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이틀 연속 쉬었더니 남는 건 짜증 뿐. 슬슬 아이들과 남편에게 짜증섞인 말투가 나가기 시작한다. 몸속 노폐물이 쌓이고 쌓여 찌들어가는 느낌도 기분 나쁘다. 아! 정말 찌뿌둥하다. 얼른 운동 가야지.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에 꽂혔다. 운동을 쉬면서 주구장창 영화를 보았다. 역시 두가지 일을 한번에는 처리하지 못하는 스펙이라 운동을 포기해야만 영화가 봐진다. 마블시리즈를 연구해볼까 싶어 조사를 했더니 봐야할 영화와 챙겨야 할 캐릭터가 넘 많다. 순서대로 제대로 영화를 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것이 딱 폐인각이다. 3개의 '토르' 시리즈만 후딱 보고 나머지는 잠시 미뤄두고, 원래 즐겨보는 멜랑꼴리한 유럽 영화와 스티미언 추천 영화를 보았다. 아!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영화를 보다보니 스팀잇이 또 귀찮아지는 현상, 스팀잇마저 하루 미루고 영화를 더 보았다.
노트북이 나이가 들어 음향상태가 메롱이라 스피커를 연결해보았다. 이놈의 블루투스가 연결 안되어 결국엔 AUX 케이블을 하나 장만해야 했다. 빵빵한 음향과 함께 하는 영화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첫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골랐다.
하지만 내일은 꼭 운동을 가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주 4회 이상 운동은 나와의 약속이니까.
위의 사진은 내가 아니다.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말씀드린다. 내가 좋아하는 등운동의 하나인 lat pulldown machine이다.
사람들은 나한테 근육이 많아 보인다고 하지만 실상은 지방덩어리이다. 한번만 만져볼게요하고 손을 뻗어보고 금세 실망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근육인척 위장하고 있는 거대하고 단단하고 오래 묵은 지방. 지방이 지방 아닌척 근육인척 골격인척 할수 있는건 그만큼 탄탄한 세월의 뒷받침이 있어서였다. 내가 언제부터 떡대가 컸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배고프던 대학 시절 나의 체구는 만나면 밥을 꼭 사주고 싶을 정도로 비실비실 깡말라 있었다. 그 뒤로도 한동안은 그랬던것 같은데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몸무게는 40킬로 정도로 역시 깡말라 있었다. 사내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 떡대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 둘을 몸에 치렁치렁 달고 다니면서 점점 우람한 체형이 되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3년전에는 자극점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매일 세시간씩 투자하며 운동공부를 했다. 인체에 대한 이해와 근육명, 영어로 된 운동자세 이름, 운동기구와 각종 보조기계 사용법, 부위별 근육별 자극을 위한 운동자세 연구 등에 관한 것이었다. 구글과 유투브선생님과 함께 6개월은 족히 판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루틴을 짜서 다음날 운동을 해도 자극을 별로 못 느꼈다. 오히려 이상한 부위의 자극이 와서 고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등운동을 했는데 승모근이 펌핑하고, 가슴 운동을 했는데 허리가 아프고, 복근 운동을 했는데 목이 아픈 경우이다. 자세가 잘못 된건 아니었다.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방덩어리라서 그랬다. 지방은 아무것도 느낄수 없는 바보니까.
지금은 운동하는 족족 자극이 온다. 아무래도 속에서 근육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것 같다. 아직은 온몸을 점령하고 있는 지방덩어리들이 어린이 근육들을 몽땅 가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온몸을 지탱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옹동이가 욱신거리고 등이 뜨뜻하고 큰소리로 웃지도 못할 정도로 복부근육통이 있다. 근육통 변태라서 그런가 이런 날은 유독 보람차고 뿌듯하다.
왜 운동을 하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냥 하는것이라고 대답을 해야겠다. 운동을 좋아하냐고 물어오면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고 대답을 하곤 한다. 매일 아침마다 10, 20분을 미루며 오늘 운동을 갈것인가 말것인가 고민을 하는 모습에서 그 대답이 옳은 대답임을 알수 있다. 솔직히 운동하는 것보단 가만히 책과 영화를 보는 쪽이 오히려 취향에도 잘 맞고 잘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건강해지려고 운동한다. 몸짱 이런거는 바라지도 않지만 이왕 하는거 쉐이프를 만들수 있다면 더 좋을것 같긴 하다.
딱 죽기직전까지 숨넘어가도록 운동하는게 좋다. 뭐 이것도 몇년만 지나면 못할수도 있지만 뭐든 죽도록 하라고 하는건 대체 어디에서 배운 쓸데없는 습성인지 모르겠지만, 죽도록 운동하고, 죽도록 사랑하고, 뭐 그렇게 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