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음식을 팔기에 먹스팀 태그를 달긴 하지만, 맛에 있어서 둔감한 사람이고 철저하게 공간의 경험에 더 많은 것을 사로잡히는 사람의 맛집 리뷰.
가보고 싶은 곳을 구글맵에 저장해 놓아도 막상 어딜 가려고 하면, 또 새로 찾게되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가 상수동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연남, 연희동 주변을 더 많이 다니다가 상수를 제대로 들여다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일단 골목을 보면 느낌이 온다. 뭔가 들썩거리는 이 기운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홍대를 중심으로 카페나 식당을 다니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학생들만 많은 곳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는 홍대 상권 끝자락과 맞닿아 있어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닌 느낌이다. 골목은 한적한 것 같으면서도 가게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정말 작은 가게 앞에 웨이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빨간 벽돌 건물 위에 핑크색 네온사인이 걸려있고, 그 앞에 외국인 여자가 계단에 걸터앉아있다. 다른 외국인 남자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데, 갑자기 모든 시선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나의 사대주의적 편견일까..하지만,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머리가 시킨 일만은 아니다.
나의 객관적 시선이나 판단 기준이 무장해제되는 곳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곳이다.
건물 혹은 장소가 가진 시간을 없애지 않고 흔적을 남겨둔 공간에 새로운 생각들을 얹은 곳. 남의 집 인테리어 소스를 그대로 카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모든 정체성까지 가져가지는 못한다. 어디서 부터 니꺼내꺼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들만의 정체성이 있는 곳은 확실히 다르다.
이 자리는 실제로 '명성이발관'이 있던 자리인데,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명성관'이다. 명성관이라하니, 중국집스러우면서도 예전 명칭이랑 연결된다. 궁금해서 구글 스트리트뷰로 예전모습까지 확인해봤는데, 이발소였던 것이 맞다.
요즘은 나만의 구도찾기에 심취해있는데, 너무 많은 요소를 다 담아내면서 찍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일단은 이렇게 저렇게 많이 찍고 보는 중이다. 약간 홍콩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중국식이라 그런걸까..
마파두부를 꽃빵에 얹어서 먹는다.
중국에서 마라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잘못 씹어서 혀와 코가 마비되는 경우가 있다. 조심해서 피해 먹어야 하는데, 이곳은 그라인더로 뿌려져서 나와 마라향이 가득나면서도 조심할 필요가 없다. 꽃빵이 기본으로 3개밖에 안나와서 3천원을 주고 한접시 더 추가했다.
가지새우말이 튀김.
소스를 묻혀서 샐러드와 같이 먹으라고 주방에서 나와 직접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문득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의 멘트가 생각난다. 식감이 좋고 풍미가 좋았는데, 새우맛은 강하지 않았다.
재패니즈 하이볼은 알아도 차이니즈 하이볼은 처음 마셔봤다.
뭐랄까..새콤한 레몬맛이 재패니즈 하이볼에 대한 기억이라면, 차이니즈 하이볼은 새콤달콤한 맛이 덜하다. 약간 보리차같기도 하고(좋은 뜻)...음식이랑 먹기엔 차이니즈 하이볼이 더 궁합이 잘 맞는다.
이 골목은 동남아의 핫한 골목을 찾아갔을 때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어찌보면, 요즘 많이 보여지는 디자인과 컨셉을 가져다 놓은 것 같으면서도 모아놓고 골목길을 바라보면 이 골목만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규모가 작은 가게가 많고, 어두운 조명을 쓰는 곳이 많다. 술집거리인지 맛집거리인지 카페거리인지 경계를 두기가 어렵다.
시간이 되면 팟캐스트 2화 녹음의 뒷풀이는 여기서 해볼생각.
추신 : 복불복이긴하나, 웨이팅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므로 기다리는 거 절대 싫은 사람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