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팀잇을 하면서 생긴 새로운 습관이 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글만 주구장창 읽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정독을 하는지 짧은 글에도 흠뻑 빠졌다가 금방 또 바다를 헤쳐나가 또 다른 글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후 지난 글의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왜 이리 많은지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 글을 읽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글을 찾아 다니며 고를 필요도 없을 뿐더러 피드에 다양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스팀잇은 글들의 부페와 같다. 저마다의 색과 맛과 향과 모양을 가지고 나를 데려가줘라고 손짓하는 글들의 향연이고 잔치이다. 맛있는 글들을 읽어내느라 가쁜 숨과 함께 들락날락거리는 이시간을 즐기고 있다. 나의 왕성한 소화력이 그 어느때보다 빛을 발한다. 지금도 행복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조금은 변태스럽게 들릴수도 있지만 나는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모습을 상상하는걸 즐겨한다. 글을 쭉 읽다 보면 글쓴이의 입모양과 목소리와 어깨 모양이 그려진다. 글을 쓸 당시 어떤 입모양을 하고 있었는지, 둥근, 세모, 네모모양? 입꼬리는 어느 정도 올라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강도로 입술을 다물고 있었는지도 그려본다. 또 글쓴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상상해본다. 글에서 드러나는 고저의 톤과 더불어 빠르기와 발음의 정확도도 그려본다. 글을 다 읽고 나면 글쓴이의 어깨 모양이 짐작되어진다. 각이 진 어깨, 뾰족한 어깨, 넓은 어깨, 둥근 어깨, 네모난 어깨, 마른 어깨, 조금 움츠린 듯한 어깨... 이 모든 상상력은 익명성이 가지는 매력때문에 더욱 즐거운 일이 된다.
스팀잇에서 하나 더 매력을 더 할수 있는 부분은 바로 아이디나 닉네임이다. 가입 당시 어떠한 사연으로 그 아이디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대부분의 아이디는 그 글의 정체성과도 일치하는 것 같다. 어쩌면 작가의 성격이나 정체성과도 맞물리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아이디가 내포하는 색과 무게가 글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것 또한 스팀잇이 줄수 있는 선물이라 생각한다. 내 멋대로 작가님들의 얼굴과 모습과 심지어는 성격을 창조하고 그분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변태맞는것같다!
나는 중간 톤으로 조금은 느리게 조용조용 말하는 투를 좋아하고 아니면 반대로 풍자적으로 몰아치며 쓴 글도 좋아한다. 작가분들은 모두 익명이지만 내 머릿속에 그려진 입모양과 목소리와 어깨모양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책에 대한 서평을 먼저 읽지 않는다. 서평을 통해 글 읽기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주로 선호하는 작가나 출판사이다. 가끔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고를 때는 그저 아무 페이지에서 읽은 문구가 마음에 드는 경우이다.
현재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소설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는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론가 신형철님이다. 나는 평소 서평을 즐겨 읽지 않으나 신형철님의 평론집과 산문집은 나에게 보물 1,2호이다. 1호 <몰락의 에티카>와 2호 <느낌의 공동체>이다. 제법 두께감이 있어서 손에 들고 다니며 읽기엔 부담스러움이 있으나 날이 좋아서 아무대서나 책을 펼쳐 읽기 좋은 날엔 그 책을 들고 외출한다. 그리곤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놓고 읽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고 싶은 날엔 에티카와 함께, 시를 읽고 싶은 날엔 공동체와 함께 하면 된다. 그냥내맘이다!
한때 신형철님에 대해 알아보고픈 마음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검색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상상한 모습보다 얼굴이 조금 길다는것 빼고는 무척이나 닮았음에 조금 놀랐다. 말상은 그리 흔한 얼굴은 아니다. 일자 입모양과 약간은 솟아 있는 듯한 어깨 모양을 그의 글속에서 찾아 본 적도 있었다. 그의 느릿하고 묵직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의 팟캐스트를 즐겨 듣기도 했었다. 아무튼 내가 아는 한, 나의 취향에 가장 맞는 그의 글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현학적이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그분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와 문학과 사물과 내면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을 감히 내 주제로는 가늠할 수가 없다. 그의 글의 백억만분의 일만큼이라도 따라 쓸수 있다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것 같다. 이번생은어려울듯하다.
이쯤에서 왜 사람들이 이 짤을 쓸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슬쩍 훔쳐온 짤을 나도 오늘 써보도록 한다. (혹시 저작권이 있는 짤이라면 누구라도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