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eternalight(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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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말이 지금 우리가 흔히 아는 단위로 센다면 22리터라 한다. 서 말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내 몸의 일부와 같던 구슬을 스스로 던져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 잘라내는 머리카락과 손발톱보다 더 자연스럽게 내 몸과 같이 붙어있던 존재였다.

무서워졌다. 누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제 정신에 적었다면 아까웠을 이 아래의 글줄들을 고민도없이 빠르게 지워버렸다.

아무튼 사정이 어떻든간에 끊어진 구슬 꾸러미들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아 제 몸과 같이 붙어있으니 집 나간 개가 돌아온 듯이 주인은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 많던 글줄들을 지우니 이 글을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구슬은 혼자 집을 스스로 나가지 않고 주인에 의해 버려졌었다. 그리고 주인이 다시 거들떠도 안보고 방 안 구석에서 움츠려 있던 구슬들은 다시 돌아와서 묶이였다. 서로 옆에 있던 한 마리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묶여서 주인의 팔목에 들어선 꾸러미들은 주인을 죄어왔다.

죄어오는 느낌이 어색해 주인은 다시 꾸러미들을 벗어놨다, 전에 있던 구슬들이 감싸던 그 느낌이 아니였다. 한마리가 사라진 것일까, 또 한마리가 더 있는 것일까. 검색을 했다, 보통의 꾸러미들은 몇 마리가 있는 것인지. 내가 찾은 마릿수에 두마리가 부족하다. 나에 의해 던져지던 구슬 한마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다. 저놈은 필시 주인의 품에 다시 못 돌아오리라 여기니 그 친구들을 다시 찾아내는 것이 두려워졌다. 온전히 그대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구슬 덕분에 방안에는 대 소란이 일어났다. 나와 함께하던 공간에서 계속해서 친구들을 모으던 먼지들, 자리를 잘못잡아 눈에 띄게 보이는 그 녀석들은 방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숨어있던 그 어둠속에서, 까만얼굴을 반짝이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뿜던 한 마리를 찾아내었다.

나머지 침대 밑이 남았다. 빛을 쪼아대고 장애물을 없애보아도 마음속에 정해놓은 한 마리를 찾지 못했다. 내 팔목을 감아왔던 그 녀석들의 조임이 맞는 것인지, 초록색 창에 물어본 그 갯수가 맞는 것인지. 이내 한마리를 더 찾는 것을 포기하고 어렵게 찾아낸 그 녀석들을 다시 한곳에 불러모아 묶었다. 그리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주었다.

열흘만에 제 자리를 찾은 녀석들은 왜 진작에 불러 모으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초록색 창보다, 나의 감각이 맞았구나. 감옥에 들어가고도 시원찮을 초록색창. 쥐와 함께 들어가기를.

다시 만나니 반갑다, 너 덕에 열줄을 너머 쓰고 지워도 다시 열줄을 너머 쓰고 글을 올리게 되었구나.

[별담수첩]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