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여기저기서 회자 되는 명시이다.
부담없이 짧으면서도 쉽게 감동이 전해지는 글이라 시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선물처럼 건네는 시가 되었다. 너도 그렇게 사랑스럽다. 오래 볼수록 사랑스럽다고.
사람의 사랑은 참으로 가벼운 것이어서 상대에게 사실은 저 시가 노래하는 그런 수수한 풀꽃이 아니라 화려한 꽃이 되길 희망한다. 애초에 누군가를 좋아했을때 끌렸던 이유조차 "한참을 지켜보고 자세히 보았더니 예뻐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봤을때 예쁘지 않으면 한참을 지켜보고 자세히 보지 않았다. 시어가 예쁜 저 글은 선물로는 인기 있는 말이 되었지만, 현실과는 가깝지 않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그걸 아는 사람들이 비록 남들에게는 "넌 보면 볼수록 멋진 사람이야"라고 축복하지만, 자신만큼은 보면 볼수록이 아니라 그냥 딱 보아도 멋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름다운 꽃이 되는 과정을 기다리며 지켜봐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여 경주처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저 시의 말 하나하나가 축복이 아니라 도리어 저주처럼 느껴질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그렇담 내가 예쁘지 않다는 말이냐?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고? 그렇담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는 말이냐?
자본주의와 경쟁위주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저 사람이 아름다울 거라 믿고 지켜봐주지 않고, 당장 드러내 보이길 재촉받으며, 누가 더 괜찮은지 판단받고, 평가대상이 되어 달려야하는 입장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은 여전히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저주로, 달리길 멈춘 사람에게는 그저 이상으로 남은 위로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시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달리는 사람보다는 달리길 주저하거나 멈춘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들을 다시 경주자로 내세워 한때 축복이던 말을 저주로 바꾸기보다는, 서로를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사회가 되어 "넌 보면 볼수록 괜찮다"는 이 말이 루저에게 건네는 위로가 아닌 모두가 영위하는 행복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하는데...
물론 그러려면 생각할게 더 많아지겠지. 취업난, 학자금 빚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생각도 해보아야하고.. 아이들의 입시과열 현상도... 현실적인 문제들은 정말 생각할게 많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
풀꽃이 시어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들에 핀 풀꽃 같은 사람들이 인기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끄적거려본다.