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닝님께서 "맨 프롬 어스"라는 영화 리뷰를 올리셨다. 전에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꼭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미루기가 힘들어 바로 영화를 찾아 보았다. 아이들을 재운 후 내 생애 처음으로 영화보기 결제(무려 거금 1,300원!!)를 하고 건사과와 건감을 씹으며 영화에 빠져 들었다.
10년간 대학교수로 지내던 존은 학과장 진급을 코 앞에 두고 돌연 사직서를 낸다. 떠나는 당일,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떠나기 전 진솔한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비밀을 밝히는데, 무려 14,000년을 살아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대 받은 사람은 고고학자, 인류학자, 신학자, 생물학자, 그리고 심리학자로 각 분야에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누구도 존의 이야기를 반박하기 힘들다. 이야기가 계속 될 수록 그의 이야기는 점점 더 신빙성을 얻어가고, 급기야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게 되는데...
이 영화는 한 장소에서 총 8명의 등장인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언듯보면 단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고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엄청난 스토리로 영화에 완전 몰입하게 만들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쏘우 1편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영화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완성하는데만 3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심사숙고하여 영화를 만들어 냈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엔딩이 조금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알고 있는 SF영화 중에는 단연 톱급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한다. 점심시간에 무슨 메뉴를 선택할지와 같은 단순한 선택에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할지와 같은 인생 최대의 선택까지. 언제나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 영화에서 존은 충격적인 진실을 들려주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신앙에 대한 믿음이 부서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흥미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분노한다. 그들의 심리묘사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진실을 마주한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가지며 질문과 논쟁을 이어가는 고고학자 댄과 생물학자 해리,
본인의 신앙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신학자 이디스,
진실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부정적인 인류학자 아트
존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가진 조교 샌디
심리적인 모순을 밝혀낼 순 없지만, 진실을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학자 그루버
그들의 심리변화를 관찰하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놓치지 마시길...
위의 사진에서 보면 제일 왼쪽부터 샌디(존이 무슨 말을 하던 중요하지 않으며 존의 말은 콩으로 죽을 쑨다고 해도 믿는다는 표정), 고고학자 댄(호기심 가득한 표정), 린다(뭔가 혼란스러운 표정), 이디스(의심 가득하며 냉소적인 표정).
개인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물건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시면서 한 번 체크해도 좋을 듯 하다.
등장인물들이 나눠 마시는 술, 조니 워커 그린
1857년까지 생존한 스코틀랜드의 농부 겸 식료품상인 존 조니 워커에 의해 처음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나무 위키 참조)
빈센트 반 고흐에게 받은 그림 이야기를 할 때, 이 시기에 사용하던 이름이 자크였는데 영어식으로는 존을 의미함
샌디는 당기기도 힘든 활. 댄은 고급 조준경을 가진 총으로도 사냥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존은 활쏘기의 달인(수렵생활을 증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음
항상 불 가까이 있는 존. 추위와 맹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간만에 추리를 많이 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관람한 영화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추후에 한 번 더 볼 예정이다.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13363-the-man-from-earth?language=en-US)
별점: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