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끄적끄적 밀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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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은 밀린 일기입니다.

1

어벤져스를 보았다. 세번째이지만 매번 같다. 긴 상영시간중에 조금이라도 대사가 길어지는 대목에선 졸음이 쏟아진다. 숨소리가 골라지는 듯 하면 이내 아이가 팔꿈치로 툭 깨운다. 자막없는 영화의 병폐다. 번쩍 정신 깨어서 보면 또 얼마나 재밌는지... 대적 불가한 막강 악당과 마음으로 함께 싸우느라 어금니 꽉 깨물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구가 얼얼할 정도이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도 매번 같다.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나의 최고의 히어로가 토니에서 토르로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2

해피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해피가 아빠를 멀끔히 쳐다보더니 마구 달려가 아빠 옆구리를 차지한다. 흥칫! 나는 요즘 서열 4위다.

3

바쁜 주말이 지나 월요일 아침 너무나 피곤하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한시간만 자고 운동 가려했는데 눈이 안 떠져 한시간을 더 잤다. 아침식사중에도 눈감고 먹다시피...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한시간을 미뤄본다. 스팀잇의 이웃들에게 보팅을 제대로 안해줘서 난감해하는 꿈을 꾼다. 몹시 미안하다. 미룬건 운동인데 고통받는건 스팀잇의 이웃들이다. 문득 일요일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하여 종일 가슴을 두드리고 다니고, 극장에서부터 알러지 발생하여 종일 긁고 눈비비고 다녔던 어제가 생각난다. 하루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이다. 이럴땐 몸이 말하는걸 잘 들어줘야 한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할것이다.

4

규칙은 필요 없다. 자율 뿐이다. '적당히'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데 무려 두달 가까이나 걸리다니 나는 눈치가 없거나 이해력이 딸리거나 둘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적당히 알아서 하세요!" 그렇다. 각자 알아서 적당한 선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규칙이라는건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피상적으로 규칙을 지키는 듯 보이면서 편파적으로 운영할때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설사 여차저차해서 규칙을 정한다 한들 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뿐 아니라 암묵적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 날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소지가 크다. 결국 답은 모두 스스로 가지고 있다. 꼭 정해진 룰이 아니라 가슴속에 품고 있는 윤리의식이다. 그러나 이곳은 각자 설정한 목표에 기인한 것이라 윤리조차도 동일한 잣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겠다.

5

뭐든 하나라도 있는게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나은 법이다.

6

밤새 비가 와서 서늘한 아침에 해피 목덜미에 손을 집어 넣으니 무지 따뜻하다. 녀석의 체온이 외롭지 말라고 위로를 해준다. 서열 4위의 행복이다!

7

나조차 잊고 지내던 나의 꿈을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이 꿈이 아닌 숙제로 다가오는것 같다. "통일학교". 두 정상의 만남이 내꿈을 성큼 다가오게 할것인지 불필요하게 할것인지 잘 모르겠다. 꿈이란걸 잊고 지냈으니 그럴만도 하다. 나란 사람 참 한심하다. 이걸 기억하는 법사님은 참 무섭다. 나도 법사님의 지팡이가 갖고 싶다. 올리밴드에게 문의해야겠다. 꿈을 잊지 않게 해주는 지팡이를 원한다고.

8

그림을 제대로 그려보기 위해 구글링을 해본다. 아! 장비! 난 장비 갖추는걸 참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아마 경제력의 주체가 아니게 된 다음부터는 장비 욕심은 최대한 버리려고 한다. 집에 굴러다니는 갤탭 공수 완료. 그리고 드로잉펜 주문 완료. 이렇게 시작해본다. 만약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리게 되도 장비탓을 할수 있다는게 마음이 놓인다.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 좋다는걸 요즘에야 알다니 오래 살고보니 좋은 점이 많다.

9

해외동포문학상이라는게 있다고 지인이 연락해 왔다. 요즘 뭐하냐는 질문에 무심히 '글써요'라고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수필, 시, 소설 등 3개 부문에 상금이 짭잘하다. 단편소설 부문에 공모해볼까 하는데 1만 4천자란다. 이번 PEN 클럽 공모에서 2천자도 겨우 맞췄는데... 예전에 써 놓은 단편소설 늘리기를 해봐야겠다. 늘리기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다. 어차피 공모에 의의를 두는거니까. 이런거 공모하고 나면 이제 작가라 불러야하는건가 혼자서 음흉하게 웃어본다. 작가라니, 작가라니, 작가라니... 하긴 난 이미 [제 1회 PEN 클럽 공모전] 출품 작가가 아닌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젖을 드러내며 크게 웃어본다.

10

오늘 처음 다운보팅이란걸 해봤다. 그나마 유상임대라도 하는 중이니 참 다행이다. 나는 스팀잇에서 가장 중요하다라는 덕목으로 단연 '예의'를 꼽는다. 인간에 대한 예의, 상대에 대한 존중은 선택하는 어휘와 어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관련글을 썼으나 포스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대등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는 이에게는 한줄의 글도 아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누군가로 인해 부들부들 화가 날수도 있다라는 것을 이명박근혜이후 오랜만에 느껴본다. 내가 스팀잇을 많이 애정하기는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