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반이라 취업을 위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바쁘게 보내던 시기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한 살 많은 대학교 선배가 있었는데 고생이 많다며 영화를 보여준다고 해서 남포동으로 향했다. 평소에도 워낙 친하게 지내던 누나여서 별 생각없이 극장으로 향했는데 마침 상영하던 영화가 하녀였다. 당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고 그저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라 잼있겠다며 상영관으로 들어갔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은이(전도연)는 우연한 기회로 상류층 집의 하녀로 들어간다. 하녀 대장 병식(윤여정)의 지도 아래 조금씩 적응하면서 가족들과도 친분을 쌓는다. 특히나 본인을 잘 따르는 여섯살짜리 나미를 자신의 친딸처럼 살갑게 대하면서 가족들과 병식의 신뢰를 얻게 되다. 하지만 가족들의 온천여행에 동참한 은이는 집주인 훈(이정재)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이 둘의 관계를 눈치챈 병식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영화는 분명 스릴 넘치게 재미있었다. 전도연의 연기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좋았다. 여태 알고 있던대로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순정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로 등장했다. 적어도 극중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영화가 이어질수록 은이의 변화처럼 전도연에 대한 나의 이미지도 완벽히 변해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순정적이고 청순하기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남자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뇌쇄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해라(서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의 베드신보다 은이의 욕실 청소신이 더 매력적이고 섹시해 보였다. 제복에 대한 성적 환타지가 전혀 없었던 나지만 이 영화 때문에, 은이 때문에 없던 성적 환타지도 생길 판이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이 영화를 누구와 보고 있었는지... 여자친구와도 부끄러워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본 적이 없던 내가(응?) 여자선배와 이런 영화를 보고 있다니 정말 당장이라도 상영관을 뛰쳐 나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특히나 베드신을 볼 때는 엄마와 함께 올드보이를 보러 갔을 때 나왔던 베드신 때문에 눈과 귀를 막고 싶었던 과거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던 무사히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는 영화에 대해서 한 마디의 말이 없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어쨌던 리뷰를 위해 (아내님 몰래) 다시금 영화를 찾아보면서 과거의 추억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전도연의 연기에 푹 빠져버렸고 영화를 보느라 아내님이 곁에 온지도 몰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