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이 이야기를 아는 지인들에게 했더니 기겁들을 하셨다. 일주일에 평균 10번쯤 "나 이뻐? 나 사랑해?"라는 질문을 남편한테 한다고.
왜들 그러시나요?... 다들 그러고 사는거 아닌가요? 저만 그런거 아니죠?
우리 남편은 참 벽같다. 혹시 프로포즈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웃이 있으시다면 그때 딱 한번뿐이었다는걸 아셔야 한다. 그 뒤로는 무슨 벽하고 사는 듯하다. 종알종알 이야기를 해도 별반응이 없다.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것 같다. 차라리 벽하고 이야기하는게 낫겠다 싶어 이젠 공기와 벽을 벗삼아 혼자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도 벽에는 귀가 달렸다 하지 않는가!
그런 남편도 피해갈수 없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나 이뻐?
잠시 남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캐치해본다. 이때 대답을 잘해야 한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영혼없는 대답이라며 재차 질문을 받을것이 뻔하고, 너무 성의 있게 이쁘다고 했다가는 얼마나 이쁘냐, 누구보다 이뿌냐는 폭풍 질문 공세에 시달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답하는 시간차도 몹시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빠르거나 늦게 대답하면 무성의하게 대답한다거나 뭘 그리 곰곰히 생각하냐는 대꾸가 돌아오기 일쑤니까 말이다.
남편은 내 두눈을 똑바로 보고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정확히 한 호흡후에 대답한다.
응.
성공이다.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나 사랑해?
역시 마찬가지의 난이도 높은 눈빛의 교환속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대답을 한다.
응.
아뿔싸! 목소리톤이 너무 낮았다. 재차 질문을 해본다.
진짜?
톤을 삼분의 일 옥타브만큼 올려본다.
응.
패스!
이렇게 저녁마다 시험대에 오르는 남편이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재미있기도 하다. 주로 게임을 한다거나 - 컴퓨터를 7년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서 이젠 더이상 게임을 할수 없다 - 핸드폰으로 예능프로그램을 본다던가, 뉴스를 본다던가 하는 와중에 그는 나에게는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 적어도 이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늘 그의 옆 얼굴만 보고 살다가 이렇게나마 한번씩 눈빛 교환을 하곤 한다. 찰나의 행복이랄까! 사실 옆 얼굴이 더 잘 생기긴 했다.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질문을 하는 방식도 정해져 있다. 노하우 대방출!
우선 "나 이뻐?"의 '뻐'는 '뻐'와 '뽀' 사이의 절묘한 발음을 해줘야 듣는이가 긴장을 하게 된다. 당연히 톤도 도봉산의 자운봉 경사정도는 타고 올라가줘야 한다. 반면에 "나 사랑해?"는 톤을 높여서는 안되고 오히려 같은 톤으로 물어봐야 진중함이 묻어난다. 진솔한 대답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1년이면 무려 480번의 이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다. 이젠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남편도 적당히 한번에 대답을 끝낼수 있는 연륜을 갖고 있다. 두 질문을 논스톱 패스한 날이면 나는 혼자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제법인걸!
남들이 보면 애교쟁이 와이프라고 할수 있고 혹은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실제 남편들이 이런걸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는 내가 남편이 안되어봐서 잘 모르겠다. 지난번에 지인들의 반응에 대해서 남편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넌즈시 이 질문이 싫으냐고 물은적이 있었다.
아니.
역시 간결한 답이었다.
한번은 남편이 문득 내가 먼저 죽으면 자기는 절대로 재혼같은거 안할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다시는 누구와 함께 사는것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은 무슨, 죽었는데.. 그래서 내가 말해줬다.
나는 자기 죽자마자 재혼할거야. 까르르까르르!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보면서 글 썼어요! 감격의 날이군요! 이런 좋은 날은 남편한테 3번쯤 질문을 할까 준비중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