. 지난번 현충일에 노래를 부르신 장사익 선생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그래도 그에 못지않은 대가가 나오셔 부르는 아리랑은 바랐던 기대를 접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무대였다. 노령에다 추운날씨여서 살짝 립싱크가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소리를 내주셔서 우리의 얼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무대였다.

촛불로 그려진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니 노래가 흘러나온다. 존 레넌의 '이매진' 아, 연출 기가 막힌다. 비록 서울올림픽처럼 그날만을 위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현실을 대변해주는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노래가 주는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더 할 나위 없는 노래였다고 생각했다. 누가 부를 것인가도 기대하고 있던 바였다. 처음의 기대는 접어두었지만 이번만은 접을 수 없었다. 설마 싸이를 등장시키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겠지?(싸이를 무시하는게 아님)하며 기다렸는데...소오오름이. 또 기대했던 가수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무대를 빛내기에는 충분한 네 명의 등장이었다. (내심 서태지나, 임재범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정치 사회면에는 자리 배치로 시끄러울 것이며, 연예 문화면에는 전인권 때문에 시끄러울 것이다. 나는 그를 좋아하며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 남에게는 빽빽거린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소리가 주는 감동을 나는 느낀다. 김장훈과는 차원이 다른 샤우팅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의 자리는 임재범이 대신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내일의 시끄러움에 그를 옹호할 자신이 없다. 후배 가수들은 그의 잠긴 목소리에 소리를 더 크게 내지 못했고, 가사 전달 또한 잘 되지 않았다. 임재범에게 섭외가 갔는데 그가 거절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전인권의 자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보컬의 자리였다면, 후배에게 양보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눈과 귀의 집중을 다른 무언가로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무대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가는줄 몰랐다. 어느새 시간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지만,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선수와 심판, 운영진이 선서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집중하던 나를 깨울 수가 있었다. 아, 이제 그녀가 나오겠구나, 누가 나올 것인지 분명한 기대와 바람을 깨지는 않을 테지, 지금까지의 연출은 충분히 훌륭하고 역대로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었어, 마지막에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다오. 설마설마하며 기다리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녀도 올림픽의 영웅이지, 근데 그녀를 욕받이 무녀로 삼을 작정인 건가? 이대로 끝이 난다면 이제까지 잘해옴으로 인한 칭찬은 물거품이 될 것이며, 그에 반한 비난은 온통 그녀에게로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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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기우였다. 그럼 그렇지. 너무도 기대를 한 나머지 마지막 주자는 보통 성화대 앞에서 짜잔 하며 나타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개회식이 열리는 무대를 보며 마지막에 혹시나 바닥의 흰 깔개들이 벗겨지며 빙판으로 변해 그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는 추진체가 달린 스케이트를 타며 저 슬로프를 오르지 않을까 하는 공상에도 빠졌다.

한 명씩 전달되던 성화의 불은 여자아이스하키팀의 남북 선수에게로 이어졌다. 그래,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그녀가 나오지 못한다 해도 이러한 그림이라면 용서해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야. 에이 그래도 설마...했는데 보고야 말았다. 프레임 밖으로 살며시 스쳐 지나간 하얀 드레스의 끄트머리를. 그리고 성화대 앞에는 빙판이 깔려있었다. 다시 한 번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며, 나의 상상력에도 박수를 보냈다. 그녀에게는 지난번 빼앗긴 금메달이 아깝지 않을 마지막 무대였으리라. 눈물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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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름간,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의 마지막을 장식할 평창동계올림픽이 펼쳐진다.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다는 것에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지만,(꼭 그렇게 맞춰야만 했냐!!!) 멀쩡한 산 하나를 통째로 갈아엎은 짓이 아깝지 않을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었으면 좋겠다. 꼭 그래야만 한다. 앞으로 다시 올림픽이 이 땅에서 열릴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감동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별담수첩] 평창Pyeongchang2018 의 시작. 감격의 여운을 기록하다, 아직도 뜨거움이 남아있구나.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