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커피를 끊는데 성공했다. 의도적으로 끊었다기보다는 커피가 마침 떨어져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나마 커피를 끊는데 성공했다. 어려서부터 속이 차가웠던 나는 하루에 한차례 이상 뜨거운 걸로 속을 달래줘야만 했기에 커피를 끊은 후 내몸에서 부족함을 호소한건 카페인이 아니라 편안한 속을 유지해줄 뜨거움이었다.
커피를 하루 두잔 이상 마시는 경우 마치 커피가 건강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건강보조식품인것처럼 회자되기도 하지만, 나에겐 무엇이 몸에 좋더라, 몸에 좋지 않더라는 기준으로 취해야 할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맛있으면 취하고 입에 안 맞으면 안 먹는다. 살도 빠지고 피부에 좋고 예뻐진다는 차가 있어도 내입에 별로면 안 먹고 만다. 그러니 내가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커피를 마셔온건 그냥 맛이 좋아서였다. 한동안 스벅 커피를 좋아하다가 갑자기 스벅 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 싫어진 어느날부터는 입에 대지도 않게 되었다. 그 이후 커피에 대한 애정은 눈에 띌 만큼 식어갔다.
주로 운동을 하기 전에 한 잔, 점심 식사후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다. 대신 오후 2시 이후의 커피는 절대 금물이다. 잠을 못 자기 때문이다. 오후 3시쯤에 마신 커피 한잔으로도 하얀밤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카페인의 영향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밤잠을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멀뚱멀뚱 밤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자려고 누운지 한시간 이내에 잠이 들 수 있다는게 나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다. 심지어 어떤 날은 낮잠도 잘수 있다. 영화 관람 중에 깜빡 잠이 든다는 단점도 있지만 평균 수면 시간이 배로 늘어 이젠 하루 7시간 정도는 잘수 있다. 그리고 희안하게도 커피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커피를 끊은지 12일차. 커피를 대신해 다른 무엇인가로부터 대신 위로(속풀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수퍼에 가면 차를 파는 코너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이것저것 집어들고 찾아보게 되었다. 아직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지 않았으나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차의 맛을 배워보려고 한다. 우선 시도해본 것 중에 자스민차가 아주 좋고, 국화차도 좋고, 패퍼민트차도 좋다.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진 차에 관해 좀더 관심을 가져볼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 같아 기쁘다.
곧 나의 취향에 맞는 차를 찾아 낼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카페인이 없는 차가 입에 맞았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사전 정보 없이 맛과 향 하나로만 찾아보려고 한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듯이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차라 해도 내입에 안 맞으면 그만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