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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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꿈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첫사랑의 추억처럼 아련하기까지 하다. 그 시절에는 밥 먹듯 꿈이 바뀌곤 했으니까 그 많은 꿈을 기억해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그냥 어느 시점의 어딘가에 점 하나를 찍듯이 무수한 꿈들이 박혀있는 것 같다.

고 3때 한 저녁 식사 시간이 기억난다. 난 그자리에서 연극영화학과에 지원하겠노라고 말했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때 가족들의 반응은 두고두고 생각이 날만큼 처참했다. 누구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누구는 뒤로 자빠졌고, 누구는 밥풀을 튀기며 일장연설을 했었다.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각 프레임안에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각자 밥그릇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네가?"였다. 그렇게 내버려두었더니 그것도 하나의 보석같은 막연한 꿈으로 정착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꿈을 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내것의 경험 못지 않게 참 소중하다. 어느 교육학자의 말에 의하면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될거냐는 질문만큼 아둔한 질문이 없다고 한다. 현재의 삶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래의 모습을 묻는거는 어른의 욕심이라 했다.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수 없다.

작은 아이의 꿈은 영화배우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지금까지의 꿈이다. 영화를 좋아하니까 그러려니 했다가 요즘 들어 안 사실은, 공부를 안해도 되는 직업인것 같아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긴 나의 꿈은 대부분 멋져보여서가 이유였으니 아이의 이유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큰 아이와 달리 천진스러움을 생존전략으로 갖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대략적으로 다 할줄 알면 좋고 악기는 두세가지 정도, 그리고 춤과 노래, 무술을 연마해보라고 충고해주었다. 충고만 듣고 흘려버려서 문제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적절한 충고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영화 만드는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상이라고 해야겠다. 시나리오를 써서 친구들에게 배역을 주고 영화를 만든다. 두편의 영화를 봤지만, 내 기준으로는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도통 이해할수 없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웃다가 나를 보고 웃던 가족들이 생각나서 웃음을 애써 거두어봤지만 자꾸 쿡쿡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었다. 아이는 그 뒤로도 이것저것 영상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곤 한다. 주로 짜집기 영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제 고프로를 사러갔다 왔다. 아이에게 직접 영상을 찍어보게 하기 위함이다. 카메라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와 오랜 시간 의논한 결과 현재로서는 고프로가 더 적절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전생에 물고기나 거북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는 물을 엄청 좋아한다. 수영, 서핑, 스쿠버 다이빙등 물에서 노는걸 정말로 좋아한다. 작년에 주니어 다이버 라이센스도 땄다. 다음달에 학교의 다이버 몇몇이 모여서 하는 봉사활동으로 바다청소를 하러간다. 그때 고프로를 이용해 촬영을 해보라고 했다.

고프로도 고프로지만 악세사리 종류들의 정품가격이 너무 비싸서 할수 없이 온라인 쇼핑을 하기로 했다. 지금 나의 장바구니엔 고프로와 다이버 악세사리 세트가 들어있다. 아이가 언제 주문할거냐고 눈빛으로 물어오지만 조금 더 신중해보기로 했다. 가장 걱정이 되는것은 바다에 고프로를 선물로 주고 오는 경우이다. 어려서부터 카메라를 좋아한 아이는 카메라를 잃어버린 전력이 화려하다. 학교에서 매년 수학여행을 4박5일을 가는데, 첫날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울상이 되어 돌아온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남편은 그 비싼걸 덥썩 사준다고 하는 내가 못마땅한 듯 하고 솔직히 나도 내가 잘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겨우 중 1인 아이한테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엉뚱한 성격에 친구들이랑도 잘 못 어울리고 학교 생활에 적응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아빠한테 선물받은 카메라 한대가 인생을 바꾸어 놨다고 한다. 그 카메라가 없었다고 한들 그가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지만, 그래도 카메라로 인해서 그의 학창 시절은 아름다운 추억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이의 꿈을 지원해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것은 진심어린 격려의 말과 기다림이겠지만, 나는 아이의 어린시절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행복으로 꽉꽉 들이찬 시간들이 아이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올 여름 방학에 아이의 다리에서 철심 제거 수술을 마치면 아이가 좋아하는 절권도(Jeet Kune Do) 학원도 보내줄 것이다. 아이는 이소룡이나 맷데이먼의 제이슨 본이 되고 싶어하니까. 아뷰~~~!

꿈의 실현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