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일상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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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게 굿모닝

변기가 막혀버렸다. 사랑하는 해피때문이다. 녀석은 요즘 사춘기인지 반항기인지 아무데나 싼다. 뒷처리에 너무 많은 휴지를 썼나보다. 꽉 막혀버린 변기를 내려보다가 비닐장갑을 찾아 끼고 변기에 손을 집어넣고 너덜너덜해진 휴지조각들을 끄집어 낸다. 비닐장갑안으로 물이 꽉 차 온다. 그래도 다행히 변기물은 내려간다. 이 씁쓸한 기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거지.

머리 조아리는 운동

겨우 30분짜리 운동에 겨우 8킬로짜리 케틀벨에 쓰러질 것만 같다. 신물이 넘어온다. 오랜만의 운동이라서 그런가. 머리에 쥐가 백마리 정도 기어다니는거 같아 그만 바닥에 머리를 조아려 본다. 포기를 택했다. 운동을 포기해보긴 처음이다. 다시 한시간 짜리 킥복싱을 해본다. 운동하는 시간보다 허리를 꺽고 눈을 질끈 감은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포기는 하지 않는다.

피같은 눈물같은

운동을 다녀오니 몸이 만신창이가 된것 같다. 엊그제 먹다 남은 카레라이스를 냉장고에서 꺼내 대충 우겨서 위장에 털어넣는다. 배는 부른데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맥주 한캔을 따보았으나 목넘김이 쉽지 않다. 한캔을 다 못 먹고 컵에 랩을 씌워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술을 남겨보는 것 또한 난생 처음이다.

날개 달린 그림들

의지가 피곤함에 완패당할까 두려워 얼른 태블릿을 켠다. 오늘은 꽃 정물화에 도전해본다. 2시간쯤 흘렀을까. 잠깐 화면을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오니 그림이 밖에서는 보이나 안에 들어오면 백지가 되어버린다. 어제 그린 풍경화를 열어보니 역시 백지가 되어있다. 내 머리도 백지가 되어버린다.

소설은 띄어쓰기

소설을 열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검사를 해본다. 이런. 나는 초등학교를 제대로 나온 것이 맞는가. 띄어쓰기가 하나도 맞지 않다. 사실 스팀잇에서는 맞춤법이면 몰라도 띄어쓰기는 대략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분량은 커녕 띄어쓰기 맞추다 시간이 다간다. 스페이스키가 너덜너덜해진다. 내 주제에 소설은 무슨.

Almost blue

해피에게 장난감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녀석이 빤히 쳐다볼 뿐 반응하지 않는다. 녀석도 피곤한지 계속 누워서 눈만 뜨고 있다. 오늘 하루종일 말을 한마디도 안해서 그런가 입에서 군내가 나는거 같다. 녀석 옆에 누워 얼굴에 입김을 불어본다. 잠이 오지 않아 헤르메스님이 추천해주신 Almost blue 네곡을 연달아 삼십번쯤 재생해본다.

연기와 닭

이 와중에 미역국이 다 탔다. 연기 자욱한 거실에 서서 울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며칠을 고생하던 큰 아이가 어제 새벽 토하고 난리였다. 미역국 대신 크림 스프를 끓여볼까 하다가 아이에게 전화를 해본다. 닭죽이 먹고 싶대서 남편한테 닭을 사오라고 주문해 본다. 오늘은 말그대로 죽쑤는 날인가 싶기도 하다.

굿나잇

정말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해피를 끌어 안고 잠을 청해보지만, 녀석은 품에서 벗어나려고 꿈틀댄다. 잠도 꿈틀꿈틀 멀리 달아나버린다. 어제 수면 시간이 겨우 2시간 정도였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게 다 김작가님의 메소드 소설 때문이다. 어이없음과 김빠진 악의인 것인가. 뒤죽박죽 희안한 생각들이 넘쳐나던 지난 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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