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체에도 즐거움이 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느끼는 설레임과 기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만들어 내는 상상이 뒤섞이면서 여행 판타지를 만들어 나간다. 간혹 낯선 곳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도 하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행 판타지의 결과는 언제나 신나고 즐거우며 유익하다. 절대 실패가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
여행에서 느끼는 즐거움,
여행에서 돌아 온 후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추억.
여행을 통해 선순환이 반복된다.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만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간혹 사람을 만날 때에도 여행과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 혹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로 인간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이런 만남 역시 절대 실패가 없다. 서먹서먹한 감정을 가질 새도없이 금새 친근하고 정겨워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게 된다. 헤어지는 순간이 아쉬워지고 금방 그리워진다. 하지만 언제라도 그 사람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해 지기도 한다.
어제 만남 역시도 그랬다. 방콕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선뜻 시간을 내주셨던 히마판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기대감과 산신처럼 관악산을 지키고 계시는 박네임님과의 첫만남에 대한 설레임으로 퇴근 시간만을 기다렸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응가가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그러다 급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혹시나 내일 오전에 보자며 일을 던져 주지는 않을까? 술 한 잔 하고 들어가자며 잡지는 않을까? 상상 속에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걱정들의 90%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버클리 음대의 양자물리학과 심리에 대한 연구결과(?)처럼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칼 같이 퇴근을 시전하여 사당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하철이 막히는 것 같았다. 자꾸만 신호에 걸리는 것 같았고 제 속도를 못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금기시 했던 축지법을 사용하여 내달렸다. 아... 이거 허언증 가즈아 아닌데;;; 아직 술이 덜깼나보다 얼토당토 않은 말이지만 그만큼 만남의 장소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반가운 얼굴과 반가울 얼굴이 빨리 보고 싶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한창 뜯고 있던 족발도 내팽게 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족발 매니아라면 알 것이다. 뜯고 있던 족발을 내팽게 칠 정도면 정말정말 격하게 반기는 거라는 사실을! 덩달아 내 얼굴도 활짝 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박네임님께서 프로필 사진과 실제 얼굴이 똑같다고 칭찬해 주셨다. 거기에 또 신이 나서 아내님이 직접 그러준 거라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팔불출이 따로 없다.
그냥 사는 이야기부터 스팀잇과 트립스팀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특히나 트립스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나에게 트립스팀이란 여행기를 쓰는 곳, 여행 정보를 얻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두 분에게 트립스팀은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였다. 여행의 신이라는 칭호나 찍히는 보팅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트림스팀의 발전과 성장을 생각하고 계셨다.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는 자리가 아니었는지 싶다.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시계가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마치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나온 기분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깨빵을 먹었는데 박네임님께서 가족들 갖다주라며 바리바리 싸주셨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뻗어버린 탓에 아이들의 뱃속에 있어야할 빵들은 현재 내 가방 속에 있다. 빵을 보니 어제 일이 다시 생각난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추억이 되었다.
트립스팀에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순히 여행기만 남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남는 공간으로 계속되었으면 한다. 어려운 요청이지만 트립스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도, 앞으로 트립스팀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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