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나무가, 산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좋아지고 있는 나와 아내님은 여행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국내에도 해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곳이 널려 있고 아직 가보지 않는 곳 역시 수두룩 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아이들이 최우선이였기 때문에 이름난 관광명소나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장소를 가는 것이 모두가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도 배웠다. 국내에 우리가족 모두가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해 보니 상당히 많은 곳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끌리는 곳은 자연휴양림이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은 약 58개가 있다. 1년에 4군데를 가는 것을 목표로 잡아도 17년이나 걸린다. 아이들이 그때까지 함께 여행을 다닐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어찌 되었건 모든 곳을 둘러 보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하였다. 아내님과 상의 끝에 제일 처음 선정한 곳은 전남 장흥에 있는 천관산 자연휴양림이였다. 개인적으로 전라도 쪽으로는 연고가 없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마침 장흥에서 물축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첫째가 좋아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휴양림을 선정했다.
장소를 선정하였으니 이제 캠핑 용품을 갖추는 일을 시작했다. 장인 어른께서 물려주신 무려 15년이나 된 텐트, 장모님께서 챙겨주신 식기세트와 작은 테이블, 회사 노조선물로 받은 캠핑 의자 2개, 그리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쌀과 기타 음식류. 그 밖에 다른 것은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캠핑 용품도 참으로 미니멀하게 준비 되었다. 캠핑을 좋아하는 회사 동기가 이것저것 사라고 하는 것이 많았지만 우리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코펠 세트는 사고 싶었지만 아내님이 집에 있는 냄비면 충분하다고 해서 냄비 하나만 달랑 챙겼다. 최종적으로 캠핑을 위해 구매한 것은 휴대용 버너와 타프 뿐이였다. 그것도 운이 좋아 30%나 할인을 받아서 캠핑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5만원이 되지 않았다. 부족하지만 나름 구색은 갖추어져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행을 가는 시기가 성수기 시즌이라 추첨으로 진행 되었는데 운이 좋게 당첨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하는 예약이라 입금을 완료해야지 확정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쯤 확인을 해보니 미결제로 인해 취소가 되어 있었다. ㅠㅠ 아내님에게 이야기 했더니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만 보더니 전화라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천관산 자연휴양림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시기에 태풍이 온다고 하던데 혹시라도 취소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간절함으로 수화기 너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참을 확인하던 직원분께서 "마침 한 자리가 비었네요. 예약해 드릴까요?" 라고 대답했다. 오~ 세상에~! 천운이 따라 주는가 보다. 처음 당첨되었을 때 보다 가격이 약간 올라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결제까지 신속하게 진행했다. 자연휴양림 사이트에서 예약완료 확인 글자를 확인 한 후에도 한참을 조마조마하게 보냈다. 마침내 예약완료 문자까지 수신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첫 자연휴양림 여행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다.
15년이나 되었지만 새것 같은 텐트~!
우리가 도착한 날은 마침 태풍이 사라진 후였다. 사실 오전까지만 해도 비가 내려서 조금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쾌청한 날이 지속되었다. 첫날 저녁 8시가 넘어 도착했지만 해가 길어서 텐트를 설치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15년이나 된 텐트였지만 관리가 잘되어 있어서 상태도 양호했다. 약간의 뻥을 조금 보태면 새로 구입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 설치해 본 텐트였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게다가 옆 자리에 있던 분께서 텐트 치는 요령과 끈 고정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소모품 몇 개를 챙겨 주셔서 일이 더 수월했다. 차에 실려 있던 돗자리를 깔고 담요까지 덮어 놓으니 제법 그럴싸 해 보였다. 텐트를 설치하고 아내님의 저녁준비를 도와 주었다. 고기를 구워 달라고 해서 식기류에서 집게와 가위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우리의 첫 캠핑은 실수의 연속이였다. '그냥 먹을까? 아님 칼로 자를까?' 아내님과 잠시 실랑이를 벌였으나 아이들에게 만큼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옆 자리로 가서 집게와 가위를 빌려 오기로 했다. 나는 아까 텐트를 설치할 때 옆에 분에게 신세를 졌으니 형평성 때문에 아내님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얼굴이 한껏 붉어진 아내님은 궁시렁 대더니 결국 집게와 가위를 빌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저녁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새들과 매미의 우렁찬 노래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을 준비하려고 텐트 뒤쪽으로 갔는데 전날 미쳐 보지 못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해맑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웃고 있는 나무를 보니 앞으로 남은 우리 여행 일정 역시 즐거움으로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칠관로 천관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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