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처음 가상화폐를 알려준 사람

Words
398
Reading
2 min
Listen
Play
8y

image

2015년 말쯤 큰아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비트코인을 한개만 사달라고 했다. 초 6학년때 일이었다.

"그게 뭐야?"
"코인"
"새로 나온 게임이야?"

빠르게 구글링을 하고 당시 코인 1개가 3백달러라는걸 알게 되어 꿈도 꾸지 말라 당부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육박했을때 아이는 나에게 자기말을 듣지 않았다고 타박을 줬다. 요즘에 들어서야 그 타박이 줄었지만 한동안 거의 매일 반복되는 코멘트였다.

"엄마는 내 말을 들었어야 해."

뭐 달리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스팀잇을 알게 되고 오늘까지 스티미언으로서 달콤한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는 매일 스팀형제 시세를 보며 나에게 코치를 해주곤 한다. 그러나 씨드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줄창 아이의 이야기만 듣는 척 한다.

"난 커서 부자가 될거야."

아이에게서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 나는 가슴이 아려온다.

아이는 어려서 동심을 잃었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 한학기동안 학교에 다닐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학기중에 집에 머물러야 했을때, 홈스쿨링을 한 혼자 해야 했을때,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했을때, 지방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가야 했을때, 그때였다. 아이가 자신의 생물학적인 나이보다 훌쩍 커버린건. 당시 아이의 나이는 만 6세였다.

아이의 꿈이 "부자"가 된건 그때부터였다. 나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바람부터 나는데 아이는 오죽했으랴 싶다. 얼마전 아이가 고백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당시 자기는 돈이라는게 그렇게나 중요한건지 깜짝 놀랐다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기로 결심했다 한다. 내가 어린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나 싶다. 당시의 현실적인 상황을 아이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준다고 한것이 아이로선 꽤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나 보다.

무튼 아이는, 그래서 지금 공부하는 경제학 과목을 굉장히 좋아한다. 얼마전 사회계층별로 노후대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한다. 엄마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스팀잇을 열심히 한다라고 대답했다.

"휴! 내가 엄마의 노후대책이 되어야겠군"

-됐거든! 말이라도 고맙네.

"나중에 엄마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잘 모를수도 있어. 엄마가 나중에 나에게 연락을 하려면 에이전시를 통해 내 비서에게 연락해야 할 거야. 엄마 생일이 되면 나의 비서가 에이전시를 통해 선물을 보내줄거야."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

"나는 30살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30살부터 돈을 벌거야. 그리고 50살에 은퇴할거야"

-그럼 설마 30살까지 뒷바라지를 하라는건 아니겠지. 너 군대도 가야해.

"내가 부자가 되면 50%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머지 50%에서 1%는 엄마 줄께."

-고작 1%라고!

아이는 조잘조잘 신문에서 본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걸 좋아한다. 남북한 이야기, 기업 이야기, 신상품 이야기, 투자 이야기 등등... 동심을 잃어버린 공간에 제 나름의 정보와 현실 캐기를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곁에서 보기엔 짠할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의 인생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된게 분명한듯 한다. 아니,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고 싶다. 요즘은 부러도 경제교육을 시킨다는데 저절로 눈을 뜨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아이에겐 행운이 되었을수도 있겠다고. 물론 행운일지 불운일지는 더 커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러 가야 한다.

나에게 처음 가상화폐를 알려준 사람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